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 00:20ㆍ여행
이제 내일이면 이번 여행도 끝이 난다
김치통과 후라이펜과 냄비 몇가지를 사려고 코스코에 갔더니
맘에 쏙 드는것이 없어 다시 트램을 타고 모리치 찌그먼트에서
48번 트램으로 갈아타 옥션으로 갔다
두달동안 겔레르트 언덕 아래에서 살았을때 늘 장보기 하러 다니던 곳이라
부다지역의 거리와 트램이 낯설지가 않았다
지명이 사람이름으로 지어진 곳이 많아 모리치 찌그먼트도 이지역의 유지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몇년전 두달내내 공사중이라 지전분했던 상가도 문을 열어 카페로 변신해 있었다
어두컴컴했던 도심 거리가 많이 밝아졌다
옥션 매장에 들어서니 일단 훤한 불빛이 맘에 들었다
뒷면이 스텐으로 된 좋은 후라이펜을 하나 사고 스텐 냄비 두개를 샀다
락엔락 김치통은 없어 그냥 덮개로 된 프라스틱통 두개와 락엔락 반찬통을 샀다
농산물은 긴 햇볕을 받아 튼실하고 값도 싼편이지만 공산품은 비싸고 품질이 우리보다 떨어진다
내 손가락보다 큰 생강과 한주먹이나 되는 마늘은 반짝반짝 윤기가 잘잘 흐른다
오이도 팔뚝만하고 머리통 서너배나 되는 커다란 수박이 우리돈 육천원이면 산다
서울에서는 흔하디 흔한 제대로된 락엔락 프라스틱 통이 보이질 않았다
빵공장이 욕션안에 있어 실시간으로 구워 나오는 빵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값도 무지 싸다
서울 가지고 갈 빵 두개와 내일 먹을 빵을 주섬주섬 담고
닭다리와 소세지를 샀다
부랴부랴 왔던길을 되돌아 트램을 갈아타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리는 수도꼭지만 틀어대면 입대고 마셔도 아무런 탈이 없는 생명수가 콸콸 나오니
물귀한줄 모르면서 마시고 살았는데
여기서는 마시고 요리에 사용하는 물도 돈 주고 사다 먹어야 한다니까
오히려 물은 더 마시는거 같다
우리가 있는동안 몇십통은 사라져서 떠날때는 물값은 주고 와야겠다
어제 담근 김치를 김치통 두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으니
당분간은 엄마표 김치를 먹을 얘들을 생각하니 괜스레 뿌듯하다
김치 냉장고만 있다면 일년동안 먹을 김치를 가득 담궈도 좋을텐데
김치 냉장고가 없다
하루밤만 자고나면 부다페스트를 떠나야 하는데 마음을 급하고
몸은 안따라주고 옷가지를 정리하여 옷걸이에 걸었다
여러개의 구겨진 원피스가 거슬렸지만 다림질까지는 못해주고 말았다
남편은 지들 살림은 지들이 지지고 볶든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고 가자고 하지만
눈에 띄는 어지러진 살림으로 쉴수가 없고 시간이 모자란다
대충 지원이 물건들만 정리를 마치고 앤드레 물건은 장모가 사위 사생활을 침범해
자존심이라도 건드리면 큰일이라 내버려 두었다
두달전에 기숙사에 있는 살림을 합쳐 여태 잘 살았는데 치워준다고 생색이나 날까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짐을 트렁크에 주섬주섬 담고 쇼파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려
말끔하게 치우고 나니 그런대로 개운했다
삼일만에 나온 쓰레기 더미 네개를 들고 나와 버렸다
사년전만해도 분리수거가 전혀 안돼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는데
이제는 프라스틱과 캔 유리병 종이 그리고 나머지는 비닐팩에 나눠 버렸다
아직 음식물은 분리수거가 안되고 있었다
아파트 한 동을 지나 집에서 오분 거리도 안되는 도나우강변으로 나갔다
물 비린내가 훅 밀려왔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여기온지 열흘만에 마지막밤이 되어서야
강변 산책을 했다
아파트 조명들이 전부 부분 조명을 쓰는 바람에 어두운 강물이 검게 비친다
지구촌 하늘아래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 신기하게 이루어진 지원이의 운명이다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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