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이사회및 6차 임원회의와 현판식

2019. 10. 23. 16:49친구


일시-2019년 10월22일 화요일 맑음

장소-수담.동창회 사무실



이제 아득해졌다.


태풍으로 피해입은 분들에게는 죄송스런 마음이 한가득인데 우리는 무슨 행운인지

태풍을 이리저리 잘도 피했던 날들이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만나 녹슬었던 심장과 내장에 기름칠을 한후

각자 일상의 일에 치여 그럭저럭 살다보니 지난달 일박이일 가을여행이

꿈만 같다.

시꺼먼 난닝구 패션에서 칼라풀한 땡땡이 패션으로 놀라게한 동기들

환갑 진갑 지난 사람들인지 인증 까봐야 알것이다

아~ 그날들이 몽땅 사라지다니,물리적인 시간은 되돌릴수 없어도 추억이란 단어로

그때를 떠올린다


못다한 사랑이 많아 주워졌다는 시월은 수확을 거두기에도,즐기기에도

너무 짧다

여름내내 더위에 시달렸어도 살은 찌고 다리심은 빠져버려 계절이 변하면서

바싹바싹 늙어가는 중이다

움켜쥐고 있기에는 너무 뜨거운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 살을 태우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주 창녕의 화왕산에 이어 문경의 황장산과 북한산에서 오랜만에 노폐 육수를 진땅 빼며

바람 한 점에 귓볼과 뺨위에 흐르던 땀방울이 마를때까지 걸었다

그제사 산산해진 정신도 제자리를 찾았다 

가을산으로 알려진 화왕산에서는 갸날픈 허리 이리저리 돌리는 억새 군무가

바람을 맞아 고요한 가을 적막을 깨더니

경북 문경과 충북 제천을 가르는 대간길중에 있는 황장산에서는

너른 은빛 물결위로 적당히 물들어가는 가을단풍이 자꾸만 손짓했다

동문들과 함께 갔어야 했을 북한산에서는 명산을 코앞에 두고 몰라 보다니

오후 햇빛을 받은 바위가 어느 보석보다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렸다

설악의 단풍은 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서 소백산 아래로 점점 물감칠을 할것이다

이럴때 드론촬영이 제격이지만 아서라,서투른 목수가 연장탓만 한다더니

대회에 나가 자랑질할것도 아닌데 들고 다니는 사징기도 감지덕지다

내가 보고 내가 읽기 위해 그냥 보이는대로 찍고 생각나는대로 쓰던것을

이렇게 모임 후기에 써먹게 될줄은 몰랐으니 부끄럽기만하다

아마도 남은 가을과 겨울에는 매일 참회의 글은 써야할거 같다


성주 사진 첨부



요즈음

안부가 궁금하여 만난 가족과 친구지간에도 자칫 니편 내편 구분 지어질까 두렵다

만국기라면 몰라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이리저리 뭉쳐 다니는 사람들이나

이름 만큼 간절한 개혁이 필요하다 여기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나

애국심은 다르지 않을텐데 피자도 아니고 세상이 두조각 났으니 말이다 

무지랭이한 내가 봐도 위정자란 분들이 권불십년을 왜 모를까

왜국이란 탈을 쓰고 자기 잇속챙기기에만 급급하니 답답한 현실이다

이럴때 본보기가 되는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같은 큰 스승의 가르침이 절실한데

이제는 책에서나 만나야 된다

어차피 내가 원하지 않아도 변하는게 세상이더구만

하늘은 지랄맞게 파래서 맘만 뒤숭숭하게 만든다

제3차 이사회와 6차 임원회의가 있는 날

어제의 미세먼지는 어딜가고 공기가 쾌청하다

하여간에 전여고는 무슨 점을 치길래 날짜는 기막히게 잘도 잡는다




1부 이사회는

사회자인 문영례 수석 부회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회의는 진행되었다 

이봉학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영자 고문님의 축사가 이어졌다

동창회관 사무실 오픈날을 맞이하여 어젯밤에 수면제가 필요 했을만큼 감격에 겨운

축사였다

그간의 우여곡절 사정과 고충을 조금이나마 듣게 된 자리여서

모인 동문 모두 눈시울이 뜨거웠다

다음으로 고문과 기대표 소개 순서에서는 21회 곽배현 선배님과 24회 박지연 선배님이

소개되었다

우리보다 무려 27년 24년 선배이니 구순을 앞 두신 두분이다

그 나이 되면 우린 제대로 걸어다니기나 할까 지하철을 타고 오셨단다

대단하신 두 분 선배님들 때문에 다리아파 동창회 못 다닌다는 말은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후,

전차 회의록 낭독은 이채은 수석서기,분과별 보고사항으로 기을여행 수지보고는 제성숙 수석재무,

가을여행 활동보고는 백미란 총무, 골프모임은 사회자가 대신했다

주니어 위원 활동으로 빵 봉사와 등산 모임 보고는 양정은 주니어 위원장이

장학회보고는 임영선 장학위원이 보고했다

활동 계회안으로 선후배 만남의밤과 정기총회 활동계획발표를 마치고

송업비 홍보위원장의 회보제작계획이 발표되었다

기타 토의사항으로 문명숙 운영위원장의 연회비 인상에 대한 건의사항 있었으나

섣불리 인상했을시 오는 피해와 오해를 불러들일 소지가 있다는 선배님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적자 운영되는 가을여행비를 적절한 선에서 추후 인상키로 합의를 하였다

공지사항은 33기 이성자 선배님과 34기 최명자 선배님이 자랑스런 동문상의

물망에 오르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재경 영란 장학회 정관이 만들어졌음을 공지하였다

사회자가 폐회를 선언으로 드디어 이사회를 마치고 식사 시간이다

밥때가 지나 수다와 반찬을 같이 먹어야길래 바쁘기만 한데 동창회사무실을 먼저 가야할판이다

급하면 똥도 끊고 나오는데 오늘처럼 완벽한 차림을 위해선 한식 코스요리 한번쯤 끊어도 상관없다



재경 동창회 사무실 현판식을 위해 미리 정해진 후배 차를 얻어타고 이동했다

각자 지가 알아서 몇시까지 오라해도 될것을,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일진 이진 삼진 그외 후진 차량으로 이동시키는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걸 보니 어느 밀정들의 첩보작전같다

내가 봐도 12대 58개띠들이 백령백리하여 뭉치니 아휴~무서워 죽겠다.

회의 장소와 가까운 거리의 동창회관은 역삼동 현대 벤처텔이다

미리 다과 세팅하며 기다리던 나선미 후배의 작품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꽃과 어우러진 다식과 연꽃과 오미자에 걸맞은 도자기에 담기까지

그녀의 애사롭지 않은 손길에 감탄하여 동창회관 개설에 기쁨과 흥분을

더 했다

문명숙 운영위원장의 현판식 사회로 현관에 달린 동창회관 문패를 드디어 개봉 했다

이어 43회 김계영 선배님의 축시가 낭독되었다

감동에 감동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어 33회 하정자 선배님의 축사와 박지연 선배님과 곽배현 왕선배님까지 축사를 들으니

점심 건너뛰었음에도 배가 부르다

21기 곽배현 선배님은 우리모두 한얼굴이고 한마음 같아 할말도 없으시다더니

말은 물론 노래까지 덤으로 하여 좌중을 들었다놨다 한다

안시켰으면 클랄뻔했고 오늘밤 집에가서 엄청 후회하셨을거 같다

부디 건강하시길 바랄뿐이다




현판식 식순을 마치고 격조있는 다과체험을 했다

미지근한 연꽃녹차의 은은함과 차가운 오미자차의 상큼함이 하루종일 두둥둥 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재경 회장의 선두 아래 힘쓰는 일부터 자질구레한 일까지 맡은 주니어 위원장의 노고가

빛을 발해 하얀 은방울꽃이 빨간 열매가 된 잔치였다

그외 35회 이두이 선배님의 일출사진을 비롯하여 컴퓨터와 프린터,장식장,꽃장식과 화분

심지어 풍선과 실내화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세심한 준비로 선후배가 만들어가는

동창회관이 문을 열게 되어 기쁜 자리가 아닐수 없었다

"이익으로 맺어진것은 위급하면 버리지만 자연의 힘으로 맺어진것은

위급하면 거두어들인다."는 장자의 옛말이 있듯이

세월을 뛰어넘은 동문들의 사랑과 우정으로 만난 우린 이익집단이 아니여서 다행이다

에스엔에스로 소통과 정보를 공유하는 요즘은 어느 모임에서나 든든한 재정이 중요한지라

돈지갑을 연 액수만큼 목소리도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왼손이 하는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할수 있는 사람이 없어져 버린 각박한 세상일지라도

영광스런 축제의장에 참석 못한 동문들에게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않고 쉴곳을 내주는 자연처럼

위로를 건내는 아량이 필요하다

화련한 축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거리에는 곱게 물든 낙엽이 떨어져 나 뒹군다

한때는 연초록 이파리로 싱싱했었는데,

지 몸 전체를 붓과 악기처럼 찬란하게 흔들었어도 한낱 부질없이 떨어져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나뉘어진 계층도 죽음앞에서는 평등하다지만

한계절 특히 가을을 보낼때면 한 잎 두잎 떨어져 썩을준비를 해야 한다니

서글픔이 몰려온다

부디 가더라도 천천히 가거라,가을아~


2019년 10월23일 씀

글.사진- 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