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8. 17:54ㆍ친구
일시-2018년 8월28일 화요일 비옴
장소-진진바라 서초점
한달여간의 폭염에도 살아남은 재경 임원들과 이사회원들의 모임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예전만 같으면 팔일오 광복절을 지나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세상살이가 비정상이 정상되는 미친짓거리가 하도 많아 날씨도 미쳐가는구나 했다
작년도 아니고 지난달도 아닌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사계절 같은건
한반도에서 사라진줄 알았다
한방 물리면 퉁퉁 부어 오르는 극성스런 산모기도 칠팔월 더위에 기 떨어졌나
모기 퇴치제가 필요없을 정도였다
원래 높은산으로 오를수록 모기보다는 나비같은 곤충들이 많은편이다
가까운 야산에서도 하루살이가 눈앞과 귀옆에서 알짱거리고
사람사는곳까지 내려온 매미만 찌르를 찌르르 맴앰맴 맴앰맴 마지막 가는 여름
짝을 찾겠다고 발악발악 울어댄다
땅속에서 굼벵이로 몇년간 살다 허물을 벗고 단 열흘남짓 살수밖에 없는 매미에게는
처절한 울부짖음일테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가 입이 삐툴어진다더니
계절이 절기를 알아챈건가
태풍 영향인가
멀쩡한 침대 나두고 마루바닥에다 등짝대고 잠잔지가 무려 한달 엊그제밤 부터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가리가 벗어질만큼 아직 막바지 더위가 남긴했어도
진짜 여름이 가고 있는가 보다
이해인의 '이별노래'에는
"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요
이별은 그냥 이별인게 좋습니다
남은 정때문에 주저않지 않고 갈길을 가도록 도와 주십시요"라고 했다
여름 너와 이별하는것이 너무 좋아 다시는 너를 안부르고 싶다
여름도 여름 나름이지
올 여름같은 뜨거운 더위가 피끓는 청춘의 아이콘일지 몰라도
늙은이들은 죽을 고비를 넘긴셈이다
오죽하면 내년에도 이렇게 더우면 차라리 죽는다는 말들이 생겨났을고
빨리 이별하고 싶은 여름이다
부앙부앙한 만화같은 영화 '신과함께'를 보니 염라대왕 앞에까지 가는것도 힘들어서
죽어서도 또 죽을고비를 넘겨야 하겠더고만 사는것도 죽는것도
만만치 않아 내일조차 기약할수없는 목숨 그냥 오늘을 살아야겠다
그영화는 실제 주호민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나사풀린 사람처럼 멍때리며 더위타령만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가로수 매롱나무 진분홍꽃들이 지치지도 않고
몇번을 피고 지고 했는지 아직 붉은꽃이 곱다
흐리다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날
재경 동문 임원과 이사회원분들이 서초동에 위치한 진진바라로
오늘의 제2차 이사회와 4차 임원회의를 위해 하나둘 모여들었다
회의는 수석 부회장의 사회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회장의 인사말과 고문님 축사 그리고 전차의 회의록 낭독에 이어
상반기 재정과 수지 활동보고를 각각의 위원장들이 단상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재경 동문들의 모임인 동창회에 나와서 처음부터 놀랬지만 스피치 교육을 받은 사람모양
하나같이 격조있는 말들이 빛이났다
아마도 살면서 꾸준한 품격이 절로 베어진 모습이렸다
여러사람 앞에 서는것도 살갗이 떨리는 나같은 사람은 길게 말하는 것은 물론
대여섯 마디 말에도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는일이다
그런 내가 빛에 빠져 찍사를 하고 있으니 세상 오래살고 볼일이다
이어 올해 활동 계획안이 발표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회의 주제는
단연 가을여행 계획안이였다
단체사진을 끝으로 제1부 회의는 마치고 식사시간이다
푸짐하고 흐뭇한 맛이 북치듯이 반복된다는 뜻을 지닌 진진바라는
이름답게 음식이 계속 나왔다
퓨전인듯 한식인듯 양도 많고 가지수도 많아 나중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메인 요리는 생각이 안났다
강원도 찰옥수에다 케익과 다과,와인과 수다를 버무린 맛있고 즐거운 식사시간을 종치고
역시나 가을여행을 주제로 4차 임원회의를 했다
몇백명이 하룻밤 자는 여행이라니 걱정되고 기대된다
상큼한 풀꽃향기를 풍기는 여고생도 아니고 설마 운전기사님은 남자겠지
늙은 여자들이 한꺼번에 이리저리 몰려다녀 행여 쉰내 풍기는 여행이 아니였음 좋겠다
슬슬 내리던 빗줄기는 밤새 거세게 쏟아졌다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폭염이라더니 이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수축시간이 지연되어
폭우로 바뀌었단다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변덕이 심한 세상에서는 좋은 사람 만나기도 힘든데
오늘 훌륭한 동문들의 삶에서 희망은 사람이라는것을 배운다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 냄새가 풍겨올까
구월이 되어도 한낮은 더운 열기가 남아있을것이다
잔디색이 변하고 나뭇잎 색이 변하면 하루라도 젊었던 나도 변해갈것이다
그래도 어서어서 구월되고 시월되었음 좋겠다
이사회와 임원회의 후기 적는다고 앉아서는 후기가 아니라 일기를 쓰고 있다
올여름 배부르게 먹은 더위 탓이라 여길수밖에 없으며 이만 줄인다
2018년 8월29일 수요일 씀
재경서기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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