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무등산

2018. 1. 24. 11:01백대명산

 

 

일시-2018년 1월23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장소-무등산

코스-원효사-서석대-입석대-장불재-중머리재-중심사

        10.5km를 4시간 20분 걸림

 

한반도가 냉동고가 되어버린 한겨울이다

이제 삼한사온은 옛말이 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일주일에 한번 산행하고자 했던 맘이 변할까봐 백두대간이 없는날은

백대 명산이라도 인증할겸 나섰다가 추위에 얼어죽게 생겼다

푹푹쪄서 숨쉬기가 힘들었던 여름을 생각한다면 춥다는 말은 하지 않해야할텐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왜 이토록 추운지 모르겠다

무등산이 있는 전남 광주까지는 무려 네시간이 넘게 걸린다

예전같으면 차멀미로 어림없는 이동시간이지만 요즘은 그정도의 시간은

버텨낼 체력이 되었다

새벽 바람이 송곳으로 찌르듯 날카롭다

눈만 내놓은채 얼굴을 다 가려도 매섭게 찬공기가 옷속으로 스며들고

바람까지 불어댄다

오늘산행을 걱정하며 양재역에 도착하니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행버스를 기다리는 한무더기의 산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다

더운 스팀 나오는 버스안이 천국이다

좁은 좌석에서 눈을 감았다한들 깊은 잠이 올리야 없겠지만

눈을 감고 두시간이나 지났을까 스르르 차분하게 굴러가는 버스탓에

잠깐씩 안락한 소파에서 잠을 자듯 졸다 말다 다시 몸에 기운이 빠진다

정신이 흐물거리고 오래된 기억들이 파편처럼 떠다니다

한번의 휴계소를 들르고 오전 열한시가 넘어서야 들머리인

무등산 원효사 공원관리사무소 입구에 도착했다

무등산에는 푸랭이 라고 불리는 암록색의 검은빛을 띤 수박이 유명하여

길가 곳곳에 수박모형이 눈에 띄었다

무등산 수박은 운림골에서 주로 생산하다 무등산 중턱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수박이다

재배면적이 넓지 못하여 생산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무등산 옛길로 들어서며 산행은 시작되었다

옛길 2코스는 산죽이라고도 불리는 조릿대가 심어져 있었

들머리 입구의 산죽나무가 내 키만큼이나 컸다

무등산은 산 자락인 충효마을에서 태어난 김덕령 장군이 의병활동을 했던 곳이다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인 제철 유적지를 비롯해 곳곳에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안개낀 옛길이 무등산 산사람과 유령들을 인도하듯 잠잠하다

키 큰 낙엽송과 키 작은 산죽이 어우러져 신비스런 느낌이 드는

옛길의 물통거리는 예로 부터 나뭇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중길이었다

1960년대에는 군부대가 보급품을 나르던길이 1980년대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등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완만한 오르막을 꾸준히 오르다보면 산죽 크기는 점점 낮아지고 나무들은 울창해진다

산죽 이파리에는 포근히 눈이 쌓이고 나무들도 흰옷으로 갈아 입었다

오서산에 이어 눈꽃과 얼음꽃인 상고대까지 원없이 눈구경 하는 날이다

하늘과 구름도 윤곽이 어렵게 흰빛을 띤 잿빛 하얀색이고

나무와 땅도 하얀 백설가루를 뒤집어 쓰고 순백의 세상이다

소설가 한강은 '흰'에서 나와 그녀의 흰것과 모든흰것들을

졸린듯한 그녀의 눈으로 투명하게 바라 본것들은 기록했다

짧지만 강렬하다

강보,배내옷,소금,눈,얼음,달,쌀,파도,백목련,흰색,하얗게 웃다 등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글이 완성되었다 한다

그중에 소제목인 '하얗게 웃는다'에는

"너는 하얗게 웃었지

가령 이렇게 쓰면 너는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 사람이다"

이리봐도 하얀눈 저리봐도 하얀눈속에서는 어떻게 웃어도 깨끗하고

조금 쓸쓸하게 보일거 같다

'흩날린다'에서는 "사라질-사라지고 있는-아름다움을 통과했다.묵묵히"

거부할수없는 멋진 말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차디찬 겨울날의 흰바람벽을 쓸쓸하지만 동경한다

울긋불긋 옷을 입은 산객들만 빼면 온통 하얀세상에서

흰 눈위에 다시 쌓인 흰 눈을 밟는다

 

서석대 오르는 비상초소에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바람막이 겉옷을 입고 아이젠을끼고 완전무장한후 다시 오른다

정상부 서석대에 핀 눈꽃이 장관이다

조금만 기온이 올라도 사라질 하얀색 눈꽃이 검은 바위에 피었다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있는것만 아니었다

산에 있는 원기둥 모양의 주상절리로서는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란다

처음 오르막은 완만하여도 오를수록 빼어난 경관과 거대한 주상절리가

정상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웅장한 산세로 맞이한다

서석대 정상석이 있는 정상부에 오르니 구름이 빠르게 움직인다

멀리 광주시내가 안개속에 갇혀 뿌옇고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이라는 산능성으로 

하얀 눈발이 바람에 날린다

북쪽의 나주평야와  남쪽의 남령 산지의 경계에 있는 무등산은

광주와 전남의 진산이자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이다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전남 담양군에 걸쳐 있는 매우 큰산으로

2013년 우리나라의 21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비할데 없이 높고 큰 산'또는 '등급을 매길수 없을정도의 고귀한 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통일신라때 무진악 또는 무악으로 표기하다 고려때 서석산이란 별칭과 함께

무등산이라 불렀다

산세는 웅장하지만 산 정상부근의 암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만한 흙산이며

규봉 중턱에는 커다란 조약돌들이 약 이킬로미터에 깔린

너덜지대가 있다

최고봉은 해발고도 1187m의 천왕봉이나 군사보호구역으로

백대 명산 인증 장소는 1100m인 서석대이다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줄지어 서있는 기둥들이 위풍당당했다

가픈 숨을 몰아 서석대에서 인증하고 0.5km 떨어진 입석대로 내려왔다

입석대는 좀더 가까이 돌기둥에 다가갈수가 있다

오육각형보다 좀더 둥글게 보이는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 서있는 절경이 빼어났다

우람한 돌기둥을 고개 들어 한참을 감상하고 돌아섰다

멀리까지 오길 잘한거 같다

화순군의 백마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며 계속 하산하여

장불재에 다달았다

장불재는 광주시와 화순군의 경계가 되는 해발 990m의 능선고갯길이다

규봉과 입석대 서석대로 가는 등산로로 예전에는 동복과 이서 사람들이

광주를 오갈때 지나던 고갯마루에 있다

정상을 향해 좌측이 서석대이고 우측이 입석대 방향이다

이서면쪽으로 능선을 따라 돌면 규봉과 지공너덜이 나온다

너른 억새 초원지대가 하얗게 눈부시고 내려온 길이 훤히 보인다

바람이 거셌다

바람막이 지붕만이 있는 대피소와 자연친화의 거품화장실이 있었다

컵라면으로 점심 요기를 했다

옴몸이 벌벌 떨려 뜨거운 국물을 삼키니 몸이 조금 훈훈해진다

손가락이 끊어질듯 시려워 빨리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손난로가 없었다면 사진 찍을 엄두도 못냈을 추위다

겨울산에서는 제일 먼저 손이 시러오고 온몸이 데워진후 맨 나중에 손이 녹는다

이제는 내려갈일만 남았다

내리막길은 편하고 쉬운길이다

중머리재에 도달하니 추워 벌벌 떨면서도 눈 호강했던 산 정상부와

케이비시 방송 중재소가 아득히 멀어진다

중머리재에는 한두시간전 얼굴 동상 걸릴뻔했던 한겨울이 있었는가 의심스럽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 한점없어 봄날처럼 포근하다

중머리재에서 증심사로 내려오는길은 비단길처럼 이쁜길이 질척하고 마른 흙을 드러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각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벌써 그녀는 내가 타고왔던 산악회 버스옆에 와 있단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발길을 재촉하느라 평평한 흙바닥에서

깨꾸락지 낙법으로 한번 엎어지고 내려오면서 증심사는 일주문만

곁눈질로 흘기듯 바라보았다

아스팔트 도로를 경보하듯이 빠르게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오십년이 넘는 꾀복쟁이 친구는 사십년만에 한번 만나고 또 십년이 지나갔다

산 아래로 나오란다고 실제 나타난 그녀나 무턱대도 만나자고한 나나 세월앞에 장사없어

이제는 저나 나나 많이 늙었다

딱 한시간 얼굴보고 우리는 또 헤어졌다

 

다음날 무등산 정상 인증은 불가 판정을 받았다

남의 사진으로 대체하여 인증 신청하는 사람들 때문에 얼굴을 감싸고

특히 입을 가린채 찍은 사진은 무효란다

그런줄도 모르고 영하15도에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 영하 이십도가 넘자

얼어죽지 않으려고 푹 뒤집어 쓴채 사진을 찍었다

동행했던 짝꿍은 인증되고 나는 불가여서 몇초간의 사이에도 다른일들이 벌어질수 있다

인증행사하는 회사와 산악회가 윈윈하는 상술임에도 불구하고

한 두번 따라 가다보니 이제는 어차피 운동할겸 꾸준하게나 하려고 신청한것인데

갑자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회사 선전하는 수건들지 말고 태극기나 들고 다닐까 하다가도

어떤 넋빠진 늙은이가 산에까지 와서 태극기 데모 하는줄 알까봐 안되고

백개 명산 마치면 어서 통일 되어 백두산과 금강산 구경가게 한반도기나 들고

다녀야할 모양이다

백마의 갈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백마능선의 억새와 지공너덜 지대를 볼겸

산행시간보다 두배나 긴 이동시간에도 무등산을 다시 찾아야 한다

푸근하고 완만하던 산의 자태가 오르면 오를수록 웅장하며

힘을 솟구치는 무등산에 정기가 대단했다

천지간에 생성된 한반도의 남쪽 무등산은 광주 학생운동을 비롯하여 

수많은 애국지사와 문인 예술인을 배출시킨 정기가 넘치는 산이다

 

2018년 1월 하순 씀

글,사진-이 정

 

 

 

 

 

 

 

 

 

 

 

 

 

 

 

 

 

 

 

 

 

 

 

 

 

 

 

 

 

 

 

 

 

 

 

 

 

 

 

 

 

 

 

 

 

 

 

 

 

 

 

 

 

 

 

 

 

 

 

 

 

 

 

 

 

 

 

 

 

 

 

 

 

 

 

 

 

 

 

 

 

 

 

 

 

 

 

 

 

 

 

 

 

 

 

 

 

 

 

 

 

 

 

 

 

 

 

 

 

 

 

 

 

 

 

 

 

 

 

 

 

 

 

 

 

 

 

 

 

 

 

 

 

 

 

 

 

 

 

 

 

 

 

 

 

 

 

 

 

 

 

 

 

 

코스-원효사-서석대-입석대-장불재-중머리재-중심사

        10.5km를 4시간 20분 걸림

 

한반도가 냉동고가 되어버린 한겨울이다

이제 삼한사온은 옛말이 되었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일주일에 한번 산행하고자 했던 맘이 변할까봐 백두대간이 없는날은

백대 명산이라도 인증할겸 나섰다가 추위에 얼어죽게 생겼다

푹푹쪄서 숨쉬기가 힘들었던 여름을 생각한다면 춥다는 말은 하지 않해야할텐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왜 이토록 추운지 모르겠다

무등산이 있는 전남 광주까지는 무려 네시간이 넘게 걸린다

예전같으면 차멀미로 어림없는 이동시간이지만 요즘은 그정도의 시간은

버텨낼 체력이 되었다

새벽 바람이 송곳으로 찌르듯 날카롭다

눈만 내놓은채 얼굴을 다 가려도 매섭게 찬공기가 옷속으로 스며들고

바람까지 불어댄다

오늘산행을 걱정하며 양재역에 도착하니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행버스를 기다리는 한무더기의 산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다

더운 스팀 나오는 버스안이 천국이다

좁은 좌석에서 눈을 감았다한들 깊은 잠이 올리야 없겠지만

눈을 감고 두시간이나 지났을까 스르르 차분하게 굴러가는 버스탓에

잠깐씩 안락한 소파에서 잠을 자듯 졸다 말다 다시 몸에 기운이 빠진다

정신이 흐물거리고 오래된 기억들이 파편처럼 떠다니다

한번의 휴계소를 들르고 오전 열한시가 넘어서야 들머리인

무등산 원효사 공원관리사무소 입구에 도착했다

무등산에는 푸랭이 라고 불리는 암록색의 검은빛을 띤 수박이 유명하여

길가 곳곳에 수박모형이 눈에 띄었다

무등산 수박은 운림골에서 주로 생산하다 무등산 중턱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수박이다

재배면적이 넓지 못하여 생산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무등산 옛길로 들어서며 산행은 시작되었다

옛길 2코스는 산죽이라고도 불리는 조릿대가 심어져 있었

들머리 입구의 산죽나무가 내 키만큼이나 컸다

무등산은 산 자락인 충효마을에서 태어난 김덕령 장군이 의병활동을 했던 곳이다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인 제철 유적지를 비롯해 곳곳에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안개낀 옛길이 무등산 산사람과 유령들을 인도하듯 잠잠하다

키 큰 낙엽송과 키 작은 산죽이 어우러져 신비스런 느낌이 드는

옛길의 물통거리는 예로 부터 나뭇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중길이었다

1960년대에는 군부대가 보급품을 나르던길이 1980년대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등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완만한 오르막을 꾸준히 오르다보면 산죽 크기는 점점 낮아지고 나무들은 울창해진다

산죽 이파리에는 포근히 눈이 쌓이고 나무들도 흰옷으로 갈아 입었다

오서산에 이어 눈꽃과 얼음꽃인 상고대까지 원없이 눈구경 하는 날이다

하늘과 구름도 윤곽이 어렵게 흰빛을 띤 잿빛 하얀색이고

나무와 땅도 하얀 백설가루를 뒤집어 쓰고 순백의 세상이다 

소설가 한강은 '흰'에서 나와 그녀의 흰것과 모든흰것들을

졸린듯한 그녀의 눈으로 투명하게 바라 본것들은 기록했다

짧지만 강렬하다

강보,배내옷,소금,눈,얼음,달,쌀,파도,백목련,흰색,하얗게 웃다 등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글이 완성되었다 한다

그중에 소제목인 '하얗게 웃는다'에는

"너는 하얗게 웃었지

가령 이렇게 쓰면 너는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 사람이다"

이리봐도 하얀눈 저리봐도 하얀눈속에서는 어떻게 웃어도 깨끗하고

조금 쓸쓸하게 보일거 같다

'흩날린다'에서는 "사라질-사라지고 있는-아름다움을 통과했다.묵묵히"

거부할수없는 멋진 말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차디찬 겨울날의 흰바람벽을 쓸쓸하지만 동경한다

울긋불긋 옷을 입은 산객들만 빼면 온통 하얀세상에서

흰 눈위에 다시 쌓인 흰 눈을 밟는다

 

서석대 오르는 비상초소에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바람막이 겉옷을 입고 아이젠을끼고 완전무장한후 다시 오른다

정상부 서석대에 핀 눈꽃이 장관이다

조금만 기온이 올라도 사라질 하얀색 눈꽃이 검은 바위에 피었다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있는것만 아니었다

산에 있는 원기둥 모양의 주상절리로서는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란다

처음 오르막은 완만하여도 오를수록 빼어난 경관과 거대한 주상절리가

정상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웅장한 산세로 맞이한다

서석대 정상석이 있는 정상부에 오르니 구름이 빠르게 움직인다

멀리 광주시내가 안개속에 갇혀 뿌옇고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이라는 산능성으로 

하얀 눈발이 바람에 날린다

북쪽의 나주평야와  남쪽의 남령 산지의 경계에 있는 무등산은

광주와 전남의 진산이자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이다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전남 담양군에 걸쳐 있는 매우 큰산으로

2013년 우리나라의 21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비할데 없이 높고 큰 산'또는 '등급을 매길수 없을정도의 고귀한 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통일신라때 무진악 또느 무악으로 표기하다 고려때 서석산이란 별칭과 함께

무등산이라 불렀다

산세는 웅장하지만 산 정상부근의 암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만한 흙산이며

규봉 중턱에는 커다란 조약돌들이 약 이킬로미터에 깔린

너덜지대가 있다

최고봉은 해발고도 1187m의 천왕봉이나 군사보호구역으로

백대 명산 인증 장소는 1100m인 서석대이다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줄지어 서있는 기둥들이 위풍당당했다

가픈 숨을 몰아 서석대에서 인증하고 0.5km 떨어진 입석대로 내려왔다

입석대는 좀더 가까이 돌기둥에 다가갈수가 있다

오육각형보다 좀더 둥글게 보이는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 서있는 절경이 빼어났다

우람한 돌기둥을 고개 들어 한참을 감상하고 돌아섰다

멀리까지 오길 잘한거 같다

화순군의 백마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며 계속 하산하여

장불재에 다달았다

장불재는 광주시와 화순군의 경계가 되는 해발 990m의 능선고갯길이다

규봉과 입석대 서석대로 가는 등산로로 예전에는 동복과 이서 사람들이

광주를 오갈때 지나던 고갯마루에 있다

정상을 향해 좌측이 서석대이고 우측이 입석대 방향이다

이서면쪽으로 능선을 따라 돌면 규봉과 지공너덜이 나온다

너른 억새 초원지대가 하얗게 눈부시고 내려온 길이 훤히 보인다

바람이 거셌다

바람막이 지붕만이 있는 대피소와 자연친화의 거품화장실이 있었다

컵라면으로 점심 요기를 했다

옴몸이 벌벌 떨려 뜨거운 국물을 삼키니 몸이 조금 훈훈해진다

손가락이 끊어질듯 시려워 빨리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손난로가 없었다면 사진 찍을 엄두도 못냈을 추위다

겨울산에서는 제일 먼저 손이 시러오고 온몸이 데워진후 맨 나중에 손이 녹는다

이제는 내려갈일만 남았다

내리막길은 편하고 쉬운길이다

중머리재에 도달하니 추워 벌벌 떨면서도 눈 호강했던 산 정상부와

케이비시 방송 중재소가 아득히 멀어진다

중머리재에는 한두시간전 얼굴 동상 걸릴뻔했던 한겨울이 있었는가 의심스럽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 한점없어 봄날처럼 포근하다

중머리재에서 증심사로 내려오는길은 비단길처럼 이쁜길이 질척하고 마른 흙을 드러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각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벌써 그녀는 내가 타고왔던 산악회 버스옆에 와 있단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발길을 재촉하느라 평평한 흙바닥에서

깨꾸락지 낙법으로 한번 엎어지고 내려오면서 증심사는 일주문만

곁눈질로 흘기듯 바라보았다

아스팔트 도로를 경보하듯이 빠르게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오십년이 넘는 꾀복쟁이 친구는 사십년만에 한번 만나고 또 십년이 지나갔다

산 아래로 나오란다고 실제 나타난 그녀나 무턱대도 만나자고한 나나 세월앞에 장사없어

이제는 저나 나나 많이 늙었다

딱 한시간 얼굴보고 우리는 또 이별했다

 

다음날 무등산 정상 인증은 불가 판정을 받았다

남의 사진으로 대체하여 인증 신청하는 사람들 때문에 얼굴을 감싸고

특히 입을 가린채 찍은 사진은 무효란다

그런줄도 모르고 영하15도에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 영하 이십도가 넘자

얼어죽지 않으려고 푹 뒤집어 쓴채 사진을 찍었다

동행했던 짝꿍은 인증되고 나는 불가여서 몇초간의 사이에도 다른일들이 벌어질수 있다

인증행사하는 회사와 산악회가 윈윈하는 상술임에도 불구하고

한 두번 따라 가다보니 이제는 어차피 운동할겸 꾸준하게나 하려고 신청한것인데

갑자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회사 선전하는 수건들지 말고 태극기나 들고 다닐까 하다가도

어떤 넋빠진 늙은이가 산에까지 와서 태극기 데모 하는줄 알까봐 안되고

백개 명산 마치면 어서 통일 되어 백두산과 금강산 구경가게 한반도기나 들고

다녀야할 모양이다

백마의 갈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백마능선의 억새와 지공너덜 지대를 볼겸

산행시간보다 두배나 긴 이동시간에도 무등산을 다시 찾아야 한다

푸근하고 완만하던 산의 자태가 오르면 오를수록 웅장하며

힘을 솟구치는 무등산에 정기가 대단했다

천지간에 생성된 한반도의 남쪽 무등산은 광주 학생운동을 비롯하여 

수많은 애국지사와 문인 예술인을 배출시킨 정기가 넘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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