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2. 14:18ㆍ나의시
고향 동무
들길을 지나고
철길을 지나고
뚝방을 지나서
기차소리 들리는 작은 읍내 마을
들과
산과
강이
키워낸 동무들아
어릴적 우리는
봄이면 들판에서 쑥과 냉이를 캐고 진달래꽃을
따먹었었지
여름이면 또랑 물속에서 미꾸라지도 잡고 멱도 감고
이맘때쯤 가을에는 노랑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을 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또 눈 오는 겨울이 오면 손과 발이 얼도록 눈싸움 하느라
배고픈줄도 몰랐었는데...
값비싼 장남감과 전자기기가 없던 시절
아카시아 이파리와 질경이 줄기로도 힘을 겨루었지..
놀이 할거리가 넘쳐 하루해가 짧았던 어린시절
영원히 변치 말자며 어깨동무하고
골목길에서 웃고 울어 골목골목이 환했었지
그리곤 꽃과 나무로 자랐어
하얀 감자꽃과 들국화 피어나듯 수줍게 자라고
아름들이 커가는 나무처럼 싱싱하게 커서
세상에 떠밀려 뿔뿔이 흩어졌다
때론
가지 말아야할 길을 가보고
하지 말아야할 일도 하면서
세월이 가고 또 다시 세월이 오니
만경강 흐르는 호남평야의 너른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어느덧 우리도 가을이다
일제의 양곡수탈 중심지였던 양곡창고는 문화 에술촌이 되고
어릴때 숨바꼭질하던 이곳에서 다시 만나다니
반평생이 한줄기 햇살처럼 지나가 버렸어
아,
버스 창가와 기차 플랫폼에서 마주했던 손과 어깨를 잊진 않았겠지
철없는 어린날들의 전설은 어디로 갔는가?
뜬구름 처럼 꿈꾸던 젊은날은 다 어디로 갔는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살고는 있는것일까?
끝내 살아 있기는 한것인가?
굳게 손잡고 어깨 부딪쳤던 동무들아!
달 밝어 그리운 오늘밤
비록 잊혀진 꿈일지언정
비록 때와 땀에 찌든 잃어버린 옛이야기일지언정
발구르며 맹세하던 그시절로 돌아가
서로에게 달과 별이 되어
다시 꿈을 꾸고 노래 부르자
후두둑 이 가을 다 가기전에~
2018년 10월20일 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