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4. 22:52ㆍ영화
감독-김주호
출연-차태현,오지호,민효린,성동일등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로 유명한 영화는
희미한 내용속 오랜 향수와 각렬한 키스장면이 떠오른다
목덜미를 뒤로 젖힌채 개미허리를 감싸쥐어 넘어지지 않고 키스했던 그장면,
인형같은 비비안리와 우락부락한 남성미가 물씬나는 클라크캐이블이다.
남북전쟁 당시 한여성의 일생을 다룬 얘기는 장장 네시간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곁을 맴도는 레트,와 많은 남성중 스칼렛이 사랑한이는 예슐리뿐,
두번의 과부와 생활고에도 당당한 자세와 미모를 잃지 않는 스칼렛은
예슐리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레트라는걸 뒤늦게 깨닫을땐 레트가 떠난다.
얄궂은게 사랑과 이별이라고 사랑을 잃고도 희망을 잃지 않는 스칼렛,
한참을 지나도 명화는 명화이다.
폭염속에 개봉된 빌려쓴 제목같은 바람과 함게 사라지다 영화는 게릴라성 폭우와 함께
제목이 주는 기대가 너무 큰탓으로 점점 관객이 사라지고 있을것 같다.
21세기 서울에서 조선의 한양으로 들락거리는 퓨전스런 사극이 대세인양,
안방의 극장에서도 영화관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영화의 시대는 조선 영조말인듯,
이미 사도세자는 세자의 비행 10조목을 명분으로
뒤주속에서 죽임을 당하고 그후로 십여년이 지났다.
그때는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이 한창이었다.
사도세자가 당쟁에 희생되었듯이 정조 역시 죽음의 위협속에
세손시절을 보내야 했다.
정조,이산은 영조의 둘째 사도세자와 혜빈 홍씨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죽자 영조의 맛아들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되어 제왕수업을 받고
1775년 오십년 넘는 제왕자리에 있던 영조가 82세로죽자
이듬해 25세나이로 조선의 22대 왕이 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유럽과의 무역이 허락되고 일본은 서양문물을 수용하게
되는 시기이다.
이번 여름에 이상기온은 사람들 마음까지 피폐하게 하여
감성을 두두리는 서정적인 영화보다 남의 것을 훔쳐내는 도둑이 판친다.
현대판 도둑들이 흥행하더니 조선판 도둑들이 가세하고 있다.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던 조선의 여름도 덥기는 매한가지
배곯지 않고 사는게 전부인 서민들은 홀라당 벗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예법에 맞추어 겹겹히 입어야 체면이 섰던 돈많은 양반네들와 왕은
얼음을 갈아 음식에 넣어먹고 방안 곳곳에 두어 열을 식히는
방법이 있었다.
돈좀 있는 사람이야 뒷구멍으로 얼음을 사곤 했지만
가난한 민초의 더위먹은 아이들은 얼음 한조각을 입에 넣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다.
조정에서는 여름을 대비하여 겨울에 한강에서 적당한 두께로
얼어있는 얼음을 캐내서 한강인근의 서빙고와 동빙고의 얼음 창고에
저장해 두었단다.
여름 한철은 무엇보다 귀했던 얼음을 탈취하는 영화다.
도둑질에는 우두머리가 있는법,우의정의 서자인 이덕무(차태현)이다.
영조 사도세자 정조 모두 서자 출신이고 영화의 주인공인 이덕무와
한때는 얼음 저장고인 서빙고에서 근무했지만 좌의정 일당에게
부하를 모두 잃고 귀양가게된 백동수(오지호)도 서자이다.
영조의 서얼통청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얼의 차별은 심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려면
눈치를 보고 등용 되었다 해도 차별대우를 받았다.
임금은 백성을 긍휼이 여겨 조정에서 관리하던 얼음을
민간에 넘겨 백성에게도 얼음을 맛볼 기회를 주려한다.
그러자 부패한 좌의정과 그의 아들은 얼음 독점권을 차지 하려 꿈꾼다.
청령결백한 우의정이 방해가 되자 그의 서자 아들인 덕무를 음모에 빠트려
역모죄로 잡아넣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만들면 하여간에 죄가 되는것이 있다.
좋은 머리로 책방에서 잡서적이나 보며 지내는 덕무는 그와중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으고 오케이 가르쳐준 단짝 친구를 잃는다.
이역만리 서역의 문화와 예술을 알려주고 웃음을 선사했던 친구로부터
동 서양의 막론하고 책으로 모든 지식을 섭렵하게 된다.
우의정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귀양길에 오르고
풀려난 덕무는 좌의정을 응징하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좌의정 아들이 관리하게된 얼음을 훔치는 일이다.
비상한 아이디어로 총지휘를 맡은 '덕무'는 조선의 고수들을 찾아나선다.
올곧은 성품이지만 서빙고를 터는데 합류한 '동수'
한양의 최고 돈줄인 '수균'
총알처럼 빠른 배송담당자 마차꾼인 '철주'
믿거나 말거나 왕년에 조조의 무덤을 파헤쳤다는 도굴 전문가인 '석창'
여자든 남자든 어떤 인물로도 변장이 가능한 '재준'
모자란듯 보이지만 한방에 날려보낼 폭탄 전무가인 '대현'
좌의정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생 '설화'
유언비어 퍼트리는 역인 '난이'
어린이지만 말투와 아이디어는 어른같은 '성군'
여기에 동수의 여동생이면서 덕무가 한눈에 반한 잠수전무가인 '수련'
한자리에 모여 서빙고의 얼음 3만정을 훔치는 본격작전이 시작된다.
훔친 얼음을 좌의정에 되팔아 번돈을 나누어 주겠다는 덕무 제안으로 모였던
조선의 도둑들은 사도세자의 숨겨진 금괴를 찾고 탐관까지 사라지게 하여
새로이 등극하는 이산에게 힘을 실어주려하는 덕무의 애국심에
목숨을 걸고 도둑질하는 이른바 의적같은 행동이다.
얼음 창고 서빙고를 향하는 땅굴을 뚫어 등극날에 필요한 만정을 빼고 나머지 이만정을
용산방변으로 수맥을 이용해 빼낼때 한강에서 전야제 불꽃놀이와 물폭탄 시원한 개그였다.
김주호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는
역사적의 배경과 시원한 얼음 스토리로 소재는 훌륭하였으나
싱거운 영화가 되어버린건 문신의 덕무와 무신의 동수외에
너무 많은 조연들 잔치여서 아쉬운 영화로 남는다.
그래도, 엔딩후 마차타고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두커플은 흥미롭고
얼음 cg덕에 반듯하게 잘라진 커다란 얼음덩어리는 눈이 시원했다.
글-李 貞
사진-다음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