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숲 문화체험

2018. 4. 11. 21:13친구

 

도심숲 문화체험 후기


 

일시-2018년 4월11일 수요일 맑음

장소-국립박물관과 용산공원


봄인가 싶었더니 다시 겨울오고

겨울인가 싶으면 봄인 사월이다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워 베란다를 지킨 로즈마리와 제라륨만 간신히 살아남고

다육식물은 얼었다가 스물스물 녹아내릴 정도였다

길고 깊은 추위를 몰아내고 기어이 오고만 봄이라

이때를 놓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너를 만나는데

꽃소식은 꼭 미세먼지와 황사소식을 달고 온다

지금은 실시간으로 정확한 미세먼지 데이타까지 파악해서

집 나갈지 말지를 결정해주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미세먼지란 단어도 없이

뿌연 연무속에 날라다니는 꽃가루를 들이마시고도

별탈없이 으례 봄이면 오는 현상으로 여겼다

모르고 살았을때가 좋은것도 있다

아휴,미세먼지 너 미워

미쳐도 단단히 미친 계절속에

매화를 선두로 개나리 진달래 벚꽃 배꽃 살구꽃 또, 점점점

릴레이 꽃잔치는 없어졌다

지난주 한방에 터트렸다

내일이면 제대로된 꽃구경 좀 하려고 맘 먹었더니

밤이되자 창가를 때리는 바람과 빗물이 심란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없이 산길도 걸었으면서

별걱정을 다하고 있다

이놈의 예민한 성격은 안 없어지나 자다깨다 잠을 설쳤다

꿈에서는 방황하면서 자고 깨어서는 괜한 오줌만 두번이나 짜내서 쌌다


하룻밤만에 하늘에는 푸른 햇살이 반짝이고

땅에는 전날 내린 봄비로 흙이 부드럽다

걱정은 기우였다

"길을 찾는 동안은 방황하기 마련이다."괴테가 그러더만

내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쓰잘떼기 없는 걱정거리다

미세먼지까지 씻겨버린 아침공기를 마시니 오늘 소풍이 기대가득이다

이제사 봄을 제대로 맞이할수 있을거같아 종아리 조이는 바지는 벗어버리고

말이 좋아 나풀거리지 치렁치렁한 원피스를 입고

가지랑이 속으로 봄바람 좀 들여 마셔야겠다

지방으로 떠나 한동안 휑하기만 하던 친구와 합류하여

버스타고 지하철을 두번이나 갈아타고도 국립 박물관 가는길이 설레기만 하다

국립 박물관은 두번째 방문이다

반가사유상이 깊게 가슴으로 빨려 들어왔던게 기억이 난다

서양에는 모나리자의 미소가 있다면 한국에는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아름답다

오랜만에 박물관에 앞에 서니 북적대는 백선의 추억들이 생생한

여자들이 북적댄다

나이도 먹을만치 먹어 뒤로 밀려가든 앞으로 쳐들어가든 무서울것 없는

여자들만 이렇게 많이 무려 백사십명이나 한꺼번에 만나본지가 없어

얼떨떨하기만하다

아시아나 승무원 비스무리하게 목에 스카프를 두를고 단체관람 여자들은 

줄지어 박물관입구로 들어섰다

그동안 너무 문화생활을 등한시했다

구경할곳은 많고 시간은 없고 아니, 시간은 많아도 관심이 부족했다

서울은 한국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짧은 세월에 너무 급작스레 변모했다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고 그 빌딩 아래 거리마다 화려한 겉모습뿐 아니라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모두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한두달만 집구석에 있다 나와 보면 건물과 그곁에 사람까지

어질어질한 구경거리가 경상도 사투리로 천지삐까리이고

전라도 사투리로는 허발나게 많다.


국립 중앙박물관은 너른 숲과 구릉산지인 둔지산 자락 아래에 있다

1995년 용산에 터를 잡기전까지 1908년 창경궁내 이왕가 박물관에서 시작되어

다음해에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이리저리 흩어졌던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 많은 세월을 흘려보냈다

광화문에 있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사용하다가 용산으로 이전되었다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종합관격인 크고 넓고 깊은 박물관은

세련된 현대식 건물에 규모가 거대하다

총 33만점의 국보급 유물을 품은 국립 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규모가 큰 박물관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지가 약9 만평이고 총면적이 약 4만천여평으로 삼십평 아파트 천삼백개를 합친

면적의 크기란다

어마어마하다

수박 겉핥기라도 전부 둘러보려면 하루에는 모자란다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전시는 이루어지고있다

여섯개의 관과 오십개의 실로 구성된 상설전시관에는70만년전의 구석기시대부터

100년전의 대한제국까지 이어진다

각 전시관에는 전시 해설시간이 따로 있고 일주일에 한번 큐레이터와와 대화시간도 있다

오전 10시에 관람 시작해서 요일마다 마감시간이 다르고 휴일도 있으니

가기전 미리 점검은 필수다.


우리의 오늘 관람은 2017년 12월19일 부터 2018년4월15일까지 전시되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전으로 러시아 마지막 여섯황제가 살았던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관람이다

2016년 예르미타시에서 '불꽃으로 피어나다'라는 제목으로 한국 도자명품전을 한계기로

이번 전시는 교환전시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 미술품을 소장한 박물관이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예카테리나2세를 비롯하여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들과 러시아 귀족 기업가들이 수집한 미술품들이

겨울궁전을 장식해오면서 예르미타시박물관 유럽 미술소장품의 정수로 자리잡게 되었다

황실과 개인소장품을 기반으로 오늘날 다채로운 프랑스 컬렉션을 지니게 되었다

우리도 일제강점기에 보화각으로 출발한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있다

나라가 망하고 먹고살기 급급한 때에도 간송 전형필처럼 민족문화의 자긍심과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도 있었다

일년에 딱 두번 특별전시때만 박물관을 공개하는 간송미술관에서는

가채를 두르고 저고리 고름옆에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며 치마주름이 돗보이는

신윤복의'미인도'가 있다


미술공부는

17세기,고전주의부터 시작이다

루이14세의 통치로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면서 젊은 프랑스 화가들이 많이 탄생되었다

일상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들이다

18세기,로코코와 계몽의 시대로 넘어간다

루이14세의 사망이후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침체가 되자

화려하고 우아한 연회장면을 그린 그림이 인기였다

계몽주의 사상이 확산되면서 부르주아계급의 가치를 담은 풍속화나 정물화를 많이 그렸다

장바티스트 그뢰즈의'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의 불만 섞인 눈동자와 남루한 옷차림이

시민혁명의 그늘이 보인다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가 악화되면 혁명은 예나 지금이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성난군중들에게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아네트는 처형되고 이름뿐인 루이17세도 사라진다

촛불로 혁명을 일으킨 우리도 전직 대통령인 두명을 차례차례 감옥에 가두었지만

지금이 왕조시대인줄 아는지 법의 심판대에 서기는 커녕 법을 무시하고

좁은 방에서 먹고 자고 싸고만 하고 있다

그러길래 능력이 안되면 나처럼 지 발로 걸어 다닐때까지 산이나 들로 다니며

오늘처럼 박물관에도 오면 좋으련만 잘 나갈때는 회의호식하고 떵떵거리던 두분은

파란 하늘에서 송곳처럼 내리쬐는 한줄기 햇빛에 눈이 찔러 눈이 멀어보면 하늘 무서운걸 알까

인간적으로 오늘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와 가슴으로 스치는 순간을 렌즈로 담는 이순간 행복이라 여기고

감옥갈일도 없지만 살아생전 법원이나 경찰서는 모르고 사는게 신간 편하다

19세기,혁명과 낭만주의 시대로 접어든다

나폴레옹 통치와 혁명을 겪으며 고전주의를 계승한 화가는 자신만의 그림을

낭만주의 화가는 현실을 벗어난 문학과 신화를 그렸다

19세기말과 그이후는 인상주의시대다

고전적인 사실에서 벗어난 혁신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인상깊었다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의 건초더미'작품은 누워서 하늘을 감상하고플만큼

들판에 비친 빛깔이 따뜻하고 오묘했다

특히 미술공부를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앙리루소의 '방브 수문좌측의 방어 시설경관'은

펜화처럼 간결하면서도 여백이 많아 안정적이었다

전시관을 한바뀌 빙돌아 안내자 따라가기가 바빴다

미술감상은 뒷전이고 조잘대며 웅성이는 사람소리로 상세 설명도 귀를 쫑긋하지않으면

놓치고 말아 뭘 봤는지 생각도 안나지만 포스터를 장식한 공작부인을 그린 작품

에밀 오귀스트 샤를 카롤뤼스 뒤랑의'안나 오볼렌스카야의 초상'앞에 섰다

화가 이름도 길고 모델이름도 한참이나 불러야 한다

연분홍 꽃한송이를 잡고 서있는 피빛 도는 붉은 옷의 여인앞에 섰을때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꼭 다문 입술에다 손가락을 얹고 싶었다

한낮에 쨍한 햇볕이 박물관 유리창에 내려앉을 즈음에 흠뻑 취했던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빠져 나와 일본으로 밀반출 되었다가 반환된 고려시대의 경천사지 십층 석탑과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도 구경했다

잘은 모르지만 오지게 구경한번 잘했다

봄 마중하러 온날이기에 점심시간도 아깝다


수채화 분홍물감을 살짝살짝 붓질한듯 벚꽃 핀 남산이 오롯이 올려다 보이고

서울타워가 파란 하늘을 찌른다

어젯밤 내린비로 씻은듯이 공기도 깨끗하다

숲속 나무와 꽃체험이 아니래도 이미 사랑에 빠진 봄날 아무리 크고 멋진 건물안에만

있는다는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활짝 피기도 전에 날벼락 같은 비를 맞고 축 늘어진 꽃은 안됐지만

그냥 봄에는 마중하고 배웅해 주는것이 짧은 이봄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이 봄에 숨결로 움을 트는 그 여린것들을 많이 보면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태워서 시와 글을 짓는데 보탬이 될까 

발에 치이도록 흔하디 흔했던 좋게 불러 야생화이고 몽뚱그려 잡꽃들인것중에

꽃다지라는 노란꽃이 벌써 용산숲에 지천이다

냉이와 함께 캤던 기억이 나는 풀로 코딱지 나물이라고 했던 풀이다

소나무와 벚꽃 나무 배꽃나무 배울것은 천지고 머리는 딸린다

아는만큼 느끼고 또 느낀만큼 보인다는것은 알아도

나뭇가지에 물 오르고 새순 솟구치고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점점 듣기 어렵다

어서어서 녹음이 우거져 이파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소리라도 듣고 싶어진다


눈치 안본다는 할머니들의 대화중에는

오십대가 되면 이쁜년이나 못생긴년이나 마찬가지이고

육십대가 되면 배운년이나 안배운년이나 마찬가지이고

칠십대가 되면 있는년이나 없는년이나 마찬가지이고

팔십대가 되면 집에 누워있는년이나 산에 누워있는년이나 마찬가지라는

구닥다리 우스개소리가 있다

요즘은 십년씩 뒤로 미룬다면 모를까 인정하기 어렵고

육십대가 넘고 칠십대 팔십대 선배들의 정정한 소풍길 동참에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다

구십대가 되어도 누우면 죽고 서면 살듯이 돌아 다니다 한방에 쓰러져 죽었음 좋겠다

 "미쳐서 살고 깨어서 죽다."는 미치광이 이야기인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 묘비명이다

계절이 뒤바뀐 이 계절 미친듯이 봄을 사랑하고 살아야

봄 배웅도 쉬어진다

야외 숲에 있는 남계원 칠층석탑과 보물 제2호인 보신각종을 구경하고 가족공원은

다 돌아보지도 못한채 인공 거울못 가까이에서 박물관 전경을 렌즈에 담고

숲에서 만든 메타세콰이어 알팔지를 찬 팔을 들어 안녕하며

뒤돌아섰다

푸른 하늘과 산들산들 봄 바람 불어서 꽃향기로 유혹하는

마법에 걸리면 집 나오지 않을수 없는 짧은 봄날 서너시간만에

미술공부 자연공부 몰아서 하느라고 골이 뻑적지근 무겁다고 아우성거려도

살아있음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 


이글을 읽는 동문들 모두 꿈꾸는 봄날 되시고

행여 우울감이 드는 동문들이여

이 봄 만끽하여 기운 북돋는 계절이길 바랍니다.






너는 어디서 와서

샛노랑 새빨강 새하얀 꽃빛으로

수 놓는 다니,

 

너는 어디서 와서

연분홍 연보라 연초록 꽃그림자로

서 있는 다니,


그리움보다 더 늦게 와서

바람 보다도 더 빨리

왜 가려고 한다니,


수선화 꽃잎에

입맞춤 하고

진달래 꽃대에

기대고 싶어


나도 봄이고 싶다.



2018년 4월 중순 씀

글,사진 - 이 정

참고- 민족문화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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