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8. 16:30ㆍ+ 백대명산
일시-2021년 7월7일 수요일 비
코스-작고개-합미성 산성-대성리 삼거리-합미성 산성-작고개
하루에 두산을 이어 산행하면 모를까
한번 마친 산행을 버스로 이동하여 식어버린 근육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는것은
고역이다
그럼에도 산악버스를 이용하는 산꾼들은 하기 싫어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일때가 있다
겸사겸사 두산을 인증하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장안산이 너무 짧았던지 우릴 태운 버스는 13번 지방도인 작고개에서 일행을 풀어놓는다
산행 들머리의 고도는 육백미터
장안산이나 마찬가지로 팔공산도 정상까지 거리는 삼킬로 오백여미터 고도만 올리면
쉽게 다녀올수 있는 거리다
버스 타고 이동할때만 해도 잠잠하던 빗줄기는 산행시작하자마다
다시 내린다
여름날 우중산행이 시원해서 좋다지만 너무 거세게 내리는것은
시원을 너머 추워지면 저체온증으로 이어져 위험해질수 있다
비가 너무 세차 쓰러진 큰나무가 산길을 가로 막기도 하고
길가에 핀 비비추도 쓰러질듯 간당간당하다
합미성 산성에 다달았다
합미성은 후백제때 축성된것으로 오랜 세월 흐르는 동안 대부분 파괴되고
북서쪽과 남쪽 일부만 온전하게 남아 있다
당시 군량미를 이곳에 모아두었다 하여 합미성이라 부른다
성에 주둔하던 군사들이 사용하던 급수관 시설이 있었다하나 지금은 볼수 없고
이 지역을 수꾸머리라고 부르는데 이는 군사가 주둔했던 수군지 라는 말에서
유래된것이란다
안개에 갇힌 산성이 기울어진 낙엽송 사이사이로 신령스럽기 그지없다
합미성을 지나도록 비는 그칠줄을 모른다
좀 더 가서 금평마을과 자고개 팔공산으로 나뉘어지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들머리에서 1.5km 팔공산 정상까지는 딱 절반이다
원래 두산찍기는 하지 않겠다는 계획대로 팔공산 정상을 포기하고
합미성으로 뒤돌아 나와 작고개로 원점회귀했다
날머리까지 오는동안 한낮임에도 한밤중같이 어둡고
비는 줄기찼다
천둥치고 마구 쏟아지는 빗줄기는 우산이나 우의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
산딸기가 뭉떵거리게 많아도 한가하게 따 먹을 여력이 없다
등에 밴 땀이 서늘하게 식어버리니 시원한 비내려 좋다던 말은 몇시간전 이야기고
입술이 파래진다
주룩주룩 거센 비가 무섭다
끈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왕복 삼킬로가 채 안되는 거리를 두시간 못걸려
날머리에 있는 버스로 돌아오니 나처럼 하루에 두산 타는걸 싫어하는
산꾼 몇몇은 아예 팔공산은 잊고 휴식모드중이다
빗물을 대충 닦고 옷을 갈아 입어도 끈적끈적 젖은 머리와 몸뚱아리
이미 젖어버린 배낭과 등산화 어디 하나 개운한것이 없다
정상까지 다녀온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귀경하는내내
퀴퀴한 냄새를 맡아 빗물 먹은 숲향기는 잊어버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