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1

2010. 10. 24. 14:01여행

 

시월 파란 하늘이 흰구름을 업고 마실가듯

나는 삼십년지기 친구들과 남이섬에 갔다.

 

 

남이섬은 원래는 섬이 아니고 구릉지로 작은 봉우리였다.

1940년 청평댐이 완성되면서 주변이 물에 잠기고 봉우리는 섬이 되었다.

북한강에 떠있는 반달같은 섬은 약 46만 평방미터이며 둘레는 5km 여의도의 1/5정도이고

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이고

선착장과 주차장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에 속해 있단다.

 

원래 주인은 섬이름이기도 한 남이(1441-1468) 장군이다.

1960년대 중반에 경춘 관광주식회사에서 섬을 매입하여 관광지로 육성하고

현재는 강우현 대표 주식회사 남이나라 공화국이란다.

시호가 충무인 남이장군은 태종의 외손자로서

어머니가 태종의 네째딸 정선공주이다.

1457년(세조3년)에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1467년(세조13년)이시애가 북관에서 난을 일으키자 우대장으로 이를 평정한다.

그 공로로 적개공신 1등에 오르고 의산군에 봉해졌다.

서북면의 건주위를 정벌때도 선봉에 나섰고

27세에 병조판서에 오른다.

 

예종이 즉위한 원년(1468년).

신숙주 한명회등의 세력에 의해 이시애난때 등장한 신진세력을 제거하면서

강순과 함께 경사복장으로 강등된다.

혜성이 나타나는것을 보고"묵은것은 없애고 새것이 들어설 징조" 라고 하였다.

이것을 엿들은 유자광은 그가 영의정 강순과 역모를 꾸민다고 모함하여

고문받다 능지처참(거열형)을 당한다.

 

1818년(순조18)우의정 남공철의 주청으로 강순과 함께 관작에 복구되어

창녕의 구봉세원,서울 용산의 용문사및 서울 성동의 충민사에 배향 되어있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세조가 떠나고 남이를 벽안시했던

예종의 등장으로 급락하게 된 남이는 역모라는 죄목으로

후대의 전설속 이야기로 전해진다.

돌무더기가 있어 그돌을 집으로 가져가는 자는 우환이 온다고 전해지는 묘소는

그뒤 흙으로 덮고 봉분을 만들었다.

실제 남이 장군 묘는 이곳이 아니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단다.

아직도 몇몇 후손들은 남이장군 묘가 남이섬에 있다 선전하여

관광객을 끌고 있는것을 불편해 하는이도 있다 한다.

1991년 부터 각종 레저시설과 오락 숙박 식당등이 들어서고,

유람선 모터보트,수상스키등 놀거리들이 많다.

2001년 KBS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해

인근의 마석이나 강촌으로 물놀이 다녔던 중년들도

배용준과 최지우가 되어 젊은 낭만과 향수에 젖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어찌되었든,장군의 유배지가 개발되어 많은 외국인과 내국인의 발걸음을 부르니

몰랐던 의령남씨의 가문에 길이 남을일이다.

 

"백두산 높은 봉을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깊은 물을 말을 먹여 다 없애니,

남아 20세에 나라 평정 못하면

그 누가 대장부라 일컬 오리오."라고 장군은 시를 읊었다.

 

10월23일 토요일 12:06분

새벽 찬바람속을 뚫고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지루한 시간이고

나처럼 아침 나절이면 시들시들 한 사람이 슬슬 움직이는 대낮에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와 닿는 정오의 경춘선은 여유로웠다.

버스로 가자니 너무 이른 시각이고,

기차로 가자니 좋은 시간은 예약만료란 단어가 뜬다.

같은 하늘 아래 가까이에서도 서로 시간 마추기가 쉽지 않아

어렵사리 예약 시간이 조금 늦어도 진행하기로 했다. 

청량리에서 가평까지 한시간은 김밥 한줄로 요기하면서

초록과 단풍이 어우러진 산야에 빠져들기엔 너무 짧았다.

가평역에서 선착장까진 버스로 이동해도 십분이면 닿을 거리를

택시를 잡아타고 보니 줄서있는 차량으로 거리가 만원이다.

아직 단풍이 이른데도 관광객이 이렇게 많다니

벌써 돌아 나올일을 걱정하는 찰나에 나나나나 전화벨이 울리고

"야,택시 기사님이 들어가기도 힘들고 나오기도 힘들다는데

우리 자라섬이나 갈까?"

순간 우리의 계획은 무너지고 난 머리털나고 처음 오는 설램도 무너져 버릴뻔했다.

"지가 맥히면 얼마나 맥히겠어,섬에서 못놀면 발자국이라도 찍어보게 그냥 가장."

택시 기사의 만류에도 우리 일행은 선착장에 도착하고.

가이드로 나선 내 짝꿍은

새 물 바람소리가 인간의 숨소리와 동화되는 동화나라 노래의섬 남이섬이라고

적혀있는 입장권을 사서 입구에서 기다린다.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은 단체 관람객인줄 알고 순진한 내친구들과 나는 무사히 배를 탔다.

오늘처럼 인파에 밀려 다니는 날에는 다리가 놓여 걸어가면 좋으련만,

그래도 남이섬의 낭만은 배를 타고 건너야 제 맛이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배에 오르니 손에 잡힐듯 보이는 섬이 남이섬이다.

가스렌지를 켜고 전자렌지를 돌리면서 하루에도 수십번은 바라보는 한강물은

내 막힌 가슴을 달래주고 때론 끓어오르는 분노를 시원하게 하는 강물이다.

강물과 내발바닥에 철판을 두고 그, 강물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곱게 물들지 않은 산이 물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물색이 잿빛과 푸른빛이 돈다.

하늘을 나르는 부푼 기대를 안고 탄 제주도 신혼여행길 비행기안에서

세상구경좀 할라치니 금방 내리라 하던만,

물위에 뜬 배를 타고 사진 한방 박고, 심호흡 한번하니 내리라 한다.

꾀벗고 물속에서 어서오시라고 인사하는 여자의 안내를 받고

우리일행은 남이섬땅을 밟았다.

최지우가 모델인가, 얼추 비슷하고 여름은 시원하겠지만

겨울에는 얼마나 추울까, 하필 물속에 세워놓을게 뭐람..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온것 같은데 막상 안에서는

가족, 단체 아님 연인끼리 어울려 산책하는 모습이 한가롭다.

점만 찍으려던 점심을 우리는 커피와 함께 이것저것 먹다보니

배가 불러도 꿀맛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유치원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와

까악까악 새소리가 남이섬 곳곳에서 들린다.

나도 코평수를 넓혀 가져가지 못할 가을 냄새 맡기에 여념없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 접어드니 사진에서만 보았던 바로 그길이다.

팔로 안아도 한아름이나 되는 잘생기고도 늘씬한 나무는

남이섬에 오는 사람은 누구 할것없이 사진찍는 명소란다.

매타작도 아니고 이름이 입에서 맴도는 나무이름은 외워도 금방 잊어버린다.

"밤나무길이나 감나무길이면 금세 알텐데..그쟝?"

나이들면 사진찍는거 싫지만,모처럼 시간내 왔으니

젊은애들 하는거처럼 손가락으로 v자도 해보며 사진도 찍었다.

내가 남편손을 꽉잡고 폼을 잡고 서니 친구들은 놀려댄다.

신혼여행에 지들이 들러리로 따라온것같다고..

그려,맞다 신혼여행 구혼여행이 뭐 별거더냐,

맘에 맞는 인연들과 동행하면 즐거운 여행이 되는거지.

 

 

 

 

 

 

 

  

 

 

 

은행나무길엔 벌써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은행나무잎을 주워 책갈피에 꽃았던 기억이 언제적이던가,

이파리보다는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열매가 먼저 눈에 띄는 이유는

서글프게도 나이들어서 일게다.

새노랗게 핀 은행나무와 빨간 단풍나무 아래서 왁자지껄 떠드는 가을도

잎새 떨어지면 적막한 겨울이 또 올거야...

좀더 한적한 강변길로 접어드니 수상스키는 빠른속도로 질주하고

슬슬 다리도 뻐근하고 왜 또 오줌은 그리 잘 메려운지 모르겠다.

생리도 없어지고 무늬만 여자로 남아 골고루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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