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1

2013. 6. 14. 22:37일반산행

 

유월 열사흘날 아침,

밤잠 설치다 새벽밥 말아 먹고 집을 나섰다.

 

전날,냉동 국물과  얼음물만 빼고 먹을거 입을거 준비물을

베낭 가득 챙겨넣고 준비 완료 되었건만 설악산 중에서도

가보지 않은 산길을 걷는다 하니 기대와 설램이 반이고

긴장과 걱정이 반이다.

학생때 몇번 그리고 애들 어릴때 몇번 가본 설악산 하면

흔들바위 울산바위 비선대하고 밧줄타고 네발로 기어 올랐던

금강굴이 전부이고 베낭 메고 지팡이 짚고 등산화 신고 하는

전문 등산은 처음이라 아무리 잠을 잘려고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도 머리속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설악산 바위들이 왔다 갔다 하여 심장소리는 커지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남쪽으로 올라가든 북쪽으로 올라가든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안잔다고 야단치는 남편도 안자기는 매한가지다. 

마음을 잠재우면 눈은 저절로 감긴다는데 하여간에,

내일일은 내일인데 생각의 감옥이 너무 커 탈이다.

 

유월에 한여름이 되어버린 더위가 어제 내린 비로

연두빛 나무잎은 투명하고 공기가 상쾌하다.

전에 살던 동네서는 한강다리만 걷너면 바로인데

버스타고 전철로 갈아타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인터넷 예약으로 참 편리해졌다.

카드를 쓱 긋기만 하면 기계에서 버스차표가 인사하듯

고개를 쑥 내밀고 나오는 세상이다.

할아버지 한분은 컴퓨터로 돈은 냈는데 표가 안나온다고

기계 탓을 하고 있다.

안내하는분도 노인이라 쩔쩔 매는것을 보니 암튼 늙으면

죽어줘야 하는데 안 죽고 오래들 사니 멀쩡한 정신으로 살때 까지는

새로 나오는 기계는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

예매한 카드나 카드번호를 알고 있어야 하는것을

노인은 카드를 집에 두고 온 모양이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는 한번에 가는 고속버스가 아니라

한계령 오색 거처 양양 속초까지 가는 시외버스였다.

버스 앞에서 아침부터 육십대로 보이는 젊은 할머니 한분이

고래 고래 소리질러 욕을 해댄다.

안내가 부족해 한시간에 한대씩 있는 차를 놓쳤다는 것이다.

아침밥은 먹었는지 아침부터 큰소리로 기운뺀 할머니는

다시 차표를 얻어냈건만 할아버지 한분은 금방 떠난 버스차표를 들고

어디에서 타냐고 남편에게 묻는다

육십 남편도 옛날 같으면 노인이지만 요새는 노인 명함도 못 내밀고

늙은이에게는 친절을 베풀어야 하고 젊은애들에게는 대우 받지 못하는

샌드위치 세대라,차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데 졸지에 차장 노릇까지 하고 있다.

버스에 올라보니 등산객 일색이고 양양거리며 내차표 물어 내라던

젊은 할머니도 양양 간다고 탔다.

화장실도 더럽고 안내도 시원찮은 동서울 터미널의 더운 훈기를

버스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날리고 설악산으로 출발이다.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 덕분에 두시간 십여분만에

"저산이 내려 가라고 어깨를 떠민다"는 노랫말에 나오는 한계령에서

버스에 탄사람 절반 이상이 내렸다.

헐렁한 버스로 가다 아침에 어디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았던

청년같은 아저씨도 한계령에서 내렸는지,오색입구에서는

우리집 식구 셋만 내렸다.

전날밤에 미리 싸둔 현미 섞은 도시락을 꺼내 양념 돼지불고기 볶음과 

김치로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들러 시원하게 배변과 양치를 하고

썬크림을 듬뿍 바른 다음 남설악 탐방 지원센터에서 인증삿을 했다.

점심먹고 허비한 시간이 길다고 서두르는 남편따라 본격적인

설악의 산행길로 접어 들었다.

 

오늘 산행할 산은 한가위에 눈이 덮이기 시작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해서

설악이라 불리는 산에 오르려 한다.

예로부터 설산 설봉산으로 불리며 오래도록 눈을 이고 있는 산으로

최고봉인 대청봉(1707,9m)은 남한에서 한라산(1950m),지리산(1915m)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내설악의 십이선녀탕,수렴동,가야동과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등 

울산바위를 비롯하여 집선봉,화채봉,천화대등 빼어난 암봉으로 인해

많은 산꾼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오를 코스는 대청봉에 올라 중청 대피소서 하루밤 자고

다음날 천불동계곡을 통과하여 신흥사로 내려오는 코스란다.

대청봉 꼭대기까지 오르는 가장 빠른 코스가 오색에서 오르는길이여서

5km를 보통 사람들은 4시간이 걸린다는데 초행길이고 계단길이라

내발걸음으로는 어렵지 싶다.

밥은 먹어서 기운나고 노폐물도 배설해서 기분 짱이지만

안그래도 대청봉까지 5km를 올랐다 중청대피소까지 0,6km를 내려 갈것이 심란한데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오르면 오르락 내리락 8,3km 다소 길어도 쉬운길이고,

여기서는 완전 오르막이라 힘드니 식수 준비하고 조심해서 오르라고

시작도 하기전에 탐방 지원센터 남자 안내원이 잔뜩 겁을 준다.

설악산 대청봉이 지리산 청왕봉보다는 쉽다혀 따라 나섰는데

여기까지 와서 못오른다 떼를 쓸수도 없고 아들도 데리고 가는판에

엄마도 할수있다는걸 갈쳐 줄라면 올라가야 한다.

 

 

 

 

 

 

 

 

 

 

 

한시간이면 돌파한다는 제1쉼터를 한시간 삼십분에

도착하였다.

온갖것을 차고 걸고 쓰고 있는멋은 다 부려놓고 엉금거린다는 말마따나

아직 다리도 안 아픈데 덥기도 하여 배에 붙은 살 일킬로오백그람하고

팔뚝살 삼백그람 그리고 젖살 이백그람해서 한 이킬로만 도려내면 두시간을

빨리 갈수 있겠고만,무엇보다도 내가 무거워서 그렇다.

늦게 가는 엄마 때문에 속 터질까봐 아들을 폭포에서 기다리라고 먼저 보내고

설악 폭포에 도착하니 아들은 보이지 않고 폭포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낮은 계곡물 설악폭포는 찔찔 흐른다. 

에너지 고갈 되기전 미수가루를 마시고 싶은데 얼음물은 몽땅 아들 베낭에 있고

남편 베낭에는 빈물통이라 뱀알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폭포물로 타서 마셨다.

산중에서는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생존경험은 저절로 된다.

 

 

 

 

 

 

 

 

 

 

 

 

 

 

 

 

 

 

 

 

설악 폭포 지나 해발 1000m이상 오르니 공기가 조금 시원해진것 같고

떨어진 꽃잎과 아직 덜핀 산목련이 많고 이름모를 설악의 야생화가 많은데

우리가 보통 에델바이스라고 잘못 알고 있는 흰솜털로 뒤덮힌 솜다리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앞으로 한두시간이면 목적지에 도달 할것이고 산아래 풍광을 발아래 두고

서있을 나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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