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0. 14:31ㆍ백두대간
일시-2015년8월11일 화요일 흐림
장소-백두대간 함백산 구간 남진
코스-두문동재(싸리재)-은대봉-중함백-함백산-만항재-창옥봉-수리봉-화방재(어평재)
백두대간길 11.6km+접속구간 0km=11.6km를 6시간 걸음
막바지 여름 휴가철에 살갗도 피로한 팔월 열하루날
오늘 이어갈 백두대간길은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매봉산을 거쳐 피재까지 걸었던
지난 17차를 잇는 구간으로 역시 들머리인 두문동재에서부터
천상의 여름 화원으로 이름난 곳 이란다
매번 가는곳이 처음이지만 해발 1268m의 두문동재 높은 고지에서
천사백여미터의 은대봉을 거쳐 천오백여미터의 함백산을 넘나드는
하늘길을 걷는 코스라 더욱 기대반 걱정반으로 길을 나선다
서울 한낮 기온이 32도 강원도 최고 온도는 28도라는 기상예보를 알고
버스에서 하차해 보니 한여름 땡볕을 가려줄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여져 있다
얇은 흰구름에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서울의 여름날씨가 아니었다.
높은 하늘길에서 파란 하늘을 볼수 없음이 아쉽지만 땡볕에 머리 식힐일 없으니
오히려 걷기에는 편하게 생겼다
일명 싸리재라고 부르는 두문동재에서 일킬로를 이십여분만 올라서면
두문동재를 사이에 두고 금대봉과 이웃하고 있는 은대봉(1442.3m)이 나온다
고개 아래 정암사를 세울때 조성된 금탑 은탑에서 그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정암사는 우리나라 오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신라의 자장(590-658)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이곳에 모신뒤
입적할때까지 머물었던 절이다
여기서부터 펼쳐지는 야생화 꽃은 천상의 화원이란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펼쳐져 대간길에 이렇게 꽃길로만 걸어가도 되는지 흥분된다
더군다나 접속구간 하나도 없이 오롯이 백두대간길만 걷는다니
이 또한 즐거운 날이 될거 같다
숲속의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일행을 맞이하는 야생화 축제가 끝났어도
야생화 군락지답게 꽃 천지다
지난해 부터 정부가 야생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관련예산이 87억이나 된다
환경부 문화체육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부처가 일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 관심사항으로 청와대앞 광장에서부터 서천의 국립생태공원등
전국 방방곡곡에 야생화를 심는단다.
여름꽃을 피우기 위해 봄에는 나물로 견뎌온 꽃이라니
고통없이 피워내는 꽃은 하나도 없음이 분명하다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보라색 형형색색의 많은 야생화속에서도
진초록 푸른풀숲에서 단연 돗보이는 꽃은 주황색 동자꽃이었다.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지닌 동자꽃은 스님을 기다리다 암자에서 홀로 죽은 동자승의
전설이 깃든 꽃이란다.
화려함 뒤에 슬픔이 배인줄도 모르고 무더기로 피어있는 처음본 동자꽃이 너무 이뻐
가다서다 사진 찍느라고 예정된 시간보다 여유를 부리며
백두대간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38번 국도가 지나는 두문동재 고갯길 서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아
하늘아래 첫 도시라 불리는 고원 관광도시 태백시가 있고
동쪽으로는 정선과 고한읍을 가르는 능선이다
참나무 길을 지나 헬기장이 있는 은대봉이다
이어 발아래에는 수많은 터널 중에서도 가장 길다는 정암터널이 지난다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서 이십여분을 지나
해발 고도 1505m의 중함백에 닿는다
거기서1.1km를 더 가면 오늘의 최고봉인 함백산(1572.9m)이 나온다.
함백산 오르는 길목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데군데
있어 발아래 작은 연보라의 노루오줌 연노랑의 물레나물 등
야생화와 조화로운 화원을 이르고 있다
누군가는 자연스런 정원에 감탄하고 누군가는 초록의 능선에 감탄하며
등짝에 무거운 베낭을 맨지도 모르게 걷고 또 걸었다
함백산은 산경표에는 대박산이라 했는데 크고 밝은뫼 라는뜻이다
삼국유사에는 불교의 수미산과 같은뜻의 묘범산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하에 많은 석탄이 매장되어 있어 유명한 함백 탄광이 있었다
함백산은 한라산 백록담(1951m)지리산 천왕봉(1915m)설악산 대청봉(1708m)
덕유산 향적봉(1614m) 계방산(1577m)에 이어 1572.9m 높이로
여섯번째 높은산이다
함백산 정상에 오르니 은대봉을 거쳐 두문동재 금대봉까지 걸어왔던
마루금이 흐린 하늘아래 진하게 넘실댄다.
정상석 뒤로는 첨성대와 비슷한 모양의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함백산에서부터는 거의 내리막과 평지로 이어진 길이다
2.8km를 내려오면 만항재(1330m)가 나온다
야생화 꽃 축제 흔적에 꽃길로 돌아돌아 구경하니
그많은 꽃이 다른 생김생김에 붙여진 이름 하나하나가 사연이 없는게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하나둘 잊어버리고 마는 꽃이지만
작디 작은 우리꽃들이 세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만항재는 백두대간 구간중 자동차로 올라갈수 있는 가장 높은재로
영월군 상동읍과 정선군 고한읍을 연결하는 지방도로이다
도로를 건너서 산길로 다시 접어들어 백두대간길을 이어갔다
창옥봉과 수리봉 봉우리로 가는길은 얇은 오르막과 내리막길로
편한길이다보니 앞서가는 일행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대여섯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일행들과 뒤쳐지는 체력으로
한계를 느낄때쯤 수리봉(1214m)에 도착했다.
수리봉에서 1km여를 내려가면 오늘의 날머리인 화방재가 나온다
950m의 화방재는
진달래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고개라 이름도 화방재란다
태백과 영월을 연결하는 지방도로로 이곳 주민들은 어평재라고 부르는데
서쪽 기슭의 어평이란 마을 이름에서 유래한단다
죽고 나서 태백산의 산신이 된 단종의 혼령이 이곳에 이르러
"이곳부터 내땅이다"라고 했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지명이라 한다.
조선의 6대왕인 단종은 병약한 문종이 죽자 열두살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다
수렴청정을 받을 대왕대비는 커녕 대비도 없는 상태로 즉위하여
모든 정치는 문종의 유명을 받든 고명대신들 황보인과 김종서등에
집중되어 왕권이 무력했다
문종이 죽자 어린 단종을 보필한다는 명목으로 정치권에 들어온 수양대군은
안평대군과의 세력다툼으로 1453년 10월 계유정난을 일으킨다
수양은 안평과 대신들을 참살하고 조정을 손에 넣었다
수양에 정권이 장악된 가운데 단종은 정순왕후를 맞이하는 혼사를 치뤘다
왕의 측근들을 죄인으로 몰아 모두 유배시키자 위험을 느낀 단종은
왕위를 내놓고 물러나 상왕이 되나 머지않아 유배된 금성대군이
단종을 복위 계획이 발각되어 서인으로 강등되고 영월로 유배되어
열일곱 나이에 사사 되었다
숙종1681년 숙종7년때 노산군으로 추봉되고 1698년에 단종으로 복위되었다.
"원통한 새 한마리 궁에서 쫓겨나와
외로운 몸 그림자 푸른산 헤매네
밤마다 자려해도 잠은 오지않고
해마다 한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구나
울음소리 끊긴 새벽산엔 어스름 달 비추고
봄 골짜기엔 피 토한듯 꽃이 붉어라
하늘은 귀 먹어서 이 하소연 못듣는데
어찌하여 서러운 이내 몸 귀만 홀로 밝았는가"
"달 밝은밤 소쩍새 슬피우니
시름 못잊어 자규루에 기대었네
네 울음 소리 내 듣기 괴롭구나
그 소리 없으면 내 시름도 없을것을
세상의 괴로운 이들에게 내말을 전하노니
춘삼월 자규류에는 오르지 마오."
비운의 단종이 억울한 심정을 담은 글이다.
도착한 휴계소 간판도 어평 휴계소 였다.
휴계소 한쪽에서 철철 넘치는 지하수로 발만 씻어도 뜨거웠던 몸이
얼얼해진 기분이다
안그래도 푸른 보라색인 금강초롱꽃과 모싯대와 잔대라는 꽃이
비슷하여 헷갈린다고 생각하며 야생화 축제꽃밭을 지나왔는데
깊은 산중에서나 볼수 있는 금강초롱꽃이 휴계소 작은 화분에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우주 삼라만상이 꽃의 감성과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도원선사의 말씀대로
꽃들이 만들어낸 우주의 놀라운 섭리를 발견한 하루가 아닐수 없다
꽃 구경하며 걸었던 백두대간길이 또 몇번이나 나올지
진부령에서 두로령까지 빼먹은 구간은 언제나 할수 있을지
다음 구간은 태백산 구간을 간다는데 벌써 걱정이 된다.
야생꽃
태초의 오랜세월 아주 먼곳에서
고요한 아침 이슬 맞으며
너는 왔다
햇살 한 줌과 바람으로 키워
야생의 초원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너는 왔다
천둥 번개 치고 고통스런 슬픔이 몰아쳐도
푸른 대지위로 얽굴 내밀고
너는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어듬속에서도 기다림을 안기며
너는 왔다
화끈거리는 여름낮에
금강초롱 어쩌자고 불 밝히냐
소나기 내리는 여름낮에
하늘나리 어쩌자고 고개 들었냐.
풀숲 건너 희미한 햇살과 함께 널 만나고도
벌써 멀어져가는 슬픔이 엄습한다
널 부른다
삼천리 화려한 강산에서
나의 영혼도 꽃답게 스러진다
2015년 8월중순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