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2013. 10. 9. 21:55영화

 

 

감독-이준익

출연-설경구,엄지원,이레,김해숙,김상호,라미란등

 

"가장 아픈곳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이야기."

소원의 이야기이다.

 

2008년 12월 안산에서

"여학생이 나중에 크면 어차피 다 경험할건데..."라며 사건 진술했던

조두순 만행사건인 실화가 영화의 모티브인듯 하다.

머리와 얼굴을 구타하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다음 성폭행하여

대장과 항문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큰 수술을 받고

지울수없는 상처를 입은 여자아이를 기억할것이다.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을 영화로 까지 엮어

새삼 피해자 가족에게 두번 상처를 주는일 일수도 있는 영화

소원은 경남 창원의 어느 초등학교 정문앞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다.

제목처럼 이름이 같은 임소원은 산수문제가 어렵고

같은반 영석이가 좋은 초등2학년 여자아이다.

"큰상처를 겪은 가족들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상을 되찾기까지의 진심어린 가족의 태도와

주변 사람들의 열망등이 고스란히 담기는 영화이다."라고

설명하는 이준익 감독 말마따나 눈물과 웃음이 함께 한다.

 

수퍼와 문방구 가게를 동시에 운영하는 소원 문방구집 이층에는

아빠 동훈(설경구)와 엄마 미희(엄지원) 그리고 예쁜 딸 소원(이레)

셋이서 살고 있다.

 

평소에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와 딸에게 무뚝뚝한 남편

동훈은, 집에오면 소파에 몸을 껌딱지 붙인듯 소파에 누워

야구중계만 보고 심지어 밥먹을때도 눈은 테레비에 고정시키는

야구광이다.

엄마 미희는 공장에서 받아오는 남편 월급으로는 성이 안차

구멍가게가 딸린 문방구를 운영하여 정작 아침 등교시간에는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 머리 묶어줄 시간조차 내기 힘든 엄마이다.

 

비오는 어느 여름날 아침,

그날도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아빠가 소원이 머리를 묶어 주려는데

직장 동료에게 급한 전화를 받고 머리는 안 묶어지고

학교갈 시간이 지나서 결국 핀을 꼿고 소원이는 등교길을 나선다.

지름길인 골목길로 가지말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큰길로 가라는

엄마의 당부대로 소원은 학교로 향했다.

낯선 중년의 남자가 비를 쫄딱 맞으며 소원의 앞을 가로 막고선다.

우산을 씌워 달라며 접근한 남자는 그리고 얼마후

테레비와 라디오에는

"등교하던 초등생을 납치해 인근 공사장으로 끌고가

성폭행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뉴스가 나온다

위급한 상황임에도 바쁜 부모대신 112에 직접 신고한 소원은

우산을 빌려주지 않으면 나쁜 아이라 생각이 드는

또래보다 영리하고 밝은 성격의 아이였는데

나쁜 아저씨는 그런 귀여운 아이를 성폭행 했다.

응급실에 실려간 소원은 수술실로 들어가

항문과 대장 자궁을 들어내고 살아나지만

평생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

 

 

공장에서 그리고 집에서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간

아빠와 엄마 오열한다

설경구의 맘대로 울지도 못하는 미칠것같은 연기가

사람 맘을 더 쑤셔 놓아 여기 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놈의 머리만 빨리 묶어 기다리는 영석이와 같이 갔더라면

비도 오는데 엄마가 학교까지만 바래다 주었다면

후회해도 이미 사건은 일어나고 침대에서 사경를 헤매는 딸 소원이를

바라보는 아빠와 엄마는 애간장이 녹아든다.

 

 

자식이 아프면 내가 더 아프다는걸 부모라면 누구나 안다.

"차라리 세상의 모든 아가 다 똑같은 일을 겪었다면 좋겠다."

엄지원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급기야 쓰러지는 엄마도

응급조치를 받는데 임신 오개월이다.

무뚝뚝한 남편과 몇년만에 딱 한번 합방하고 생겨난 아이란다.

아내와 딸이 한꺼번에 병원 침대에 누워있으니

남편은 공장에 나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공장에

피해를 줄수없어 퇴직금으로 병원비를 충당하려 하니

공장장 영석이 아빠(김상호)가 아내 몰래 감춰둔

비자금을 빌려준다.

남자의 우정이 돗보인다.

영석이 엄마(라미란)역시,열번이나 와보고도 돌아서다 미희앞에 나타나서는

소문내면 입을 쫙 찢어 뿌린다나 어쩐다냐 하며 오해를 풀며

소원이 엄마와 함께 눈물 콧물 흘리며 혈연보다 진한 우정에

관객들도 같이 화해의 눈물이 난다.

 

 

익숙하지 않는 인공항문으로 똥물이 흘러나와 아빠가 치우려다

소원이 다리를 만지는데 소원이는 그때 그일이 떠올라

숨이 넘어가며 죽을만치 괴로워하다 그만 아빠를 두려워하는

존재가 된다.

남자만 보면 공포에 떠는 소원이 어찌 될지 안쓰럽다.

어릴때 성폭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중에 커서

결혼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는게 사실이란다.

세상이 남자가 반 여자가 반으로 성별을 나누어 사이좋게 살아가자 해도

그런 나쁜놈 때문에 세상살이가 고달픈 살이가 된다.

차라리 아이 만들때 빼고는 모두가 한가지 기능은 제거하면

그런일은 없을텐데 그럼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고 또 난리가 날테고

암튼 내몸은 내가 알아서 지키고 살아가야한다.

성인 남자를 거부하는 소원이 때문에 얼굴을 들어내놓고

마주 할수없는 아빠는 더욱 괴로워 한다.

 

 

한편,경찰과 아동 성폭행 센터에서는 범인의 행방을

찾아 나서는데 범인의 몽타주를 들고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소원이 앞에 사진을 들이밀고 어떤 놈이냐고 잡아내라한다.

똑똑한 소원이는 단번에 범인을 지목하고 범인은 검거 된다.

해바리기 아동 성폭행센터의 소아정신과 전문의 정숙(김해숙)은

자신의 딸이 어릴때 성폭행으로 죽고 자신도 따라 죽으려 차를 몰고

물속으로 빠졌지만 살아남아 다리병신이 되고 그뒤 공부를 하여

이렇게 성폭행 당해 힘든 가족과 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산다는

정숙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취한 엄마는 단골 친구인 영석이 엄마와

여경과 함께 소원이가 좋아하는 동화 냉장고 아로미와 케로 인형을 둘러쓰고

춤추며 노래하며 딸아이 웃음을 되찾아 주려 애를 쓴다.

 

병원치료를 끝내고 소원이와 아빠 엄마는 집으로 돌아온다

오는 도중 사건을 경험했던 그길이 나오자 소원이는 숨이 막히고 토하지만

집앞에 붙여진 같은반 친구들의 격려 편지와 알림장으로 도배한

따뜻한 환영행사에 소원이는 다시 힘을 얻는다.

 

 

영석이 조금만 기다리다 같이 학교 갔더라면 소원이가 그리 안되었을것을

지가 먼저 가서 그리 되었다고 고해성사하면서 엉엉 우는 영석이 보니

소원이네는 이웃에 따뜻한 영석이네 가족이 있어 희망이 있다.

세상사 아무리 힘든일이 닥쳐도 날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곁에 있다면

용기가 다시 나는법이니 영석이란놈 얼굴만 큰줄 알았더만

맘도 넉넉하게 크고 좋다.

 

 

관객 모두가 화가나는 일은 재판과정 이었을 것이다

병원침대에서 사진으로 범인 지목도 모자라 재판에 증인 출석하여

다시금 범인 사진을 가려내라는 것이다.

혈흔과 지문이 확실한데 굳이 어린아이가 두번씩 이나

범인 얼굴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법부가 미웠다.

판사의 공판은 더 미웠다.

감옥 면회실에서는 타협하지 않으면 나중에 보자던 범인이 법정에서는

내가 언제 그랬는가요,술 마시고 전혀 기억 없어 모르쇠로 나가는 범인을

심신 미약자로 구분하여 12년 구형을 내린다.

판사의 딸이 성폭행 당했더라도 그런 구형을 내렸을까 의문이 든다.

"술 처먹었다고 봐주면 술마시고 운전하는것도 봐줘야지,"영석이 아빠가

미친듯이 토해내도 한번 내린 구형은 그대로이다.

술마시면 개가 되는 나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상참작이라니

그동안 우리는 성폭행 사건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한심한 판결을 내렸다.

아동 성폭행은 즉시 사형으로 때린다면 죽기 싫어서라도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것 같다.

최소한 징역 100년은 때리든지 오줌만 누게 만들던지 해야지

전자발치나 차고 다니게 한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동훈이 판사 명패를 들고 범인을 내려 치려하자 어른들의 잘못을

어린 아이가 달래듯 아빠 다리를 붙잡고 말리는 소원이 때문에

아빠는 또 다시 울분을 삼킨다.

9살 소원이가 12년후면 19살이 된다.

피해자 인권보다 가해자 인권이 더 보장되고 피해자가

숨어지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행이 지난 6월19일부터 성폭력 관련범죄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법률이 시행되어 음주했다 봐주는 일은 없어졌다 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고통 받는일은 시청률과 조회수 올리려

뉴스거리라 싶으면 병원이든 감옥이든 달려드는 기자들 때문에

내가 뭘 많이 잘못했나 싶게 두번세번 피해를 입는다.

 

딸에게 가까이 다가 갈수없는 아빠는 문틈사이로 살짝 살짝 바라보는

가슴 찢어지는 아빠의 심정이 안쓰럽다.

설경구의 감정 연기가 진짜 아버지 마음으로 전해진다.

사탕 주머니를 몰래 건네고, 코코몽 인형탈속에서 비오듯 땀을 흐리며

소원이의 마음이 열리길 기원하며 애쓴다.

병실로 학교로 소원이 가는길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빨강 소시지 코코몽은

결국 소원이의 마음을 녹이고 아빠임을 알아차린다.

인형 뚜껑을 열고 아빠의 땀을 닦아줄때 나는 엄청나게 울었다.

 

 

"아이고 죽겠다."할머니가 하는 말을 "왜 태어났을까"라 이해했던

소원이가 이제는 동생 소망이가 태어나고 태어난걸 감사하는

소원이로 변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소원이네 가족은

야구를 좋아하는 아빠와 사랑스런 두아이의 억척엄마는

행복한 나날이 쭉 계속 되었음 바램이다.

 

 

 

엔딩씬이 나오고 음악이 흐르는데 윤도현이 작사 작곡 노래한

소원이란 노래가 발길을 잡는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말라버려 가슴 답답한 사람이나

가족이 얼마만치 소중한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이 정화되는 눈물을 흘려보라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2013년 10월13일씀

글-이 정

사진-다음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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