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0. 10:33ㆍ일반산행
청계산 산행 후기
일시-2018년 11월17일 토요일 오전에 맑다가 오후에 구름낌
장소-청계산
코스-옛골~680m~봉오재~3.2km~이수봉~3.2km~봉오재~680m~옛골
대략 7.8km를 3시간 걸림
어느새 가을역을 떠난 들판과 산은 겨울역으로 가고 있다
점점 짧아지는 낮으로 햇볕 볼 시간도 부족한 요즘 괜시리 마음만 분주해져
십일월도 중순이 넘어가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올 한해도 놀고 먹고 시간만 충내다
한해를 보내고 있지않나 조바심마저 든다
오늘은 재경 주니어 동창에서 주관하는 등산모임이 있는날이다
우리 동문들도 산으로 운동 가자면 시큰둥하던 사람들도 골프치러 가자고 하면
호응이 넘쳐난다
허기사 무릎이 걱정되는 나이가 되었으니 안전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좋아할때도 되었다
두번의 백두대간을 완주를 마치면서 그동안에 일행중 두명이 먼저 산이 되는걸 보고도
얼떨결에 또 세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전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인데 지인들중 골프 치러가서 죽었단 소리는 아직 못들었다
골프는 옛날 양치기들이 지팡이로 들토끼들이 놀던 너른들판의 집구멍으로 돌을 쳐넣으며 놀던 취미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끄는 운동이 되었다고 알고 있다
악착같은 끈기와 지구력이 좋아 그런지 세계를 재패하는건 우리 여걸들이라
한국의 자랑거리가 아닐수 없다
특히 박세리 선수가 양말 벗고 연못에 들어가 공을 치던 모습은
아임엠 에프 시절 국민들에게 역경을 극복할수 있는 희망을 주었었다
상록수 노래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그 장면이 어쩌다 나오면 눈알이 시끈거린다
막대기로 작은 공을 힘껏 때려 비좁은 구녘으로 쏙 집어넣기만 하는줄 알았더만
알고보니 그것도 규율이 엄청나게 많아 머리 나쁜 사람들은 치지도 못하게 생겼다
그 작은 구멍으로 사라진 십팔이나 되는 새끼들을 찾다가 보면 일등 먹을거 같은데
내기가 빠지면 재미없는 놀이가 될테니 이래저래 돈 있고 머리좋은 사람들이
친목도 다지고 건강도 유지할수 있는 좋은 취미임에 틀림없다
그 운동도 공 칠때 싹 돌아가는 허리따라 무릎도 돌리는걸 보니 상체뿐아니라
허리 밑으로 튼실하지 않음 안될거 같다
또 나이들수록 댄스도 각광받는 취미활동겸 운동이다
예전엔 춤바람 때문에 다리가 부러지도록 매타작이 있었던때도 있었다
요즘은 대놓고 춤을 춰도 매타작은 커녕 커플끼리 발바닥을 비비고 돌며 사는것이
신난다고 하는 세상이 되었다
뭣이 되었든 지 각자 알아서 할일이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는 가지랑이가 찢어진다는것만
알면 될것이다
삼천포로 빠지려는 생각은 그만 접어야 산행에서 넘어지지 않는다
암튼 다리만 썽썽하다면 머리 비우고 걸어다니는것이 최고인데
산으로 들로 나가기도 명분이 있어야해서 점점 게을러지고 있다
봄날의 청계산에 이어 만추의 청계산이다
하필 또 청계산이라고 할수 있을지 몰라도 산이란게 올라갈때 다르고 내려올때 다르다
같은 산일지라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아니 오늘과 내일도 같은거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어제 피었던 풀꽃이 오늘 보면 시들어 있고
어제 달렸던 단풍이 오늘 보면 떨어져 있다
그리고 낙엽 아래서 겨우내 기다렸다 다시 싹이 움터 자란다
꽃 피우지 않는 나무도 햇빛과 바람에 등을 기대고 있는걸 보면
산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생몰의 순환이야말로 오묘한 자연의 이치란걸 배운다
이 가을이 멀리 떠나기전에 아직 가을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청계산으로 갔다
서울을 둘러싼 산 능선은 고사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의 아파트에도
뿌연 먼지로 갑갑하기만한 며칠이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시기임에도 노력이나 하는가 모르겠다
마스크 쓰면 미세먼지뿐 아니라 산소공급까지 줄어들어 덥기도 하거니와 숨쉬기가 버거운데
뉴스에서는 먼지낀날은 마스크만 쓰고 다니란다
기름 넣어 배기가스 나오는 차를 만들지 말던지 아님 공장 굴뚝을 땅속으로 스며들게 만들던지
담배 만들어 팔면서 담배 끊으란 소리와 매한가지인 대책이 많다
피톤치드가 많은 깊고 깊은 산속의 공기주머니를 사고 파는날이 오겠지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 나오는 리틀피플의 공기번데기처럼 어쩌면 우리도
자기만의 공기번데기속에서 산소 가득채워 편하게 숨쉬고 싶을거 같다
매번 아침은 빵으로 먹다가도 산행하는날 아침은 먹은 만큼 갈수 있다기에
밥으로 든든히 먹는다
미역국에 밥말아 배불리 먹고 먼지든 산소든 가리지 않고 다 들여 마시려고
마스크없이 집을 나섰다
약간 쌀쌀한 날씨탓에 미세먼지가 바람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나
하늘 너머 사라졌나 파란 하늘이 보인다
날카로운 공기를 페부 깊숙히 찌르르 집어넣고 지하로 연결된 지도를 따라갔다
약속장소인 청계산 입구역에서 뒷풀이 장소겸 운동 시작점이 되는 부뚜막 청국장집으로
이동했다
아직 팔팔하게만 보이는 후배들 열세명과 우리 동기는 나 뿐이다
주니어 후배들이 주축이된 모임이라 선배들과 동기들의 참여율이 낮은가 보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내가 제일 늙은 사람이다
청계산은 서초구와 성남시 과천시 의왕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망경대(618m) 이수봉(545m) 매봉(582.5m) 옥녀봉(375m)등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 능선은 부드럽고 흙산이라 가볍게 산행하기에는 그만이다
우리가 가는 이수봉 서쪽에는 고려가 멸망한후 고려의 충신들이 은거했다는
와불로 유명한 천년고찰인 청계사가 있다
설마 부처님이 앉아서 수행하다 다리 아프다고 누운것은 아닐테고 열반상을 재연한 불상일텐데
덩치가 산만한 부처님이 베개까지 베고 누워있는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북서쪽 과천으로는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가 자리잡고 있다
청계산의 최고봉인 주봉은 이수봉의 북쪽에 있는 망경대이나 군부대가 있어 우회하여
주로 매봉 정상을 찍는다
매봉 정상석이 백대명산의 인증장소이기도 하다
약속장소에서 오십여미터를 걸으면 산행 들머리가 나오고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이 시작된다
처음 산행하는 사람은 가파른 계단이 나와 겁이 날지 몰라도 숲으로 올라서면
금세 편한 흙길이 나온다
만추의 청계산이라고 내심 기대했더니 어느새 낙엽은 거의 다 떨어지고
남아있는 얼마의 마른 이파리만이 애처롭게 달려 있을뿐이다
들머리에서 가까운곳에 낮은 고갯길인 봉오재가 나온다
이곳에서 두갈래 길이 있고 모두 옛골로 이어진다
이수봉까지 남은 거리는 3.2km로
이내 산길은 심한 경사도 없고 순하게 오르고 순하게 내리다 다시 오른다
산길 치고 너무 넓어 우마차는 물론 웬만한 작은 트럭도 달릴수 있을정도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만큼 흙길은 맨들거리고 그위에 벌써 떨어진 낙엽이
바스라져가고 있다
화려하던 옷들을 벗어버리는 나무곁에 그래도 소나무가 있어 다행이다
이수봉 오르는길에는 소나무가 많은 편이다
낮고 가까운 산에 오르는데에도 후배들의 배낭에서는 간식거리가 자꾸 나온다
밥심으로 기운내고 있는데 산행은 뒷전이고 과일과 떡으로 배터지게 생겼다
모든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에서는 없어진 번지없는 주막이 청계산 산길에는
아직 남아있다
막걸리 한잔씩을 마시고 세번이나 쉬면서 먹으며 갔어도
다리가 썽썽한 후배들의 발걸음이 빠른편이라 산행시작 두시간만에
이수봉 정상석을 찍었다
생기발랄한 후배들로 인해 이수봉 정상에서 여자들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제와 달리 파란 하늘도 그녀들이 산행하는줄 아는거 같다
이수봉 정상석(545m)에는
"조선 연산군때 유학자인 정여창이 스승 김종직과 벗 김굉필이 연루된 무오사화의 변고를 예견하고
한때 이산에 은거하여 생명의 위기를 두번이나 넘겼다"고 새겨져 있다
후학인 정구 선생이 이수봉이라 명명했단다
무오사화는 사초가 계기가 된 사건으로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김일손이 사초에 실었던 일이
도화선이 되어 일어났다
유자광이 김종직과 김일손이 대역무도를 꾀했다고 연산군에게 고하면서
죽은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하고 많은 사람이 처형 또은 귀양이 보내졌다
무오사화를 주도한 유자광등 훈구파는 권력기반을 굳히게 되는 사건이다
조의제문란 항우가 의제를 죽인것에 빗대어 세조의 단종폐위와 왕위 찬탈을 비판한
김종직의 글을 말한다
정상석을 뒤로 하고 이제 하산길은 원점회귀다
오를때도 숨가프게 거친길은 없었지만 하산길은 더 편하고 쉽게 내려가는길이다
봉오재 갈림길에서 여린상추 이천원어치를 사들고 날머리로 내려와보니
아직 붉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가 나무계단 아래로 뻗어 내려서고 있다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밑둥 드러난 나무도 사랑해야할 초겨울이 다 되었구나 생각했더니
참 내,올라갈때 못본 가을을 내려올때 보았네 그려,
청국장 비빔밥으로 마무리한 동문들과 동행한 한나절 산행을 어제의 추억으로 넘기며
이 글을 마친다
2018년 11월18일 일요일 씀
글- 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