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2010. 5. 4. 15:48영화

 

감독-유성엽

출연-김해숙(친정엄마),박진희(지숙),조영진(아버지),이무생(남편).

 

원작 "친정엄마와 이박삼일"은

 이미 연극으로 내용이 알려진 신파조로

 오월 가정의 달 스크린에도 등장해  눈물 콧물 빼게 만드는 영화.

 

이세상 모든 딸들이 아니, 정확히 말해 시집간 딸들에게 해당되는 친정엄마.

엄마 없이 태어난 자식은 없을테니까 아들 딸 모두에게 영화는 울린다.

 

가을 햇볕이 서러운 어느날,

예쁜 딸 아이 하나가 있고,결혼 오년차인 지숙은

 고향가는 열차(서울-정읍)에 몸을 싣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지숙의 나레이션은 딸들의 독백처럼 가슴으로와 꼿는다.

 

 아버지

 

동네사람들에게 절름발이 기사란 놀림을 당해도 운전할땐 성실하고 말이 없다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 돌아오면 허구헌날 아내를 두둘겨 패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남자.

몸과 마음이 모두 장애인 아버지이다.

지숙과 남동생 자식 입장에서는 차라리 없는편이 나을것같다.

 아버지의 사랑이 전혀 없을거라고 여겼던 지숙에게

슬며시 복숭아 통조림을 건내고 돌아서는 아버지 뒷모습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는 불쌍한 우리들 아버지가 엿보인다.

평생 지옥같은 아버지 그늘이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한번도 사랑해 본적도, 결코 사랑하지도 않는줄 알았던 지숙도

 그게 나름의 사랑이었다는걸 안다.

 

어머니

 

지숙보다 먼저 태어난 딸이 돌 전에 죽고

다음에 태어난 지숙에게 유별난 사랑을 쏟는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남아선호에다 내리사랑 이라면 남동생을 더 이뻐할텐데

지숙엄마는 툭하면 남동생 머리를 쥐어박고

딸에게는 무식하고 못생긴 애미 애비한테 어떻게 이런 이쁜게 나왔는지 신기해,

 말끝마다 다칠까,닳을까, 이쁜 내새끼를 연발한다.

얼굴도 이쁜데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들으니 미워할래야 미운구석이 없는 딸.

매맞는게 무서워 도망 가려다가도 딸이 고생할까봐 참고 사는 엄마는

콩나물값 백원씩 아껴 라면봉지에 모아

서울 가는 딸가방에 넣고 무거워 미안해 하는엄마이다.

 

지숙 초등시절

 

채변검사가 있던날,멍석 깔아주니 늘 나오던 똥도 잘 안나와

엄마도 힘을주어 대신 싸주고 싶은 엄마는

딸이 좋아하는 복숭아 통조림도 몰래 먹이고 싶고

엄마가 해주는 밥위에 사랑을 담뿍 얹어먹고 자란다.

 

사춘기 시절

 

학부모 참관수업에 오이 호박을 보자기에 싸들고 나타난

지지리 궁상으로 보이는 엄마가 챙피해 교문밖으로 밀쳐내던 딸.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도 밉고, 매맞고 견디는 엄마도 미웠던 지숙이

이곳을 탈출 하는것만이 사는 길 인줄안다.

 

대학시절

 

서울살이 대학생활은 아르바이트 하며 공부하며 힘겨워도

청춘을 불태우는 연예도 하는 꿈많은 여자로 변한다.

고향집에 가는일보다

엄마가 이고 메고 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오게 만드는 딸이다.

 

직장시절

 

드라아 작가로 일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한테 오는 전화도 툭 끊어버리고,

지가 일이 안풀리면 한밤중에도 느닷없이 전화질해대는 이기적인 딸에게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하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가 시골 고향에 계신다.

 

 

결혼생활

 

 부잣집 사돈의 결혼 반대에도 못난 부모 탓에 딸의 결혼이 깨질까봐

긁은비가 내리는 밤에 사돈될 부인앞에 무릎 꿇고 결혼을 성사시킨 엄마는

 딸을 위하는 일이라면 당장 죽어도 된다 여긴다.

 

딸이 딸을 낳을때도 양수가 터져 엄마인

자신과 똑같아 어쩔수없이 딸은 엄마를 닮고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사과 한입씩 나눠먹는 엄마와 딸이다.

 

회상신은 영화의 종반으로 치닫고

 

 

췌장암 말기인 지숙은 이박삼일 엄마의 집에서 이별을 준비하는데..

어릴적 친구에게 엄마를 부탁하고

내장산 단풍구경을 하고 돌아오는길에

사진관에서 엄마와 둘이 사진을 찍는다.

 

 

 

내장산 단풍이 아름답단 애기는 들었어도

스크린에 나오는 빨갛고 노란 색깔이 붓놀림이 아닌가

 할정도로 맑고, 물위에 뜬 잎이 투명하다.

 

 

여정 마지막날에 딸의 아픔을 알고

밤새 입을 틀어막으며 꺼이꺼이 우는 엄마는

바위처럼 떡 버텨 지키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딸을 서울가는열차에 태워 보낸다.

 뜨거운 눈물이 목울대로 타고 넘어가고 눈앞이 흐릿해진다.

가장 가슴이 아픈대목이기도 했다.

 

내고향 전라도 엄마들의 흔한 말투가 너무 친근해

영화에 나오는 말들은 옮겨 본다.

이말들만 들어봐도 대강 줄거리가 엮어진다.

 

"엄마 때문에 못살아"

 

"어쩌야 썻거나,나는 너 땜시 사는데,

 너는 나땜시 못살아서 어떻허냐"

 

"내가 집을 나가면 니가 고생 할것아녀,

니가 밥하고 빨래하고 동생까정 두고 핵교 댕길것 같으냐,"

 

"니 눈에서 눈물이 나면,엄마는 피눈물이 나고,

니 속이 상하면 엄마 속은 썩어 문드러 지는것이여,그게 엄마와 딸이랑게."

 

"결혼한 여자가 속상할때 갈디가 없는게 젤 속상한것이여,

니 속상한일 있음 언지든지 내려오랑께,엄만 항시 여기 있을테니께."

 

"내가 가장 잘한일도 널 낳은일이고,

내가 가장 못한일도 널 낳은 일이란말여."

 

"이 엄마가 바위처럼 떡 버텨 지켜 줄테니

아무일도 없을것인게 걱정말고 어서 가라잉."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은 난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은 엄마가 아니래서 미안해요.엄마."

 

"엄마,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고,

힘들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하고,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 미안해요."

 

"오늘도 하루가 가는구나.

내가 너를 만나러 갈날이 하루가 더 빨라 줬구나."

 

"내가 죽어 널 찾지 못할지도 모르니

엄마 죽었단 소식을 들으면 날찾아와 주야혀,

난 무식혀서 어디서 널 찾아야 할지도 모르니께."

 

 

 

딸을 가슴에 묻고 멍해진 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고향집 엄마곁에는 노랑 은행잎이 다 떨어지고 흰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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