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4. 17:52ㆍ친구
2018년 재경 총동창회 가을여행 후기
일시-2018년 9월18일 화요일~19일 수요일
장소-강원도 평창,속초
파란 하늘이 유난히 맑았던 구월 그날에
남과 북의 하늘과 땅이 열리고 우리도 만났다
여름이 끝나는곳에 너가 있었다
너는 가을,
그동안 흐트러진 정신줄이 제자리를 찾고 보니
어느새 달개비꽃들이 바르르 떨고 있고
귀뚜라미 우는 가을이 문틈으로 기어 들어온다
이 짧은 계절 다 지나가기전에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커가는 상사화도 만나야되고
군무 추는 억새와 함께 춤을 춰야 하고
바람스치는 들녘의 구절초 핀 길과 코스모스길도 걸어야해서
몸과 맘이 한꺼번에 바빠졌다
이제 넘길 달력은 네장밖에 안남았는데
세월은 유장한 강물처럼 잘도 흐른다
올 여름은 미쳐버릴것만 같은 폭염과 삼켜버릴것만 같았던 폭우가 있었다
하도 더워 하마트면 삭발할뻔했다
그 와중에도 안 죽고 살아남은 질긴 영란 선후배들은 가을 바람이 피워낸 꽃구경과
초록빛 꿈을 꾸게 만드는 바다를 구경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슴과 눈에 박힌 그리운 얼굴 보고 싶은 선후배와 떠나는 여행은
일박이일 일정으로 강원도로 떠난다
일정표에 써넣을 문구를 부탁받고 교복입은 그녀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러 상념들과 가슴에 박힌 이름과 눈에 박힌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까
어디서 살고는 있을까
만나야할 사람은 언제든지 만나게 되어 있다는 인연설을 믿기로 했다
오늘 인원이 삼백명이란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들은 태어나기도 많이 태어나
몇백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것은 낯설지 않았다
국민학교때는 뒷동산으로 당일치기 소풍을 갔고 중고등학교때도 이박삼일
많은 인원이 수학여행을 갔었다
그러나 나이들어 서너명도 아니고 삼백명씩이나 되는 늙은여자들끼리
떼로 몰려가는 여행은 처음이다
걱정과 긴장과 설렘으로 전날 잠을 설쳤다
평창 허브나라 구경을 시작으로 봉평 메밀꽃밭을 거쳐
속초에서 울산바위를 조망하며 하룻밤을 묵은뒤 푸른 바다를 볼수 있다니
가기도 전부터 가슴이 떨려왔다
일상에서 잠시 일탈하는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이다 라고 하듯
총무팀을 중심으로 사십일명의 봉사자들이 각각 다른 업무를 분담하여 일사불란한
팀웍이 이루어지는걸 보니 영란군대의 한 소대 같기도 하고
숨 막히는 치밀한 계획이 놀랍기만 하였다
망건 쓰다 장 파하거나 새벽달 보자고 초저녁부터 기다리는일은 절대 없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을 남기고 오는 여행이 되길 바라며
나래비로 줄선 여덟대의 빨간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려
드디어 일박이일 여행의 막이 올라갔다
한달전만 해도 태양은 버스창가로 흘러 넘치도록 뜨거웠는데
어느사이 따스한 햇살에 온 몸을 맡기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두번째 도전중인 백두대간도 슬슬 종착점에 다달아 지금쯤이면
설악의 속살을 걷고 있어야 할텐데 하필이면 이번 여행과 겹치는 사고가 났다
몸은 하나요 길은 두개라 결정이 쉽지 않았다
침 뱉어서 튀는곳으로 할까하다 첫번째 경험하고자 하는곳으로 마음은 움직였다
오늘 놓친길은 한반도의 장쾌한 등줄기인 백두대간길중에서도 백미길이다
설악산의 정상석인 대청봉을 찍고 희운각 대피소에서 별과 달을 보며 하룻밤을 꿈꾼뒤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운무에 휩싸인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 저항령을 거쳐 황철봉 너덜바위를 넘어
미시령까지 가는 길고 험한길이다
산은 언제난 그곳에 있고 언제든 내가 만나러 가면 될것이다
하마트면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해 마이크를 뺏을 뻔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네들의 장광한 연설과 맞바꾼 푸짐한 후원금이 있었다고 한다
내 지갑에는 만원짜리 넉장과 오천원짜리 두장의 현금밖에 없고 인터넷송금은 할줄도 모르는데
사고가 났다면 대신 물어줘야 할텐데 큰일이 아닐수 없었다
오천원어치 물건 사고 오만원을 주고도 태연한 나는 두 지폐를 구분하는것도
상당히 신경쓰이는 일이라 요샌 아예 오만원 지폐는 지갑에 없다
마이크 소리가 윙윙 거렸어도 내 귀를 꼭 누르고 견딘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 내일 일어날 일들의 즐거운 생각으로 기대 부푼꿈을 꾸며 조용히 가고 싶었다가
제약회사의 선물공세와 약 선전에 점점 짜증날때 즈음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긴 행렬의 버스는 횡성 휴계소에 다달았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말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점점 내 맘대로 조절안되는 육체로 인해
버스에서 내리고 오르고 화장실에서 볼일보는것도 젊은이보다 늘려
휴계소에서의 휴식도 느렸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길을 더 환하게 밝혀 아주 눈이 부실정도이고
메밀이 꽃밭을 이뤄 하얗게 피어있다
드디어 봉평 허브나라 농원이다
무엇이든 최초란 이름을 알리면 유명세를 타기마련이다
매년 수십만의 관광객이 봉평 흥정계곡의 맑은물이 흐르는 자락에 위치한
허브 생태정원에 들러 향기나는 허브꽃에 취해 있다 돌아간다고 한다
이곳 허브마을도 1993년 한국최초로 조성된 허브공원이다
십년도 넘은 십일월이었나보다
낙엽은 떨어지고 메밀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메밀밭이 삭막했던 어느날
그날은 내가 몹시 추웠던지
온실속에 온갖 허브꽃만이 싱싱하고 로즈마리를 제외한 실외 허브꽃은 추워 보였던 기억이 난다
벌벌 떨다 터키 갤러리에 들러 두꺼운 숄 하나를 사서 두르고
그날밤 잘곳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다 메밀꽃 필 무렵 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순전이 간판 제목만 보고 추워서 들어갔다 너무 뜨거워서 긴 잠 못이루고
동이 트기전에 빠져나와 추억이 새겨진 곳이다
"향기는 머나먼 거리와 세월을 넘나드는 여행을 가능케 하는 마법사다"라는
헬렌켈러의 말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향기나는 꽃으로 인해
만나는 인연들은 잊을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꽃잎이 몇 장 안보이는 꽃 비빔밥을 먹고 강원도 찰옥수수로 입가심했다
행여 쉰내나 풍기는 단체 여행이 되면 어쩌나 했던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고
몸 구석구석을 향기로 채운채 허브나라를 빠져나와 봉평의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이효석 문학관을 들렀다
한낮에 내리쬐는 햇볕으로 오르막은 덥고 메밀꽃은 절정으로 피어져 있었다
흰구름도 키 낮은 메밀꽃에 비껴난듯 하늘은 파랗게 높이 올라가고 있다
원래 메밀이 저리 작았나 키도 꽃도 작아 연약한 메밀밭에 사람들의 발로 쓰러진 가지가
애처롭기만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독야청청 할수없이 여린꽃은 뭉쳐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중략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여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일부분이다
한낮에는 장돌뱅이 등짝으로 땀을 흘려도 밤이 되면 개울물이 뼈가 시렸다는걸 보면
아마도 음력으로 팔월보름이 지났을 무렵이였을것이다
보름을 갓 지난 달이 부드러운 빛이 흐뭇하게 흘리고 있었으니
물방앗간에서 울고 있는 처녀를 어느 사낸들 하늘이 준 인연이라 생각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일제 강점기인 그 시절에는 어려운 집안일수록
숟가락 하나라도 덜기 위해 딸들은 일찍 시집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팔자소관으로 넘기기엔 너무 황홀한 하룻밤이 만들어준 인연은
순전히 짐승같은 달과 달에 젖은 생물들과 그리고 하얀 메밀꽃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홀딱벗는 장면보다 옷이 없으면 커튼이라도 가리고 있는 장면이
더 두근거리듯이 그 시절 소설들은 조신하여 더 상상을 자극했다
묶인 당나귀도 샘이 나 방울소리를 크게 냈을거 같아 미소가 지어진다
1936년에 발표된 짧은 소설은 달밤에 이루어진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낭만적으로 엮어 훗날 청소년들에게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필독서로 남았다
팔월보름을 일주일 앞두고 달은 점점 차올라 오늘밤이 하얀 메밀꽃밭에 드러눕기에는
제격일테지만 아쉽게 우리는 허연 대낮에 메밀밭에 도착했다
물방앗간에서도 메밀꽃밭에서도 좀 더 놀다가고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버스는 떠날 시각이다
오늘밤 묵을 숙소로 이동했다
예전의 대명콘도가 델피노 리조트로 변했단다
대명이 델피토로 변하고 콘도가 리조트로 바꿨어도 모두 잠자는 방이 있는곳이다
가을은 산 정상에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중이라
설악산 대청봉에 오른 동지들로부터 곱게 물든 단풍소식이 전해오고
난 숙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위풍당당한 울산바위만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았다
격조 있는 연회장에서의 만찬과 여흥은 크게 화려하지도 난해하지도 않고
훌륭한 후배의 찰진 사회덕에 오래 남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명사회자의 진행으로 선배들의 장기자랑과 후배들의 조력이 한층 빛을 내었던 시간이었다
오월에 피는 백합이라고도 불리는 영란꽃의 은은한 향기답게
훈훈한 선후배와 만나는 자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이야기이지만 예전에는 딸은 순하게 있다가 고추 터나 팔라고
순이나 자만 붙이면 이름이 되었었다
나이 들면서 이름 불릴일이 드물어서 그런지 그런 이름들이 정답게 와닿는것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스키와 세끼만 붙이면 가볍게 말이 되는 언어도 있고
순결 또는 다시 찾은 행복이라는 꽃말을 지닌 은방울꽃이 우리가 달았던 뺏지에는
지덕체를 겸비한 부덕을 가르치는것임을 새삼 알았다
생각나는대로 쓰지못할 단어가 없는 훌륭한 우리말만 쓰다가 외국에만 나가면 버벅거리는
영어가 지랄맞다
정상들은 편하게 앉아서 귀에 꼿고만 있어도 번역되는것도 있는가 보던데
높은 사람들만 혜택 누리지 말고 보통 사람들도 니말 내말 섞어 소통했으면 참 좋겠다
아름다운 화요일밤이 흐르고 있었다
애드거 앨런 포가 아내와 사별후 지은 '애너벨 리'중에
"달은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으리
별은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으리"
라고 썼다
아름다운 그녀들과 같은 꿈을 꾸고 그녀들의 눈빛이 영롱한 오늘밤이
동해바다와 설악으로 쏟아지는 별과 달은 최고조로 밝아오고 빛이 날것이다
하루종일 긴장한탓에 쉽게 잠들수 없는 밤이 될거라 미리 짐작하고
수면제 한알을 먹은탓에 별과 달은 꿈에서도 못만났다
그러길래 체력 딸린 내가 왜 찍사는 맡아가지고 난리를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행 다녀온곳을 복기 하려해도 무엇을 구경했는지 가물거려 놀이삼아 인증하기 시작한것이
재경 동창회사진까지 찍게 될줄 몰랐다
긴 시간 산행때는 내 몸도 무거워서 이젠 쓰잘떼기없는 젖 양쪽에서 이백그램씩만 떼어내도
가볍게 걸을수있겠다고 투덜댔었다
내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워 하면서 혹시 몰라 스페어 사진기까지 두개를 매달고 왔으니
오늘 선후배에게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보다
카메라만 안 달고 다녀도 나도 살랑거리는 원피스 입고 가을바람에 펄럭이고 싶은데
그녀들 사이 사이로 지나가는 가을바람이 야속하기만 했다
다음날,
알람소리가 울리고 설악이 잠에서 깨어날 시각이다
일출을 보려고 동해의 바닷가 모래사장에 섰다
동해의 푸른 물결은 북에서도 남에서도 분명 같은 바다여서
가를수가 없는데 금을 긋고 산 세월만 아득하다
이윽고 어두웠던 하늘은 붉은기를 띠며 작은 불덩이가 알몸으로 나온다
영롱한 붉은 광선이 검푸른 바닷물에 비추며 떠오르는 일출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이맛에 안락한 침대를 빠져나와 현장으로 달려오는가보다
잔잔한 파도소리와 꾸루룩 갈매기들은 나에게서 멀어지고
하얗게 밝아온 태양은 금세 구름옷을 걸친다
아침으로 사골국물이 진하게 배여있는 황태국물에 밥말아 먹고
상쾌한 아침햇살에 더 빨개진 버스행렬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낙산사에 도착했다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낙산사는 1340년여전 의상대사(625-702)가
당나라에서 화엄공부를 마치고 신라로 돌아와 관음보살이 일러준
대나무가 솟아난곳에 문무왕11년(671)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낙산은 산스크리트의 보타락가에서 유래한 말이며 관세음보살이 항상 머무는곳을 뜻한다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만나 여의주와 수정염주를 건네 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낙산사는
금강산 설악산과 함께 관동삼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다
흔히들 지팡이 꼿는 스님으로 알고 있는 의상대사는 해골 바가지물과 인연인 원효대사와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스님이다
원칙주의자인 의상은 선묘낭자와의 애정에도 선을 지켰으나
자유분방한 원효는 요석공주사이에서 설총을 낳았다
영주 봉황산 아래 의상과 선묘낭자의 전설이 깃든 부석사를 비롯하여
의상의 기도발로 왜적을 무찔렀다는 전설이 있어 의상의 영정이 모셔진 부산의 범어사
화엄종 수행을 마치고 돌아와 화엄사상을 널리 펼쳤던 팔만대장경이 보관중인 합천 해인사등
의상은 곳곳의 명당을 찾아 절을 짓고 수행하여 사찰마다 의상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곳이
없을 정도이다
지금도 낙산사에서 기도하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져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아
강화도의 보문사,남해의 보리암과 함께 으뜸으로 꼽는 기도처이다
보타전 앞에서의 단체사진으로 선후배와 여행은 절정을 지나가고 있었다
다리심 모자란 선배들은 정자에서 쉴때 해수관음상과 의상대 홍련암을
두루 돌아 보았다
동해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서 있는 십육미터의 해수관음상이
파란 하늘과 그림같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올라오길 잘했다
홍련암은 관음보살을 만나기 위해 의상이 기도한 바위굴위의 작은 암자이다
마룻바닥 가운데에 작은 구멍으로 파도치는 바다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위태위태한 바위와 출렁이는 물위에 세운 암자의 건축술이 대단하다
의상대는 낙산사를 짓기 위해 기도 드렸던 작은절로 불에 타 소실되고
후에 대사를 기념하는 정자가 세워진것이다
여러차례 소실되어 중건이 거듭된 낙산사에 또 다시 2005년 식목일날 큰불로
전각과 동종이 소실되는 비극을 겪고 다시 복원되었다
낙산사 아래 넘실대는 푸른바닷물에 내 꿈도 살짝 얹혀 띄워 보내며 천년고찰에서
잠시 묵상한후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대포항에 도착했다
짠내음이 훅 밀려온다
아, 바다가 곁에 있었다
회정식과 매운탕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외옹치항 둘레길을 걸었다
한국전쟁과 무장공비 침투로 인해 민간인이 출입 통제되던곳이 개방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바다향기를 찾아 오는 해안 둘레길이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 총 1.74km의 해안 산책길중 사진 놀이하면서는
외옹치 구간 일부만을 걷기도 빠듯했다
짙고 검푸른 푸른바다 아래와 위에서 물고기와 갈매기는 자유로웠다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햇볕은 머리위로 내리꼿아 뜨거웠다
다시 버스가 달리는 동안 점심 먹은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허기진다
횟집에서 나눈 술떡을 먹은뒤 깜빡 졸다 일어나보니
강원도 인제에 있는 내린천 휴게소에 다달았다
내린천 휴게소는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서울방향 첫 고속도로 휴게소이자
양양방향 마지막 휴게소이다
상공형 휴게소인 내린천 휴게소의 옥상으로 올라서니 청명한 강원도의 산과 하늘 공기와도
작별할 시각이 점점 다가온다
이곳에서 서울팀과 죽전팀으로 나눠지고 일박이일 여행은 종반을 향해간다
그리고,서울로 서울로 느리게 돌아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뒷풀이라고 들은것은 있어서 집에가서 자고 싶은 생각을 꼭 누르고
일본식 술집에 모인 자리에 꼽사리 꼈더니 안갔으면 또 후회할뻔했다
이틀간 이리저리 흩어져 열심히 봉사하느라 제대로된 안부도 못한 이들이
모인자리가 아닌가
삼백명을 이끌고 아무런 사고없이 무사귀환한 자리여서
술 한잔에도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취중에 흐트러진 모습이 보여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아까 귀경길 버스에서 왕년에 음악선생 출신도 얼굴이란 노래제목을 동그라미라고 하여도
모두 알아들었다
칠팔십년 산 동문들도 팔팔하게 집을 나와 기쁜 추억을 쌓은 여행이었지만
가끔은 육십년 산 동문들도 머리는 기역을 생각해도 입에서는 니은을 말하고 있을때가 많다
착한 순이가 남동생을 터 팔고 어느날부터 복자로 불리우는 얄궂은 세월을 산 우리는
돌덩이를 이고 있듯 무거운 책무가 있는 수석 땡땡을 수땡이라 불러도
용서가 되는 어두운 조명아래 발개진 그녀들의 얼굴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이시각이 있을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일을 하는것이다"라고
유명한 톨스토이가 강조하지 않했어도 모두 알고 있다
인생의 최고는 지금이니 가슴 뛰는대로 살자며 술잔을 짠 부딛쳤다
새처럼 빠르게 날다가도 때론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머뭇거리는 시간들이
오늘밤에는 째깍째깍 너무 빨라 밉다
그 옛날 고대 그리스의 소포클레스 명언도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했듯이
나이들수록 하루 하루 아까운 시간들만 남아 있을뿐이다
어차피 남은생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비극보단 희극이 한번이라도 더웃게 만들테니
오늘도 재미나게 연출하여 나를 사랑하는 즐거움으로 살아야겠다
어제 새벽에 지네에 물렸다는 그녀는 새롭게 탄생하여 열차안으로 사라지고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져 황홀했던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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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이틀만에 가까워진 동문들과 인연이 꿈만같아
못잊을 추억여행이 되었다
동해바다에서 꿈에서나 보았던 파랑새가 나타나기를 기도하고 돌아왔더니
추석 보름달이 높게 떠서 곱게 흘러내리고 있고
남북 정상이 한라산과 백두산 물을 합수하고 손을 잡는 감격의 순간을 보니
우리의 소원도 머지않아 이루어질거 같다
낮은곳으로 내려앉는 가을처럼 짧아서 더 슬픈 이 계절에는 남의 허물을 감싸 안고
낮은곳을 돌아보는 가을이면 좋겠다
내일은 여름내내 둘둘 말고 잤던 삼베 이불을 빨아 널어 말리고
장농이나 한바탕 뒤집어 정리해야겠다
파란 하늘과 강렬한 풍경이 두려울만치 예뻤던 일박이일의 여행을 벌써 그리워하며
이 글을 마친다
강원도에 가면
바다도 있고 산도 있어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싶고
산마루에 홀짝 오르고 싶은
한반도 동쪽,강원도에서
허브향기에 취해 나른한 오후
하얀 햇살이 메밀밭과 갈대밭에 내려
사랑과 우정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메밀밭에 앉은 우정이
눈물꽃으로 피어나고
갈대밭은 앉은 사랑이
바람꽃으로 피어났다
속초 바닷가 푸른 물위로
사라졌다 솟구쳤다 갈매기 한쌍
머물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수평선 너머로 찰나에 사라지면
해 저문 바닷가에 홀로 앉아
모래위에 그대 이름 적어본다
밤 하늘에 뜬 너와 나의 별
어느별에서 만나고 어느별에서 헤어져
그리워 하는지
사랑하는 내 벗님들아,
새벽별이 스러지고
동해의 새벽을 흔들어 깨기전에
향기어린 추억만 쌓자
조국의 이름으로 살다 가고프면
동해 바다 푸른물에 먼동이 틀때
낙산사 관음상 발 아래 기대어 기도하고
가을이 물들기전 설악의 품에 안겨보자
푸른 바다
푸른 산
푸른 하늘
푸른 너와 나
2018년 9월 하순 씀
글,사진-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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