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5. 21:56ㆍ영화
감독-조 라이트
출연-키이라 나이틀리(안나 카레니나),주드로(알렉시 카레인),애론 테일러 존슨(브론스키)등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작품인 안나 카레니나는
여러번 영화화 되었었다.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 수상에다
촬영상,미술상,음악상 후보에 오른 영화는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어 무대위에서 영화화 된것이다.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귀족사회 유부녀의 불륜을 다루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결혼 출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질을 묘사한 방대한 원작을 두시간여 동안에 표현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여 원작을 모르면 다소 생소하고
상상력을 요구하는 영화이다.
연극을 영화로 끌어들인 감독의 영화는 툭툭 끊어지는 스토리에
가정을 파탄시킨 안나의 불륜에 초점이 맞춰진듯 하여
15세 관람이 당황스럽다.
대략의 줄거리는,
안나 카레니나(키이라 나이틀리)는 8살 아들,세료자를 둔 엄마이자
러시아 사교계의 아름다운 외모와 교양을 갖춘 여인으로,
비서가 수시로 입혀주는 옷 매무새며 단 한 번의 면도날로
얼굴이 깨끗하게 변하는 러시아 거물급 정치가인
알렉시 카레인 (주드로) 남편과 사는 그녀는
숨도 크게 못쉬게 몸을 골셋으로 칭칭 감고
밥먹은거 소화도 안되게 생긴 옷을 입고 사는데
상류 사회의 우아한 여인으로 살아가는게 뭐가 그리 좋다고,
세상 사람들 눈에 부러움의 대상이다.
안나는 친오빠(매튜 맥퍼딘)의 외도로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새언니(켈리 맥도널드)를 위로하기 위하여 모스크바로 향한다.
역사는 밤에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여행길에서도 이루어지듯
그녀는 운명의 남자,브론스키(에론 테일러 존스)를 만난다.
불우한 한 가장이 열차에 치어 죽자 브론스키가 동정을
베풀어 도와주는 장면을 안나는 목격한다.
열여덟에 결혼한 안나는 화화로운 저택에서 살고 있지만
가부장적이고 고루한 남편과 사랑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이다.
남편이 손까락 꺽는 소리에 질색하는 안나를 보니
어떤 부부나 마찬가지 인가보다.
이쁠때는 이불속에서 방귀를 뀌고 코를 골아도 이쁘고
미울때는 쩝쩝거리며 먹는 입은 물론 뒤통수만 보아도 밉다.
알렉시 카레인 남편은 승승장구 러시아를 이끄는 거물로 잘 나가는데
안나 카레니나 아내는 권태기인지 호강에 겨워 그만 한눈을 판다.
한편,딸아이의 가정교사와 바람난 오빠와 새언니를 화해시킨 안나는
새언니의 동생인 키티(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브론스키가
연인 사이란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기차역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첫만남 뒤로 애써 눈길을 피하지만
무도회에서 만난 두사람은 대사 없이 춤곡 만이 흐르는데
격정의 댄스를 추게 된다.
키티의 흰드레스와 대조적인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안나
그녀의 비극적인 삶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하다.
걷잡을수없는 사랑의 욕망에 빠진 안나는 브론스키와 위험한 관계를 지속한다.
첫 정사에서 안나는 "하느님 나를 용서하세요."라 말한다.
감독은 부정을 저지르는 남성에게는 관대하고
여성에게는 돌을 던지는 사회적 모순과 위선에 맞서
안나가 저지른 불륜의 심판을 사람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보여주려 한다
경마에 기수로 나선 브론스키가 말과 함께 쓰러지는걸 보자
안나의 부적절한 언행에서 둘의 관계가 사실상 알려진다.
분노한 남편은 그녀를 애써 타이르고 윽박질러 보아도
한번 빠진 사랑은 사교계 전체에 퍼져 지탄을 받는다.
안나 그녀는 브론스키와의 관계에서 임신하여 딸아이를 낳는다.
남편은 아내의 부정으로 분하고 상심 하였으나
브론스키를 다른지방으로 발령내 떠나게 하여 가정을 지키고
아내를 용서하려 한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이혼이란 흉이 아니지만 남성적인 가부장 사회에서는
사회적인 지휘와 명성에 누가 될까 두려워 이혼이 크게 걸림돌 일게다.
고루한 전통사회에 반기를 드는 안나의 행동이 과연 오른지
살다보면 사랑이 아니어도 정으로 살아갈텐데,
아무리 봐도 남편이 더 잘났더만.젊은 혈기의 기병 장교에 푹 빠졌다.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어린 아들을 나두고
"그를 떠나 보내는건 내 심장에 총을 쏘는 거예요."라며
그를 따라 나선다.미친년 오살년이다.
보수적인 사교계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버린다는것은 용납 되지 않아
그녀는 사교계에서도 추방당해 외톨이가 된다.
안나는 삶의 전부가 브론스키이고, 브론스키의 삶의 일부분이 안나인데
자기만 바라보라고 사랑타령만 하고 있으니 결국 히스테리 발작하고
모르핀 마약까지 마신다.
한편,애인을 빼앗긴 키티(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지주 아들인 농부 레빈의
끈질긴 구애끝에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산다.
알파벳 첫글자로 퍼즐을 맞춰 프로포즈 하는 장면과
죽어가는 레빈형을 간호하는 키티가 천사같고
그녀를 바라보는 레빈의 모습이 순수하고 인상 깊다.
화해 모드로 바뀐 안나 오빠의 가정에는 오빠의 바람기는 여전하고
새언니의 희생이 따를뿐이다.
아들도 못 만나고 이혼도 제대로 안되는 지옥같은 삶에서
자신의 전부였던 브론스키를 버리고
스스로 기차에 뛰어들어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사랑 그놈 때문에 죽음 까지 몰고 간다
넓은 들판 하얀꽃밭에서 자신의 아들과 안나의 딸을 바라보는
알렉시 카레인의 모습에서 안나는 용서가 되었지만
자신을 감추고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상류층 사회에서는
비록 사랑이라 하여도 욕망으로 시작된 불륜은 어떤식으로든지
파멸을 길로 내모는걸 보여준 영화는 우울하다.
개인적으로 고전 명작영화를 좋아하지만 연극적인 세트 무대가
답답하게 다가온 안나 카레니나를 봐도
나를 버리고 그를 갖고 싶었던 그런 지독한 사랑도 변할수 있다는게
만고의 진리다.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었어'라는 노랫말처럼 안나의
위험한 사랑과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
너의 벗 되어
동행 하는 길,
일백번 운동화끈 조이고 널 만났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드냐,
봄 여름 가을 겨울
강물 처럼 흘러 돌아오지 않는 우리네 생,
이 길 가까이서
저 산 멀리서
구름 되고 바람되어 가는길 외롭지 않게 해다오.
2013년 4월7일
글-李 貞
사진-다음 포토,孫 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