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6. 16:45ㆍ영화
감독-윤제균
출연-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뜨거운 여름, 파도소리가 해운대로 손짓한다.
신라 말기 유학자 최치원이 난세를 비관하여 해인사로 향하던중
이곳의 절경에 감탄하여 동백섬 바위에 자신의 자인 '해운'을 새긴것이
인연이 된어 해운대라 불려진곳,
부산,
기장,송정, 해운대에서 광안리,오륙도,자갈치,송도,다대포를 지나
을숙도까지 부산의 해안선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자연과 인간이 어울어진다.
더욱 아름다운것은 사람냄새가 물씬나는 야시장이 있다.
나는 딱한번 해운대 바다에 갔었다.
스물세살 꽃띠해에 열흘간 소록도 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길에 잠깐 들렸던 한낮에 해운대는 피서철이 지나 쓸쓸했었다.
2004년,
초대형 쓰나미가 동남아를 덮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을때
감독은 해운대에 있었고,
"만약 100만 인파가 몰리는 피서철 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친다면"
상상을 했고,
5년뒤 헐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의 틀이 아닌 한국형 정서를 담은 재난영화가 탄생된다.
쓰나미란,
갑작스런 충격으로 대앙이 요동치면서 급격한 파동이 생겨 일어나는 지진해일의 일본어이다.
주로 지진이나 화산폭발,운석 충돌등에 의해 발생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비행기보다 더 빠른 시속 800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다.
2004년 당시 원양어선을 타고 인도양에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은 예기치 않는 실수로
"연희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채 연희 아버지를 잃는다.
가까스로 구조되어 해운대 상가 번영회장직을 맡은 만식은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를 좋아하지만,
아들 하나 딸린 홀아비 만식은 마음을 숨길수밖에 없다.
사랑이 어디 감춘다고 되는일인가,
음식재료를 등에 잔뜩 짊어지고 나타나고
곤경에 처한 연희 곁에는 언제나 온몸을 던지며 막아주는 만식이 있었다.
술 배로 겔포스를 먹는다는게 일회용 샴푸를 먹어
거품을 토해내며 병원으로 실려가는등 그놈의 술이 문제다.
연희도 호감이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테이트를 하지만
적극적으로 프로포즈를 못하는 만식이 내심 불만스럽다.
영화는 세커플을 주로 다룬다.
해운대 해양 구조 대원인 만식이 동생,
형식은 해양순찰 도중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대는 희미를 발견하고 구한다.
자신을 구해준 스무일곱살 청년에게 첫눈에 반한 삼수생은 이대생으로 둔갑해서
형식을 정신 못차리게 애정행각을 벌인다.
느닷없이 달라들어 키스를 해대고 아랫입술을 물어뜯어 상처를 대는등,형식은 싫지만은 않다.
"당신은 오후 3시같은 남자"라며 추파를 보내고
형식은 억센 사투리와는 다른 살인 미소를 보낸다.
무슨일을 하기에 이른시간이기도 하고 늦은 시간이기도 한 오후 3시,
몇달 안남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정신나간 스무살 아가씨는 해변가에 있다.
또 다른 커플은
국제 해양연구소 지질박사 김휘는 해운대일대 지각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해운대를 찾는다.
7년전 이혼한 아내 유진이와 딸 지민이를 만나지만 아빠라고 말을 못하는 안타까운 아빠다.
부산엑스포 준비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유진은 커리우먼이다.
일에 성공한 엄마곁의 아이는 혼자일때가 많다.
김휘박사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인도네시아 당시 쓰나미와 흡사하다며 경고를 하지만 재난방재청이나 정부 당국은 무시한다.
상가 번영회 사람들과 만식 연희가 사직 야구장을 찾는장면은
실제로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스 경기가 있던 날이다.
롯데가 10연승고지를 앞두고 어떤경기보다 뜨거운 응원전이 있던날 인데
경기 초반 롯데가 5:0으로 뒤지다가 7:5로 역전승 했던경기다.
10연승 쾌거로 사직구장은 영화 촬영팀과 함께 기쁨을 누렸다고 한다.
부산 사람들은 심지어 할머니까지도 야구를 좋아하는것으로 유명한다.
만식이 술취해 머리에 비닐 풍선을 달고 이대호 선수에게 욕하는 장면은 관객들 배꼽을 뺀다.
프로포즈가 있던밤.
"내 아,를 낳아죠"
설경구의 감정연기가 대단하다.
스크린밖 설경구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송윤아의 마음을 사로 잡더니
여기서도 연희의 마음을 잡는다.
바다에 부서지는 불꽃은 한강의 불꽃놀이와 또 달랐다.
하늘의 별들을 모두 모았다 떨어뜨리는 형형색색 불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빠져 죽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만식의 마음을 얻어낸 연희는 그녀의 초등 동창 동춘으로부터 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되고
뱃머리에 묶어 마음을 전달하려 했던 빨간리본을 바다에 빠뜨린다.
코믹웃음을 선사하는 동춘은 동네 건달로 살면서 홀어머니 속을 썩이는 아들이지만
사랑에는 질투를 느끼는 남자이기도 한다.
관광놀이를 마다하고 아들의 구두를 사는 홀어머니와
엄마 소원대로 난생처음 면접을 보기로 결심한날 동춘은 물벼락을 만난다.
만식의 아들과 어머니를 데리고 피하는 동춘은 술주정뱅이 건달만이 아닌 사람이다.
광안대교 위에서 거꾸로 매달린 대형 컨테이너가 떨어지고
떨어지는 컨테이너 사이사이를 오가며 살아나는 동춘은 관객을 웃겼다,
어머니 영정사진을 들고 대성통곡하는 동춘은 관객을 울린다.
거대한 해일이 닥치는대는 10분여 시간밖에 없다.
해운대는 메가급 쓰나미를 만나고,
만식과 연희는 횟집에서 미포언덕길,달맞이고개 해운대 일대를 뛰고 또 뛴다.
충무로와 헐리우드가 공동제작한 물c,g(컴퓨터 그랙픽) 장면은
해운대 시장통거리에 설치한 간이수로 세트와 폐수영장을 이용한 유수풀에서 이루어졌다는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면 실감이 덜하다.
물과의 사투는 시작된다.
물위에서 살아남은자와
물속에서 감전되어 죽은자들 아비규환 자체다.
원양어선 선주였던 작은 아버지를 그렇게 미워했는데
만식은 그 작은 아버지로 인해 목숨을 건진다.
물속에 갇힌 엘리베이터에서의 유진은 용서를 구한다.
딸 지민을 헬리콥터 구조대로 올려보내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화해를 하고 죽는 김휘와 유진.
생면부지 남자를 살리고 사랑의 감정을 일으켜준 희미에게 시계를 남기고 죽는 형식.
시계는 오후 3시에 알람이 맞춰져 있었다.
무서운 파도와 시꺼먼 먹구름이 밀려오는 장면이 더욱 실감나게 만드는것은
역시 이병우 음악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티도 있다.
거대한 선박이 물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대형빌딩을 삼켜먹는 쓰나미가 지나가고 난후
무너진 횟집은 그대로이고,널부러진 접시도 있고,버린 빨간리본도 있다.
"사람사는게 마,거기서 거긴게다,특별한 남자없고,특별한 사람도 없는기라"
쓰나미를 겪고나서야 후회와 용서를 하는 우리에게 던진다.
내게 남은 시간이 10분이라면 할수 있는일은?
사랑? 자식? 국가? 명예?
잘 못알아 듣겠던 부산 사투리도 10분쯤 지나면 구수하게 다가온다.
와이 카노?
뭐라 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