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2010. 7. 22. 15:07영화

감독-강우석

출연-정재영(천용덕 이장)

        박해일(유해국)

        유준상(박민욱 검사)

        허준호(유목형)

        유해진(김덕천)

        김준배(하성규)

        김상호(전석만)

        유 선(이영지)

 

이끼는 2007년도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차지한 윤태호 작가의 원작이다.

후덕지근해 축축 처지는 여름날 극장가에는 주로 온몸을 오싹하게 소름돋는 귀신들이 등장해

블랙코미디나 역사물을 좋아하는 난 포스터에 괴기스런 정재영씨 모습에 관심이 없었는데

말수 적은 아들놈이 보고 와서는 한마디 건낸다."영화 괜찮아"

 

강우석 감독 작품으론 무시무시한 실화를 엮은 실미도를 본적이 있다.

흔적없이 역사 속으로 묻혀질뻔한 사건을 화면으로 들고와 많은이에 관심을 샀고

지금은  실미도가 여행객들의 일정이 되기도 한다.

 

부자지간의 연을 끊고 지낸지 20여년 지나고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받은 아들은 아버지가 살다 죽은

산골마을로 들어서며 영화는 시작된다.

사면이 작은 야산과 큰산으로 둘러 싸인 폐쇄된 마을엔

천용덕 이장과 유목형 포함 남자 5명에 여자 1명이 산다.

10여가구가 살도록 만들어진 마을은 무주 산골에 영화제작을 위해 마을을 통째로 구성해

스텝진들이 그곳에 나무도 심고 푸성귀도 가꾸어 먹었다 한다.

마을의 모든 집들이 이장집을 향하도록 하고

인간이며 인간위에 군립했던 이장집은 별장을 연상케 하는 복층구조로 

 마을 구석구석이 한눈에 들어와 감시한다.

살인,강간,폭력,매춘 갖가지 과거의 짐을 감춘채 사라가는 마을에는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린 집은 없다.

느닷없이 나타난 아들 유해국 때문에 경계의 눈초리는 따갑다.

"제가 여기 살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개새끼 한마리가 늘어나도 신경쓰이는 법인디,

 타지 사람이 이렇게 돌아다니면 오죽하겠느냐?"며

가는곳마다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덕천땜에

 영화는 계속되는 김장감에 잠시 잠깐씩 웃음을 준다.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된 비밀장부와

이장집 거실밑 바닥과 마을사람집 안방과 연결된 비밀통로를 발견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마을 형성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유해국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도시 직장 생활에서 낙오되고

가정생활에서도 이혼한 상태이다.

자신때문에 좌천되어버린 박민욱 검사에게

천용덕 이장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다.

 

아버지 유목형과 이장 천용덕과의 사이는

과거 죄수와 그 죄수를 담당했던 형사로 만났다.

요즘은 그런일들이 있을까 하지만 80년대 배경이되는 드라마 자이언트만 봐도

감옥에서 일어나는 결투는 흔하다.

같은 입장의 죄인들이 못으로 허벅지를 찌르고 칼로 발바닥을 그어도

유목형은 얼굴빛하나 이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불쌍히 여긴다.

골고다 언덕으로 잡혀가는 예수를 아무리 피박해도

"저들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하듯 유목형은 이미 선지자와 같다.

출애꿉끼가 아닌 출애굽기 21장 24절 말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손에는 손 발에는 발...."대로

영지를 강간한 동네 왈패들의 죄를 묻기도 하나

 또 다른 범죄을 부르는 수단일뿐이다.

영화는 과거 성덕 기도원 그리고 감옥과 이끼처럼 살아가는 현재를 넘나든다.

종교적 메시지를 빌어 나를 믿고 따르는 이는 죄를 사함 받고 천국에 이를것이고

나를 믿지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을 주고,

교인들에게 신의 길을 기르치고 있으나

가르치는자도 배우는자도 신앞에서는 인간일 뿐이다.

포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든 종교의 부조리를 영화는 때린다.

영화 밀양 에서도 종교의 숨어있는 빛과 그늘을 끄집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나고

아들을 잃은 엄마역을 가슴 절절히 연기한 전도연 그녀때문에 눈물 흘렸었다.

 

천용덕과 유목형,둘은 새로운 이상세상을 꿈꾸며 의기투합해 뭉치고

유목형은

"몸이 무거우면 생각이 게을러지고 그러면 죄가 끼어듭니다"며

몇 안되는 마을 주민에게 자신이 설교하는 교리를 실천해 옮기라 하고

자신이 먹는 생식을 권한다.

과거의 죄인들에게 현재도 죄인인양 꾸짖고

 용서와 구원하는 의미를 가르치는 유목형을

사람들은 처음엔 잘따르지만 점점 옥죄는 삶에 불편을 느끼고

심지어는 그를 따돌리게 된다.

유목형 자리는 천용덕 이장이 차지하고 

마을의 모든 부동산은 이장앞으로 명의가 이전된다.

돈이 가장 사랑하는 권력과 함께 한 이장은

과거의 형사 경력을 이용해 손짓 눈짓 말한디로 마을 사람과

이웃 읍내 경찰과 의사 모든 사람들을 손아귀에 넣고 산다.

하나밖에 없는 마을 여자 영지를

 늙은 이장과 같이 독거남자들이 번갈아가며 탐하고

얼킨 삶을 그대로 묶고 지내는 괴기한 마을이다.

영화를 보다보면,세상사에 같이가는 구원과 파멸,선과 악,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해자와 피해자가 등등이 헷갈려 머리가 복잡해질수도 있다.

 

2시간이 훨씬 넘는 영화는 무겁고 어려웠으나 생각할게 많아진다.

기도원 이름과 비슷한 이름으로 옆자리에 앉은 남편은

 내 문화갈증에 한달에 한두번 동행 해주는 영화관이 큰 선심인양,

엄지와 검지로 머리카락을 비비꼬며

"머리통 나쁜놈은 뭔 얘기인지 도통 이해 못해 먹겠는걸" 라고 서너번은 더 했을거다.

 

마을의 비밀이 하나씩 들어나고 이장을 따르던 성규와 석만이 죽어 나가고 집들이 불에 타자

유해진(김덕천)은 해국과 검사에게 스스로 찾아와

"다음은 내 차례여?

나는 이장님이 시켜서 한일인디

이장님이 감시 하라 혀서 허고..."잘 듣지 않음 못 알아듣는

긴독백을 절규하다 쓰러진다.

지능저하인 원작과는 달리 영화에선 덕천은

 약간 어눌하면서도 할말은 다 하고 사는 남자,

 이장이 손발로 사용 했을 정도로 너무나 순진해

 하얀 도화지에 이장 맘대로 색칠이 가능한 남자로 나온다.

촬영을 앞두고 잠적한 그가 제주도에서 2주일을 연습했다는 그 명장면을 보고

김혜수의 연인으로 당당히 나선 둘이 떠올려진다.

생긴것보다 또 다른것을 더 중시한 연인이 아닐까,

뭐 그리 못생긴것도 아니다.

 

천용덕 이장이 유목형에게 했던 의미 심장한 그말은

"니는 신이 될라 켓냐?

나는 인간이 될라 켓다.

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법을 알고 있는지 몰라도

나는 사람들의 목줄을 조여서 어떻게 조종해야 하는지를 안다."

"작은 도둑은 물건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이가 아니가."

어두침침하고 축축한 습기 많은곳에서 더 잘퍼지고 자라는 이끼가

가장 두려운 환한 빛이 쪼여지면 생명력은 시들해진다.

영화는 더 이상 범인을 찾아내는 숙제보다는

구원을 용서로 천국에 이르고자 한자와

구원을 갱생으로 현재 삶의 만족을 구하는자의 싸움으로

우리 사회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오실거죠?"

엔딩신에 영지의 전화가 영화의 궁금증은 조금 풀리지만,

기도원 신도들은 천용덕과 유목형중 누구일까,아님 단체 천국 관광행?

유목형 죽음은 천용덕과 이영지중 누구일까,아님 덕천?아님 자연사?

초록으로 파묻힌 마을엔 살아남은 사람과 산새들 소리가 생기있다.

 

 

시원하게 영화 한편으로 더위를 잊으려했던 내 생각은 비켜가고

밤이 되어도 찬바람하나 불지 않는 밤거리는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더 푹푹 쪄댔다.

집에가도 고장난 에어컨을 틀수없는 상황이고 샤워나 하고 찬물이나 한컵 들이켜야겠다며

고개 젖혀 하늘을 보자 우르릉쾅 쾅하고 칠월 굵은 장마비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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