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계룡산

2018. 3. 25. 09:55백대명산


환갑 나들이

 

일시-2018년 3월24일 토요일 맑다 흐림 미세먼지 약간

장소-계룡산

코스-소형 주차장-천정 탐방지원센터-문골 삼거리-남매탑 고개-남매탑-삼불봉 고개-삼불봉(775m)

      -관음봉(766m)-은선폭포-동학사-소형 주차장

      9.2km를 5시간 걸림


한달전 미리 기약한날이 양력 생일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예전에는 육십갑자를 살아남은 위대한 승리자라고

거창한 잔치상을 받는날이 회갑이라고도 불리는 환갑이다

보통이 구십이고 질기게 살면 백세까지도 산다는 요새 누가 환갑이라고

생일상을 받아 먹는다냐

그렇다고 청승떨며 내가 내 밥상을 차리기도 싫은날이 생일날이다

스스로 알아서 하루쯤 가출하고자 맘먹고 가까운 곳에 등산이나 하려다가

그냥 넘기기는 너무 서운할거 같아 아들이 거주하는 대전의 계룡산으로 가기로 했다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바람에 세종시를 들렀다 대전 정부청사를 거치고

유성에 두시간 사십분이나 걸렸다

동부터미널과 남부터미널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문제에

당연히 남부터미널에서 타야지 했던 말이 실수였다

다음에 유성행을 탈 기회가 있으면 고속터미널이 제일 낫겠다

하루에 세번밖에 운행하지 않는다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시간맞춰 타고보니

승객은 고작 여섯명 운전기사 포함하여 총인원이 일곱명이다

빈 좌석마다 한번씩 앉아보고 누워가도 널널하게 텅빈 좌석뿐이다

시동과 함께 틀어지는 라디오 볼륨소리에 비몽사몽 자려던 잠이 쏵 달아났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충청도에 다달을때까지 청취자로 앉아 있다가

세종시로 접어들면서부터 라디오를 끈 기사님은 전화통화를 한다

졸릴때는 전화통화가 직방이라는 새로운 해답까지 알려주며

친구에게 하는 통화인듯 반은 일반 언어이고 반은 욕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는 한국말이 참 다양하다

그나마 시외버스 정류장에 하차를 안해주고 몇블럭이나 지나

길거리에다 짐짝 던지듯 내려주어 집 떠나 네시간만에 아들과 재회했다

혈압약을 먹고와서 망정이지 남편은 성질대로 화내고 싶어도 얼굴만 찡그린체

한참을 견디다 비로소 아들을 발견하고 이내 얼굴색이 달라진다

유성에서 계룡산 국립공원 주차장까지는 금방이었다


계룡산은 충청남도 제일의 명산이다

1968년에 우리나라 두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이 65.355제곱킬로미터나 된다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845m)를 중심으로 10개에 달하는 봉우리 사이에

약 7개의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다

산의 능선이 닭의 벼슬을 쓴 용의모습과 닮아 鷄龍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소형주차장에 주차요금은 사천원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뭐든 계산 가능한 요즘인데 카드도 소용없고 현금만 받는 곳이다

식당가와 상가를 좌우로 두고 국립공원 입구까지 걸어 산행은 천정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다

새벽녘에 떨어졌던 기온은 많이 올랐다

국립공원답게 사람들의 잦은 탐방으로 등산로는 잘 다듬어져있고

발에 닫는 돌이 미끈거릴 정도로 반질 반질 윤이 났다

문골 삼거리에서 큰배재를 거쳐 남매탑 고개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곳곳 응달진곳은 눈이 녹지않아 아직 겨울이고 양지쪽은 딱딱한 흙이 풀어져

머지않아 봄의 새싹들을 틔울것이다

물 한모금 마시고 남매탑에 오르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주말이여서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이 많았다

약간의 높낮이가 다른 두개의 탑이 나란히 있는게 인상 깊었다

전해지는 남매탑의 전설이 다정한 탑모습을 대신한다

당나라 스님인 상원조사가 토굴에서 도를 닦고 있었을때

입을 벌리고 스님앞에 다가오는 호랑이가 있었다

호랑이의 목에 걸린 가시를 뽑아 주었더니 은혜를 갚기 위해

호랑이는 어느 여인을 물어다 주었단다

그녀와 의남매를 맺고 도를 닦다 같은날 동시에 입적했다는 전설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스님의 제자인 회의화상이 탑을 건립했다

스님이 도를 닦았다는 탑 아래에는 작으마한 암자인 상원암이 있다

남매탑을 뒤로 하고 다시 오르막이다

삼불봉 고개를 지나고 철계단을 올라 바위들이 움집한 삼불봉 봉우리가

나온다

동학사와 천황봉에서 바라 보면 마치 세분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삼불봉이라 명한다는 봉우리는 해발고도 775m나 된다

백대명산 인증 장소는 그보다 조금 낮은 관음봉이다

가야할 관음봉 능선과 봉우리가 안개와 미세먼지로 희미하다

미세먼지만 없다면 조망이 끝내줄텐데 아쉽다

삼불봉은 비록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금지구역이 아니여서

능선 곳곳이 철 난간과 계단이 놓여있어 산행하기에는 편했다

가파른 철계단은 관음봉 꼭대기까지 설치되어 있다

뒤를 바라보면 아찔하여 바로 앞에 놓인 계단만을 바라보고 올라서야 무서움을

떨칠수 있다

나무계단보다 철계단이 무섭긴 더 무섭지만 오르막에서 겁은 많이 줄었다

이제는 무릎에 부담가는 내리막이 더 무섭다

겸손이 아니라 진짜 무섭다

세상살이하는 땅에서는 겸손은 자칫 무지와 무능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산에서는 지가 제일이다고 경박을 떨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산이 허락하는만큼만 능력이 되기때문이다

드디어 해발고도 766m의 관음봉이다

관음봉 역시 바위위에 정상석이 있다

바위에 박힌 정상석하고 파란 하늘이었다면 환상의 조화일텐데

이프로 부족한 풍광이다

하산길은 은선폭포로 내려왔다

신선이 놀았을만큼 아름다운 곳이라서 이름 지어졌다는 은선폭포의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낙화했다

오랜만에 듣는 폭포의 물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은선폭포는 계룡 팔경중 칠경으로 지정되어있다

폭포를 뒤로 하고 내려오다보니 계룡산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쌀개봉이 바로 코앞이다

산의 움푹 들어간곳이 디딜방아의 쌀개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

쌀개봉에서 쌀이 나왔는데 어느 스님이 욕심을 부린 다음부터

쌀이 나오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는 쌀개봉 봉우리와 계룡산의 최고봉인 천황봉은

군사보호구역으로 탐방객을 출입금지 시킨다

몰래 가다가 걸리면 벌금 무는 천황봉과 쌀개봉 능선이 아직 눈덮힌채로 너울너울

춤을 춘다

가지 말라면 꼭 가고 싶고 하지 말라면 꼭 하고 싶은 거꾸로 심리대로

살짝 들어갔다 나오고 싶은 충동은 잠깐이고

향아교를 지나 동학사로 내려오는 길은 아스팔트 산책길이라 걷기 편하다

동쪽의 학모양의 바위에서 유례했다는 동학사는 원래 삼국시대 사찰이다

고려의 도선국사가 사찰을 중창하고 이후 동학사로 개칭했다 

조선영조 4년에 신천영의 난으로 소실된후 다시 중축하였으나

육이오 전쟁때 모두 불타 그뒤 서서히 중건되어 현재에 이른다

동학강원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으로 손꼽힌다

국립공원안에 사찰들은 절 탐방을 하지 않아도 절 앞을 지난다는 명목으로 

통행세인 길세를 꼭 받아낸다

일주문 앞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꾸로 하산하여 일주문을 나오느라

입장료는 내지 않았다

동학사 입장료는 성인 요금 삼천원이다

벚꽃길로 유명한 동학사 가는길은 사월중순이면 화사한 꽃비가 내릴것이다

상상의 벚꽃을 뿌리며 졸졸 물흐르는 계곡을 따라 걸었다

사진놀이하며 널널하게 다섯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오리수육과 오리탕을 먹고 케익도 잘랐다

그동안 먹었던 햄과 비슷한 수육하고는 달리 오리 잡냄새도 없이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고

여태 먹어본 화려한 캐익보다 희고 작은 캐익맛이 달달했다

짧은 오후시간들이 휘리릭 지나갔다

에스알티 기차 한번 타볼까 했더니 기차타러 가는시간에 서울 반도 더 간다는 소리에

그래 이동하기는 버스가 편하다며 쉽게 포기했다

떠나가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들의 쉼터인 정류장에서 아들과 헤어졌다

어쩜 산다는것은 만나고 헤어지는 조각과 조각으로 이루어진게 아닌가 싶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밖에서 찾아오고 인연이 없으면 코를 맞대고도 사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과의 인연뿐 아니라 사물과의 인연 모두 아무것도 아닌것이 없다

낮게 내려앉은 늦은 오후 햇살도 한 조각 남았다

버스 앞문으로 빨려 들어가듯 바람처럼 재까닥 버스에 올라탔다


앞 사람이 표를 기계에 살짝 부딪치고 타길래 나도 하는대로 따라 해보니

띡 소리와 함께 어디 앉으라고 말하네 오,친절하기도 하다 

꾸릿꾸릿 냄새 풍기고 좁은 좌석의 아침에 탄 시외버스와는 다르게

공기도 상쾌하고 팔걸이도 있고 넓은 좌석까지 천지 차이이다

오천원차이인데 역시 돈이 좋긴 좋다

빼곡히 승객을 태우고 버스는 미끌어지듯 잘도 갔다

장소가 사람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햇볕 따뜻한 날에 생각나는 사람과 궂은날에 생각나는 사람이 다르듯

봄이 오는 길목에서는 후리지아만큼이나 상큼했던 여고 동창들이 생각난다

계룡산의 정기가 흐르는 하늘아래 살고 있는 여고동창에게 문자를 날리고

충청도를 벗어났다

어느새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창밖 시야는 어둡다

처음엔 코골이 소리인줄 알았다

끄억그억 쉬었다 다시 끄억그억 분명 운전석에서 나는 소리다

스무스하게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흔들거린다

급하게 먹은것이 체했나 물어보고 싶었지만 애꿎은 안전밸트만 다시 한번 풀었다

꼭 매었다

버스는 고속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하고 생일날이 사망날이 될까봐 무서워서 혼났던

환갑을 보냈다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딱히 할일 없이,


눈이 녹기만을 기다렸다

딱히 생각 없이,


몸 속에 꽉 메운 겨울이

꿈틀꿈틀

눈 속에 파묻힌 겨울이

느릿느릿

차고 흰 바람벽 겨울이

스멀스멀

이 봄을 알린다


병아리 노랑나비 버들 강아지

정다운것들과

돌아온 봄아,


2018년 3월 하순 씀

글,사진 -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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