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31일 월요일

2014. 3. 31. 23:24여행

 

서울에서 일요일에 떠나 헝가리에 일요일에 도착하였다.

한국에서 일요일 스물네시간하고 시차 일곱시간 합해

일요일 긴긴 하루를 보내고 새벽이 밝았다.

 

어젯밤 택시로 우리가 묵을 집앞 골목을 들어설때 코끝을 진동하는 꽃향기는

아침 찬바람과 함께 코끝을 통과하여 폐부 깊숙히 진하게 전해오고

찌찌부붕 크게 노래하는 새소리가 바로 귓전을 때린다.

콘크리트 아파트 창문을 열고 아침을 맞던 내가 풀냄새를 맡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방안의 천장이 어찌나 높은지 이층으로 되어있는 창문의 버디칼을 여니

잔디밭에 주차된 차량 한대와 정원에는 키 큰 고목나무 두그루와

작고 낮은 꽃들이 성큼 내앞에 와 있다.

예전에는 카지노로 썼던 집을 지금은 여러집으로 나누어서

건물 전체 주인은 위층에 살고 원룸으로 개조된 이집은 따로 주인이

있는집이라 하는데 전체 방들중 빈방이 투성이라 밤이면 불켜진 집이

한두집 정도밖에 안보인다.

새소리보다 사람소리가 더귀한 건물이 약간 의시시한 분위기도 나고

혼자서 하루만 갇혀 있어도 우울증이 걸릴거 같아 밤이면 더 환하고

사람소리 시끄런 서울 거리와 아파트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월세 육십만원에 얻은 방은 천장이 높아 한국으로 치자면

아파트 복층으로도 충분할 정도이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추울것 같다.

부엌은 새로이 바닥에 난방을 깔은듯 따뜻하나 거실쪽은 바닥 난방이 안되어

벽에 놓인 고물 벽난로가 있었다.

벽채가 한 일미터 정도 얼마나 두껍게 건물이 지어졌는지

백년이 아니라 천년도 끄떡없이 서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철근 몇가닥에 양심을 팔아먹는 우리의 건축가들의 배워야 할거 같다.

백년전 당의 간부들이 드나 들었을 카지노의 비밀공간이 짐작이 간다.

 

낫설은 동네 주변도 살필겸 큰수퍼를 찾아서 한참을 걸어 몸 파크라는

나름 동네 백화점인듯 상점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익숙한 쇼윈도우 매장이

눈에 띈다.

현금을 찾아 쓸려면 시티 은행 단말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에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으려는 시티은행은 보이지 않고

비슷한 시아비 은행 단말기만 보인다.

비상시에 쓰라고 지원이가 건내준 만 포린트를 들고 지하 수퍼에 들러

대충 필요한 물건을 사서 들고 오던 길을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배추와 무우 대신 주먹만한 동그란 무우가 달린 달랑 무우 두단을 사서

고추가루와 새우젓 까나리 액젓 그리고 방금 사온 마늘과 양파를 넣고

간단히 김치를 담궜다.

몇날 며칠 엄마 아빠 온다 신경쓴 지원이는 기숙사로 퇴근하면 근방일걸

일부러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회사 통근 버스를 타고

일곱시가 넘은 시간이 되어서 퇴근했다

걷절이와 가지고 온 깻잎김치 그리고 양상치와 비슷한 채소 샐러드와

참치 통조림 한개를 까놓고 방금 한 쌀밥으로 이국에서 한식을 먹었다.

그리고 시내 야경 구경에 나서서 난생처음 전차를 타 보았다.

도로 한복판을 지나다니는 전차를 트램이라 한단다.

영어로 기차인 트래인과 대충 비슷한 발음이다.

트램이 지나가면 사람이 건너고 트램이 지나가면 사람이 서있고

잘못하다가는 교통사고 날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구불구불 왔다갔다 신기하기도 하고 느린 전차가 답답하기고 했다.

사람들도 자가용도 신호등을 잘지키지 않아 빨간불일때도 건너는 사람들이

많고 때론 사람이 서있음 먼저 가라고 차가 더 느리게 갈때도 많다.

여기 사람들은 바쁜일은 전혀 없어 보이다.

시차 적응이 안된탓에 아직 잠결인지 꿈결이지 실감나지 않는

춘삼월 마지막날 밤을 몽롱하고 피로함에 번쩍 거리는 불빛을 실컨 맞으며

애써 설명해도 어디가 어딘지 아직은 어떨떨한 겔레르트 호텔과 자유의 다리

그리고 강건너 부다왕궁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얀 옷을 입은 다리와 노란듯 하얀듯 신비한 옷을 겹쳐입은 왕궁 조명이

도나우강으로 흘러 햇빛보다 반짝였다.

하루만에 서울의 한강이 아닌 도나우강변에 서 있을수 있다는게

참 신기했다

 

국제 하천인 도나우강은 해발 고도 1000m미만의 독일 남서부 슈바르츠 발트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의 린츠,비하우계곡을 지나 슬로바키아와 브라티슬라바를 끼고

흐르다 헝가리로 유입된다

헝가리 도시의 최초인 에스테르곰에서 물길이 급하게 흘러 남하하다

빼어난 구릉지대인 도나우벤트에서 물길 방향이 바뀐다

이곳에서 왈츠의 황제 요한 스트라우스2세가 도나우강을 노래한

시인 Jarl Beck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작곡했다

부다페스트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도나우강은 양쪽 강변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로 강의 운치를 더한다

도나우강은 부다페스트를 지나 유고슬라비아로 흘러

루마니아 불가리아 몰도바와 만난뒤 흑해로 유입된다.

 

김춘수 시인은 "부다페스트의 어느 소녀의 죽음"에서

'다뉴브강에 살 얼음이 동구의 첫 겨울

가로수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무렵

느닺없이 날아온 수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라고 표현했다.

다뉴브강에서의 소녀의 죽음이 한강의 소녀의 죽음만큼

아프게 다가온다.

헝가리에서는 두나강이라 부르는 체코어로 두나이

독일어 발음으로 도나우 영어로는 다뉴브강이라고

부른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4월1일 화요일 오후  (0) 2014.04.02
2014년 4월1일 화요일 오전  (0) 2014.04.02
2014년3월30일 일요일 부다페스트로  (0) 2014.03.31
자연사 박물관  (0) 2014.03.12
월드컵 공원  (0)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