2017. 8. 1. 00:03ㆍ여행
몽블랑 롯지에서 하룻밤을 잤다
롯지는 통나무란 뜻으로 옛날 가옥이다
산장에서 주는 조식은 주인장이 손수 구운 빵과 여러종류의 과일
우유 요구르트 삶은 계란 커피등이었다
정갈한 아침식사가 어제의 화려한 조식보다 오히려 나았다
아예 짐을 다 챙겨 숙소를 빠져 나왔다
오늘 일정이 따로 정해진것은 없지만 몽땅베르 산악 열차를타고
산등성이를 구경하려고 한다
그랑몽떼를 올라가 눈위를 걸어보고 싶었지만 오전밖에 시간이 없는 관계로
짧은 시간에 다녀올수 있는 관광지를 골랐다
중앙역에서 열차 요금 왕복 일이당 31.5유로를 주고 끊었다
어제 멀티패스를 끊었다면 절약할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산악열차는 경사를 오르면서 점점 산 언덕으로 오른다
시내 전경과 멀어지고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우람한 산림 사이를 통과한다
숲속 맑은 공기의 산소가 온 몸의 세포로 들어와 머리가 시원하고
코가 뻥 뚫렸다
빽빽한 나무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하늘로 하늘로 솟구친다
어쩌면 비툴어진 나무가 한개도 없이 모두 반듯이 서 있는지
그네들의 큰키처럼 나무들도 고개 쳐들지 않으면 끝이 보이지 않을만치
키가 무척 컸다
나무줄기와 나무기둥에 푸르스름하고 희뿌연 이끼가 돌돌 감겨
꼭 담요를 덮은 형국이다
가까이 카메라를 당겨봐도 그 모습을 자세히 담을 수가 없다
이십여분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다시 빙하 케이블카로 갈아탄다
중국인과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대세이고 몇몇의 유럽사람들과
서투르게 온 여행객은 달랑 우리부부뿐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어제 에퀴디미리에서 못본 하얀 빙하와 절벽이
눈앞에서 딱 펼쳐져 있었다
절로 입이 벌어지고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순간이다
검고 짙은 회색절벽에서 하얗게 녹아 내리는 빙하는 그대로 땅으로 스며 들었다
어디로 가야 무슨 관광지가 나오는지도 모른채 우르르 내린 관광객을 따라 걸었다
산계곡으로 내려가는 트랙킹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철계단이 나오고
왕복 448여 계단을 내려가면 얼음 동굴이 나왔다
온통 얼음 덩어리 산을 어떻게 굴을 뚫었는지
동굴속은 관광객을 위한 얼음조각과 조명장치가 설치 되어 있었다
빙하내의 조각된 동굴을 따라 메르드 글라스의 중심부로 간다
빙하의 발달로 인해 매년 완전히 다시 판다는 동굴에는
19세기 산악인들의 삶을 그린 얼음상이 있다
케이블카와 얼음 동굴은 2017년 5월9일부터 5월26일까지 9월29일부터 12월19일까지는 폐장한다
얼음 동굴안에서 얼음벽에다 머리통을 대고 한참을 있었더니
찌르르 얼음기운이 뇌세포를 때린다
얼음 동굴에서 올라오는 왼쪽길에 크리스탈 전시 동굴이 파 있다
몽블랑 지대에서 채취한 아름다운 크리스탈들이 원석으로 보관 되어 있었다
올라온 산기슭과 암반을 뚫은 동굴을 빠져나온 산악열차는 시내로 다시 내려왔다
오후 두시에 예약된 버스시각까지는 조금 남아 있어
어제 견학한 브레방에 다시 올랐다
마을을 벗어나 건너편 몽블랑 산맥을 바라보며 계곡으로 등산을 했다
한시간여를 오르고 다시 돌아 오면서 나무 기둥과 줄기에 낀 이끼를 직접 만져볼수가 있었다
요즘 우리도 미세먼지 제거 식물로 각광받는 이끼 식물처럼 길게 늘어뜨리면서 자라는것과
비슷하다
저번주 백두대간 괘방령에서 추풍령구간을 걸으면서 따서 먹었던 산딸기가 시글시글했다
여러개를 따서 맛을 보니 새콤 달콤한 맛이 강한 우리 산딸기 맛과는 다른 이상한 허브냄새가 났다
어젯밤에 복분자와 비슷한 산딸기를 사먹었던 맛과 똑같다
숲에 들어서니 땅을 촉촉하고 길은 넓어 걷기에는 안성마춤이다
건강하게 꾸준히 걷는 사람이 부럽지 경쟁하듯 정신없이 빨리 가는 사람은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봉 산악회 회원들 같으면 이렇게 좋은길은 뛰어 다니고도 남는다고
남편은 그새 자랑을 한다
허기사 접속구간을 빼고도 칠백삼십오킬로나 되는 백두대간길을 스물네번에 완주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니 그러고도 남을 게다
숲속의 공기가 청정해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들 몽블랑 트랙킹에 열을 내서 이 머나먼 곳까지 와서 고생하는 가보다
점심때가 지나서 내려오며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햄버거 하나 사먹기로 하고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그냥 주문하며 돈만 내면 햄버거를 주는것이 아니라 일단 모니터에서 매뉴를 결정하고 돈을 지불해서
영수증을 들고 와야 그때서나 주문이 들어가는 순서 였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기계를 이리 저리 눌러보아도 마음만 급하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신경질부터 난다는 남편은 밥한번 먹는것이 이렇게 까달스러워서야 돈 안벌겠다는 것이다며
짜증섞힌 목소리로 빨리 가게 밖으로 안나온다고 난리다
주문서 빼는걸 취소하고 맥도날드 문밖으로 빠져나와 제네바 가는 버스 탑승구역 가까이에 왔다
조그마한 카페에서 피자 한조각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버스에 올라 일박이일 몽블랑 여행을 마쳤다
그랑몽테나 발므구역 노을이 아름답다는 산악기차를 타려면 일박이일은 어림없는 시간이다
적어도 사오일은 머물러야 제대로 몽블랑 이곳저곳을 구경할수가 있겠다
프랑스에서 다시 스위스로 넘어 오는건 몇 시간이면 족하다
공항에서 내린 버스에서 3유로의 열차표를 끊어 꼬르나방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서부터 다시 오늘 묵을 숙소를 찾는게 일이다
작은 호텔은 무려 한시간 넘게 고생하여 찾았다
호텔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작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엘레베이터를 탔다
3층까지 단 몇초 숨을 틀어 막았다
엘리베이터 사방의 벽이 나무판자로 덮혀있고 호텔 직원과 우리 두사람 세사람이
부딛치지 않고 서 있기에 최대한 내몸을 작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삼층에는 세개의 방이 있고 그중에 한개의 방으로 우리는 들어갔다
작은방은 어두웠다
두사람이 자기에도 불편한 이인용 침대 하나와 탁자 한개
그래도 방안에는 세면대가 놓여 있었다
화장실과 목욕시설은 같은층이 같이 쓰는 공동시설이다
옆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작은 호텔은 제네바 중심지인 코르나방역 부근이여서
가격은 만만치가 않다
답답한 숙소를 빠져나와 중국집 분위기가 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한국 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워도 중국 식당은 자주 만난다
매뉴판은 요리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어 번호만 일러주면
쉽게 주문이 가능했다
오랜만에 별로 머리쓰지 않고 국물과 곁들여 소고기를 넣은 국수와
소고기요리를 배불리 먹었다
드링크제가 꼭 말썽인다
우리처럼 원업이 물이 리필이 가능하다면 신경 쓸일이 없겠는데
노 가스 물 한병을 시켰더니 중국인처럼 보이는 젊은 여직원이
갔다준건 일인당 한병씩 물병이 푸른색인지 약간 푸른색이 도는 맑은 물을 준다
금방 봐도 고급스런 물병이라 값이 나가겠다 생각하였더니
계산할때 보니 물값만 우리돈 만원이 넘었다
어찌 이동네는 고기값보다 물값이 더 비싸게 받아내는 기분이 든다
그동안 우리가 물좋은 나라에서 펑펑 쓰고 버리고 마시던 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돌아가면 소중한 우리물을 진짜로 아껴 먹고 아껴 써야 된다고 다짐했다
오랜만에 저녁다운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한국인 식당을 봤다
반가워서 달려가 매뉴판을 보니 불고기 일인분에 우리돈 몇만원이 넘고
된장찌게 김치찌게 값도 엄청나게 비싸게 적혀있었다
수퍼에서 물과 쥬스 자두 맥주 빵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와 후식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난 이틀 여행은 따로 구분되는 일인용 침대로 잠을 방해받지 않았었다
잠자리는 넓고 편안한곳에서 자고 나야 하루 피로를 덜어준다 여겨
집에서도 침대 매트리스만큼은 단단하고 좋은것은 사용하건만
쿨렁거리는 작은 침대에서 나도 남편도 깊은 잠을 못자다
남편은 결국 샤워타올을 몸에 말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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