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재경 총동창회 정기총회및 송년회

2019. 11. 6. 09:24친구


일시-2019년 12월2일 월요일

장소-그랜드 힐 컨벤션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소리가,"

'구르몽'의 시 한구절이 찬서리에 젖은 낙엽위로 흩어진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었던 만추였는데 몇주만에 한 계절이 몽땅

사라져 버렸다.

지각각 색깔로 몸을 말리던 낙엽도 영혼을 털어내듯 가을과 이별하니

기해년 황금 돼지해도 점점 저물어 여기 또 하나의 이별이 기다린다





12대 재경 임원들의 잔치는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어 이렇게 마무리한다.

긴 인생의 시작과 끝인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무수한 시작과 끝 중에서

하나를 마친것이다

지난 이년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무슨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채 임원모임에 참가하여

처음엔 사람 만나는것도 무섭고 함께 밥먹고 함께 차를 타고 함께 잠을 자는것도 무서워

모든게 낯설었었다

인수인계를 하고 첫번째 이사회와 임원회의에서 긴장했던 임원들의 모습이

눈에 영력하다

그땐 모두 시험준비하는 사람처럼 긴장감이 흘렀던때라

친구들에게도 온화한 미소가 없고 공기도 탁한거 같아 숨이 막혀 도망가고 싶었었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흐르자 익숙이라는 단어가 정말 익숙하게 다가왔다

타지에서 사오십년을 지냈음에도 고향말을 잊지 않은 선후배와 동기라는 점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이제사 맘이 편해졌는데 오늘 행사를 마지막으로

진짜 이별이 찾아온것이다





12대 임원회의 구성은

회장을 위시하여 15명의 부회장과 5명의 총무,5명의 재무,5명의 서기,

그리고 각각 한명의 운영위원장,재정 위원장,봉사위원장,홍보위원장,문화위원장,

주니어위원장,수석 편집장과 여러명의 분과위원들로 구성되어 운영했다

명칭대로 각자 맡은 업무가 모여 재경 동창모임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목표점을 향한다

그중 내가 소속한 서기팀원은

감투에도 묵직한 돌을 넣은 수석 서기인 이채은

부회장겸 서기인 양길완

주니어 위원장과 동창회관장겸 서기인 양정은

산악대장겸 서기인 김영미

달랑 서기질도 무거워 헥헥 대는 나랑

있는듯 없는듯 조용해도 서기팀 몽땅 빠지면 동창회가 안돌아간다는 말도 있었으니

이리 소회 글을 쓰는것이 결코 자화자찬만은 아닌가보다

그녀들과 티격태격 언쟁 높이일 없이 죽이 잘 맞아 즐거운 추억도 쌓고 정도 들었다

서기라고 펜대만 굴리는것이라 알면 오산이고 회의록 작성 보고과 함께 사진도 찍고

영상도 만들고 카페와 밴드관리도 해야하는 업무다

그 중 모교 방문과 두번의 가을여행은 삼백명씩 움직이는 현장 사진을 찍는다는것은

찰나에 사라지는 순간의 모습을 담아야기에 남들보다 두배의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보일때도 안보일때도 있기 때문에

화려한 축제장에서도 지극히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영상 만든다고 음악에 빠졌던 지난해엔 돌발성 난청이란

생소한 경험도 했다

바른생활 프레임속의 임원들과 달리 어디로 튈지 몰라 좋게 말해 순수이지,

철딱서니 없다 보니 야단치지 않아도 지 풀에 꺽여 때론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었다

그러나,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란 속담대로 즐겁지 않으면 때려 죽인다해도 하기 싫을 테지만

다양한 피사체가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임원을 하니,마니에서 고사과 수락을 고민하던 때가 이년전 이맘때였는데

사양했더라면 까맣게 그을리고 땀내나는 산꾼들이나 가끔 만났을테니

나이 들어도 여자들이 이렇게 예쁠수 있다는걸 몰랐을것이다

언제 또 고명하신 선배님들 얼굴을 들이 대라고 말을 하겠으며

이쁜 후배님들 얼굴을 익히겠는가,사진 찍는일이 아니였음

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가시방석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하다

뛰쳐 나왔을것이다

소심하던 내가 무대위와 아래를 누비는 대담함이 있었으니

사람이란 동물은 환경에 따라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가보다

어느날,

삼백명씩 떼로 움직였던 여행후 감격에 겨운 자랑을 젊은 자식들에게 늘어지게 했더니

딸들은 이해가 되는듯하고 아들은 나이차가 그리 많은데 같이 어울릴수 있다는것이

신기하기만 하단다

허기사 개인적인 사고가 앞장인 요즘 젊은것들은 이해가 불가할것이다

쫀짜한  늙은 여자들도 가끔은 풀꽃향기 풍기는 데이트가 있다는것을,


드디어 정기총회와 송년회가 열리는 날,

마지막장의 달력 뒤엔 찬겨울 바람이 숨어 웅끄리고 있을테지만

겨울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오늘은 컨벤션 입구부터 동문들의 열기가 느껴져

즐거운날의 서막을 알린다 

이 날은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날이다

드디어 2019년 정기총회 개회식을 선언하며 회의가 시작되었다

1부 정기총회는 국민의례,내빈 소개,회장 인사와 축사, 시상,영상,격려금 수여,

감사보고,회무 회계보고,부의 안건,신임회장의 인사,합창과 교가에 이어

케잌 커팅을 마치고 폐회를 선언하기까지 한시간여의

회의를 하는내내 지루할틈을 주지 않았다

앞에는 화려한 꽃들이 있고 옆에는 보고팠던 친구가 있어도 즐겁지 않다면

넋 빠진채로 앉았다가,몸을 배배 꼬다가,화장실을 들락거렸을텐데

렌즈를 통해 바라보니 조명 아래 비친 눈동자들은 기쁨과 호기심에 반짝거렸다

지네 자랑만 늘어지게 한다고 손가락질하여도 임원들의 숨은 노고가 없었다면

회의 진행은 물흐르듯 매끄럽지 못했을것이다.

2부 오찬은 식성껏 챙겨먹는 부페다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아니 입이 원하는 단짠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끝나지 않은 축제를 이어간다

3부 송년회는 동문들과 화합의 시간으로 진짜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쯤 뜨듯한 전기장판위나 소파에서 비스듬히 누워 집구석만 지키다간

이렇게 아름다운 날이 있다는걸 모르고 지냈을 시간이거늘

나이와는 무관한 끼와 재능으로 깜짝깜짝 놀라며 흥겹게 놀았다

고향에서부터 올라온 친구들의 응원이 보태져

낮인지 밤인지 도통 모를 지경으로 즐거운 하루가 가고 있다

무엇이 나를 축제에 동참하게 했는지,

달콤하기만 했던 한낮이 지나 어둠이 내려오자

화려한 축제뒤에 오는 허망함이라니,

긴장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고적이 밀물처럼 몰려와 시멘트 아파트들도

감옥처럼 보이고 싸한 찬기운이 감돈다

불을 켜든 핫팩을 껴안든 무엇이라도 해야 이 적막감을 견딜수 있겠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정녕 헤어지게 된다니 멀쩡하던 모니터가 흐릿해져

미간이 오그라지고 눈알이 뻑적지근 쓰라려온다

잠시 달달한 꿀차라도 한잔 마시고 진정했다 다시 돌어와야겠다

~~~~~~~~~~~~~~~~~~~~~~~~~~~~~~~~~~~~~~~~~~계속




환갑 진갑 지나다 보니 예전에 환갑잔치를 왜 했나 이해가 간다

칠팔십 넘은 연령대의 선배님들이 보기에는 가소롭기짝이 없는 말이겠지만

눈물을 흘릴때와 멈출때를 헷갈리는 눈은 시도때도 없이 시큰거리질 않나,

예민한 코는 나도 모르는 사이 콧물이 줄줄 흘리질 않나,

좀 더 진한 맛을 요구하는 입은 자꾸 말라 수시로 물을 넣어줘야질 않나,

기 떨어지는 기색만 있어도 귀에 귀뚜라미가 놀러 오질 않나,

폐경되어 공장가동 멈춘지 십년도 넘었고 아직 오줌 지린적 없어 똥오줌 때문에 

실수는 없었지만 원하지 않아도 가스 배출되는 아래녘 구멍들까지 괄약근이 약해졌으니

어디 하나 싱싱한곳이 없다.

그리고,장기들과 뼈들 심지어 그것들을 감싸는 피부와 윤기없는 터럭들마저도

부시럭 거리는 마른 장작개비처럼 위태위태하니 말이다

땅이든 산이든 걸어 다니니 이만하지,좋아하는 숨쉬기 운동만 고집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입원실을 들락거렸을지도 모른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서기 감투에 이어 할머니 감투까지 얻느라고 기쁘기도 했지만

심신이 고달팠다

그동안 해복구완이라는것을 해보고 싶어도 소식없던 딸들이었다 

왜 하필 동창회 임원할때 일년에 한명씩 손주를 만들어 미역국을 끓여대는 부산함을 떨었으니,

아기 돌보는일보다 밥 먹고 돌아서면 그 놈의 밥때가 또,

내가 낳은 자식들 걷어 먹이다가 코피 터지는것은 감내하겠지만

내가 낳지도 않은 가족 포함하여 어른들 밥차리는 벅찬 가사일로 시도 때도 없이

몸살을 달고 살았다

핑계 아닌 핑계거리는 이런저런 세세한 행사를 놓치고 말았다

손목과 발목이 나가도 세끼 밥 먹는일만큼 중요하게 총동일을 챙겼던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맘이 앞선다


시작조차 두려워했던 일들이 끝나 간다니 아쉬워진다

지나간 일들은 언제나 후회와 감사가 함께 하여

이럴줄 알았음 좀 더 적극적으로 봉사를 할걸 그랬다


조은 산문집인 '마음이여 걸어라'에는

"중요하게 생각했던것들은 하잘것 없었다

하찮게 여겼던것들이 모두 소중했다."라고 썼다

또,내가 좋아하는 알렉산드로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말라

중략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슬픈것

모든것은 순간으로 다 지나가는것이며

지나간것은 훗날 소중한것이라네."라고 했다

지난 이년간 때론 맘 졸이고 때론 기뻐 날 뛰었던 일들도

어쩌면,점점 잊혀지게 될것이다

푸른 생을 거쳐 불타 오르는 정열을 태우다가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는것처럼

머물렀다 떠나는것을 잘 해야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텐데

임기동안 나는 밥값이나 했는가 모르겠다

말보다는 글이 편해 많은 말을 내뱉진 않했지만

짧은 말 한 마디와 적절치 못한 글 한 줄로 행여 격조있는 동창회에 누가 되고

상처를 입히지 않했을까 염려도 된다

아울러,낯 부끄러워 일대일 댓글도 건너 뛰었다는걸 밝히고

그동안 어쭙잖게 남긴 후기글을 관심있게 읽어주고 칭찬 아끼지 않았던 동문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송년회를 마치고 삼일후 해단식을 했다

휴~ 이제 해방이다

팔일오 광복도 아니고 해방이라니,그래도 우린 동창회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기에

광복 이상의 감격과 감사를 임원 모두에게 안보낼수가 없다

무엇보다 재경 장학사업을 성사 시켰고 동창회관을 개설하게 되었으니

더욱 뿌듯한 일을 한셈이다

Anything is possible

if you think it

if you plan it

you can do it

그동안 12대 함선을 무사고 항해코자 운전대를 잡은 선장 이봉학 회장은

앞으로 낮엔 많이 먹어 살 찌우고 밤엔 발 쭉 뻗고 잘 일만 남았다

인복 많고 지성미 넘치는 회장님 이젠 좋아하는 여행도 맘껏 다닐수 있겠다

머리는 말을 해도 입은 엉뚱한 소리만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마이크만 잡으면 입을 야물게도 움직이는 문영례 수석 부회장과

열다섯명씩이나 되는 부회장으로 할일이 그리많나 놀랐지만 든든한 재력을 뒷받침해준

부회장들이다

세치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듯 때론,삼촌지설로 혀를 내두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수 있으니 마음의 지표가 되고 표상이 되는 말은

몇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모든 행사의 계획과 실행에 있어 수고한 백미란 수석 총무와 총무님들 

특히,그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완벽했던것은 영특한 머리와 모든것을 견디게한

후덕한 등치 덕분이다 

삐쩍 마른 사람이었다면 옷 태는 날지 모르지만 아마 나가 떨어졌을것이다

뱃살 좀 빼려다 쌩병 된통 앓아보니 뱃살이나 젖살이나 모든 살들은 주신대로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는걸 배웠다 

또,아직도 오천원과 오만원 분간이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거금이나 잔돈이나

숫자 맞추기에는 달인격인 제성숙 수석재무와 재무팀원들

짧은 다리임에도 이리저리 다니느라 누구보다 더 뛰었을 이수석 서기와 우리 서기팀원들

그리고 기대표를 맡아 동기들 사기진작에 앞장선 이순옥 동기회장과

각분과 위원장님과 위원여러분 모두 이제 건강하게 사는일만 남았다

아울러,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고문님들과 명예회장님,감사님,여러 동문님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바람처럼 공기처럼



그럭저럭 살다보면,

그냥저냥 살아내다 보면,

그러다 보면,

바람이나 공기 되어

때때로 의미있는 삶의 순간들이 지나가겄지,

아직 유리창에 떨어지는 햇빛 한조각에 눈꺼풀은 떨리는데

정말 이제는 아쉬운 이별인가,

떨어진 낙엽 그자리,

그 빈 자리를 돌아

내 뼈들이 가랑잎처럼 바스락 거릴때까지

바람처럼 공기처럼

아련한 기억으로 남을일이 있었으니......

굿 바이!아듀!

십이대 임원들아!

당신들이 날 버리기전에

내가 먼저 작별을 고한다

잘 살아라,그동안 행복했다

~~~~~~~~~~~~~~~~~~~~~~~~~~~~~~~~~~~~~~~~~~끝

2019년 12월 초순 씀

글,사진-이 정(초록별에 부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