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6. 17:03ㆍ여행
일시-2017년 1월2일 화요일 맑음
장소-제주도
2017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크리스마스날 하늘길에 오른 지원이와 앤드레가 다음날 도착하고
절간같은 집안이 한해를 마감하며 두딸과 사위 아들로 북적였다
보름간의 휴가동안 한국에서 해야 할일이 산더미인데
지원이는 임신중이라 무리할수없는 몸으로 집에 왔다
연말에 정신을 쏙 뺀채로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벌써 한살을 더 먹고 이제 환갑이 되었다
삼십여년전 내가 임신했을때를 생각하면 비행기는 고사하고 버스나 택시 타는것도
어림없는 일이라서 지원이가 비행기로 날라오는것을 극구 말렸다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안오면 우울증에 빠질것 같아 꼭 올거라더니
도톰해진 배만 빼고 말짱한 몸으로 나타났다
제주여행을 하고 싶다는 말에도 몸조심해야 되니 안된다고 하였다가
가족끼리 언제 다시 시간내서 바다 구경하기가 쉬운일이 아니여서
갑자기 항공권을 예매하고 제주 사는 초등 동창 도움 받아 일사천리로
여행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2018년 두번째 날이다
새벽 4시 알람소리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잠이 깨었다
간단 육계장 국밥을 먹은후 전날 만들었던 송편을 싸들고 택시로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 탑승시간보다 한시간 이른 시각이다
지혜네가 도착하기전 탑승권을 받아들고 한참을 기다려도 큰 딸 내외는 아직이다
탑승구를 빠져 나오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지혜와 김서방은 헐레벌떡 마지막 버스에 오른다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일찌감치 좀 나서면 좋으련만 안그래도 매사에 오두방정 붕 떠서
보는 나도 숨차게 보일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뒤늦게 서두르는 모습이 보기 싫어 야단치고 싶지만 꾹 참는다
어떻게 하면 차분하게 변할지 둘다 비슷한 부분이 있는거 같다
동이 트는 하늘길에 제주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이윽고 제주 공항에서 내렸다
바다 내음이 풍기는 제주 공항은 올때마다 느끼지만 공항 입구에 심어진 야자수로
이국적인 느낌이다
사드 문제로 묶여있던 중국인 단체 관광길이 열리고 아직 몰려오는 중국인들이 많지 않아도
내국인과 동남아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이미 제주는 포화상태다
집에서 김포공항 나오는 시간이나 김포에서 제주공항 가는시간이나 비슷한 시간이라
눈 감고 잠이 들라고 할무렵 제주 땅을 밟았다
제주도는 고려시대의 삼별초의 난을 위시하여 조선시대에는 유배지로
일제시대에는 항일운동과 4.3사건과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도
역사에 대응했던 한반도 변방의 섬이다
지환이가 꼭 먹어야만 한다고 소개시켜준 고사리 해장국집으로 와보니
벌써 아침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조그마한 식당앞에 사람들이 많다
초등동창 김용일이 미리 받아놓은 대기표를 들고 이박삼일 제주 관광 안내를 받았다
용일이는 학교 다닐때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동창회에도 나오지 않는 친구다
친구 딸 결혼식에서 한번 보고 온라인으로 연락한 사이라서 얼굴을 알아 볼수나 있나
걱정했는데 구부정하게 서있는 모습에 잔잔한 미소까지 몇년전에 봤던 모습 그대로라
금세 알아볼수 있었다
바다 건너 타지에 고향동창에게 관광 안내을 받다니
고향 동창이 좋긴좋은가 보다
고사리 해장국은 돼지고기 국물에 으깬 고사리로 끓인 국밥이다
용일이와 헤어지고 고사리 해장국물 첫술을 뜨는데 비릿하여 난 별로였는데
다른 식구들은 모두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다들 나보다 비위가 좋은가 보다
늦은 아침을 먹고 파란 바다가 펼쳐진 함덕항으로 이동했다
날씨마저 마냥 맑고 온화한 날씨가 꼭 봄날같다
망설였던 제주 여행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도 좋아하고 특히 바다를 볼수 없는 헝가리 사위인 zold andre laszlo가
엄청 좋아한다
바다 언덕에 제주 조랑말들이 한가이 풀을 뜯고
정신없이 지내야만 간신히 살아내는 서울살이에서는 볼수 없는 느긋함이
온몸에 전해져 덩달아 나른해진다
빨리 걸었던 걸음은 느릿해지고 말소리 숨소리도 조용해지는 느낌이다
찍는대로 작품이 되는 사진을 많이 찍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바다 구경은 원없이 하게 생겼다
제주 해안도로에서 관광객들의 교통사고가 많다고 하더니
도로에는 오백여미터마다 방지턱이 높게 설치되어 있어
방지턱을 넘을때마다 덜컹거린다
다른 사람들이야 괜찮다지만 지원이는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임신부는
큰일이다
기름이 경유라서 더욱 승차감이 안좋다나 보다
걱정과는 달리 지원이는 건강했다
김녕 해수욕장에서 내려 바닷가를 다시 걷고 사진찍고 짠 냄새도 맡았다
바람도 고요하여 바다는 잔잔하기만 하다
영상의 날씨에 군데군데 유채꽃이 벌써 피어 연두빛이 도는 노란꽃이 많다
성산일출봉으로 이동했다
제주 관광하면 빠지지 않는 성산일출봉은 삼십오년전 신혼여행에도 왔었다
유명한 관광지는 어김없이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는 성인 이천원이다
성산일출 봉우리정상까지 등산은 지원이 때문에 포기하고 중턱에서
돌아 우도로 출항하는 성산항으로 내려와 바다위에 섰다
검은 돌이 많은 제주바다의 돌은 단단했다
해녀들을 가까이 보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성산봉을 대충 관광을 마치고 맥도널드에서 커피와 차 그리고 어제 가져온 송편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섭지코지로 이동했다
섭지코지에는 드라마 '올인'에서 나왔던 하얀 성당이 있어 인기 관광지로 손꼽힌다
세트로 만든 하얀 성당은 입구에서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금지를 시켜 놓았다
푸른 바다와 억새 언덕 그리고 맑은 공기
제주에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언덕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쌀쌀해지고
날씨가 흐려진다
해가 지는 모습이 어둡지만 벌써 석양이다
동쪽끝 섭지코지에서 숙소가 있는 애월항 서쪽까지 이동해야 한다
가는중에 천년된 비자나무가 숲을 이룬 비자림을 들렀다
동절기인 2월까지는 오후 4시반이면 입장이 끝이라서
오분 늦은 시각에 도착한 우리는 아쉽게 차를 돌릴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하게 렌터카를 타고 저녁 여섯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이조랜드 25평의 펜션은 이층에 더블 침대 2개 아래층에 거실과 주방 화장실이 있는
이층집 통나무집이다
하루 숙박비가 구만원으로 저렴한편이다
침대 공간이 나누워지지 않았다는 점이 불편했지만 비교적 안락하고 깨끗했다
짐을 풀고 애월항으로 나갔다
걸어서도 갈수 있고 차로 이동해도 금방이다
제주 돼지고기 구이를 먹으려고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추운 겨울날이라서 그런지 실내에서 구워 먹는 식당이었다
연탄냄새가 훅 올라와 머리가 지끈거린다
안그래도 미세먼지 많은 서울을 빠져나와 공기좋은 제주까지 여행왔는데
연탄가스 중독 걸릴일 있나 싶어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퓨전음식 식당에 들렀다
메뉴 고르고 식당 찾는일이 여행에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누가 차려주고 먹을거 골라주는일도 고마운 일이다
라면이 얼마나 맛있으면 만원이 훌쩍 넘는 식당이다
해물 라면 그냥 라면 돈까스 스파게티 새우 탕수육
다섯종류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대로 여행길에 맛볼수 있는 음식이라 여겨졌다
앤드레가 계산했는데 칠만오천원의 돈이 나갔다
숙소로 오는길에 숙소 가까이 있는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와 맥주 우유를 사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제주에서 첫번째 밤을 보냈다
한가족이 이렇게 자는것도 처음이고 속옷바람으로 길게 이야기 나누는 것도 처음이라
뿌듯했다
그날밤 아래층에서 자는 영욱이가 고는 코골이는 이층으로 공명이 되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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