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사람들

2012. 3. 28. 16:00좋은글

며칠동안 비가 내리고 안개가 숲을 가리더니 수목들이 물기가 배었다.

겨울 동안 소식이 묘연하던 다람쥐가 엊그제부터

양지쪽 헌식돌 곁에 나와 내 공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늦가을 무렵까지 윤기가 흐르던 털이 겨울을 견디느라 그랬음인지

까칠해졌다.

겨우내 들을수 없던 산비둘기 소리가 다시 구우구우 울기 시작했고

밤으로는 앞산에서 고라니 우는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있다.

나는 한밤중의 잠에서 자주 깨어 일어난다.

이런걸 가리켜서 사람들은 봄의 시작이라고 한다.

-법정 스님 수상집(서 있는 사람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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