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이사회 및 2차 임원회의(2018년 3월6일)후기

2018. 3. 6. 22:04친구

 

 

제1차 이사회 및 2차 임원회의 후기(2018년 3월6일)


 


이공십팔년 벌써 두장의 달력을 넘겼다 

올해는 욕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데

내가 잘못 읽었나 어찌 첫 글자부터 입이 꼬인다


오늘은 재경 전주여고 제1차 이사회 및 2차 임원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주말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살포시 내린탓에 봄이 성큼 왔나

간간히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이 세포를 놀라게 할뿐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하늘은 맑고 따뜻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도 짝짓기를 하여 알을 까고

사랑이 꽃 피는 춘삼월 경칩이다

겨울에서 봄이 오는 계절까지 눈과 얼음 구경만 실컨 하다보니

아직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와 바람꽃 한송이도 못 보고

개구리는 커녕 기어다니는 벌레 한마리도 대면 못했다

이맘때면 관절과 위장 특히 성인병에 좋다는 고로쇠 수액채취로

사람 뼈는 단단해질지 몰라도 나무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개구리알을 먹으면 자기알이 단단해지는건가

허리병에 좋다는 개구리알까지 주워 먹는통에

물 웅덩이에 시글시글하던 개구리 알과 올챙이도 별로 없고

그나마 토종 개구리보다는 황소 개구리가 설친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북 봉화에 있는 도래기재로 이동했을것이다

오늘 대간길이 경상도 봉화에서 강원도 영월로 넘어갈수 있는 88국도의 도래기재를 시작으로

박달령 고개로 내려왔다가 다시 선달산으로 올라 정상을 찍고 늦은목이까지

15km를 걷는날이다

언젠가 이구간은 따로 땜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남았다

지금쯤 영주의 부석사를 에워싸고 있는 선달산 능선 어디쯤 걷고 있을터인데

산자락은 잠시 잊고 이사회와 임원회의에 충성해야한다



첫번째 이사회와 두번째 임원회의가 동시에 치뤄지는것이여서

여러명의 선배 동창 후배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라는건 눈치로 때려 맞춘다 해도

이사와 임원 구분이 안되어 여러명의 동기들에게 부연 설명을 들었다

2017년 제19호 동창회보지를 다시금 펼쳐보며 이사와 임원 공부를 복습하다보니

내가 12대 임원인줄 알았는데 66페이지에는 제11대 임원명단으로 쓰여있다

오타겠지 하면서도 헷갈린다


정해진 틀과 규칙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12대 임원들에 비하면

나는 일명 서기라는 직분으로 카메라를 들었음에도 내가 미쳤나

여전히 도망가고픈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편으로 이 모임 저 모임 만들어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왔다갔다

즐겁게 사는 동기들을 가까이에서 보는것만으로도

덩달아 다른 별난 즐거움도 맛보면서 말이다

화사한 봄차림으로 나타난 임원들과 선배님 그리고 기대표들까지

삼사십년의 세월은 어마무시한 역사가 뒤바뀔 시간임에도

단아하면서도 깔끔한 전주여고생 다웠다





정오가 넘어가고 마침내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제1부 순서인 이사회에서는 회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고문님들의 축사를 들었다

또박또박 설득력있는 회장님의 말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나이드신 고문님들의 언사는 경험에서 절로 나오는 따스한 격려와 가르침으로

남는다 



선배님들의 소개와 각기 대표 소개를 마치고 재무의 결산보고 시간이다

요즘 별명이 된 수재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하면서도 누구보다 잘 모르는 친구다

처음에는 숨 막혀 죽겠더고만 지금은 있으면 위안이 되고 없으면 두리번 찾게 되니 말이다

영혼이 들락날락 부족하면 채워주고 때론 꼴 사납게 넘치면 제지할수 그런 친구

친구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즐거운 세상은 수재와 천치가 함께 사는것이다

총무의 연간활동 계획 발표다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거 없지만 어쩜 가장 중요한것이 올해

총 동창회 활동 계획이다

그리고 2018년 예산안과 12대 임원승인안을 통과했다

공지사항을 끝으로 1부 순서를 마쳤다




제2부 순서는 코스요리로 식사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했다

퓨전 한식은 여전히 깔끔 상큼하고 맛있었지만 진한 정이 담긴 맛은 아니라서

연세든 선배님들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두번째 먹어본다고 벌써 까탈을 부리다니 시장이 반찬인걸 배가 불렀나 보다

어떤 추위에도 겨울을 견디며 갈색빛 감도는 푸름으로 봄의 기운을 알리는

냉이 된장국과 누룽지 숭늉이 고소했다

예전 사람들은 꼭 숭늉을 마셔줘야 밥상을 물렸는데

요즘 사람들은 숭늉 대신 커피를 즐겨 마신다

회장님은 안그래도 회장되어 머리 터지게 생겼음에도 그녀의 섬세한 성격은

케익 선물까지 곁들였다

퓨전 한식집에서는 배 터질일 없으니 달달한 케익 정도는 혀끝에서부터 녹여줄 의무가 있다

사석이면 모를까 지 신상 소개 하기도 버거운 동창회 모임에서 자식 자랑 남편 자랑

한술 더 떠 손주 자랑에 특히 돈자랑까지 회의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사람은 꼴불견이고

끝도 없는 자랑질 하는 사람치고 베풀고 사는사람 드물다

말 안해도 잘 난줄 이미 알지만 아무런 소리소문없이 깜짝 선물에 모두 감동 할수밖에 없다




제3부의 시간이다

선배님들은 모두 퇴장하시고 우리 동기들과 후배들만 남았다

연락담당 임원들의 전화요청으로 오늘 회의에 기대표 선배님들이 많이

참석했단다

연락병들에게 노고의 박수를 보내며 모든 회의를 마쳤다



내 카메라의 역사는 한 남자를 만나며 시작된다

결혼전 처음 받은 선물이나 어차피 몇달만에 함께 살게 되었으니

내것이 니것 되는것도 금방이었다

한달치 월급을 몽땅 털은 카메라는 필름을 넣어야만 찍어진다

그때는 다 그랬다

그러기를 삼십오년동안 카메라의 변천사는 나에게도 있었다

무겁다는 이유로 좀더 가볍게 다음은 비디오 카메라에서

점점 작고 가벼운 기종으로 바뀌었다

실력은 모자라면서 아무리 친한 친구가 전문가 양성 교습 찍사면 뭐하나

사진교실에 나오라고 성화여도 배우기는 싫어 나의 잘못된 기술과 교만한 구도는

순전히 독학으로 공들여진 잘못된 습관이다

내 글은 남들보다 내가 읽으려고 쓰는 글이라 딱 그 수준이고

내 사진은 내 눈에 보이는것만을 저장하는 수준이다

글과 사진 모두 정식으로 배운것이 없으니 영원히 사이비 글쟁이에 사이비 찍사다

연장탓만 하다 세월만 지났다

그나마 새끼들 어릴때 순간 포착 사진이 각자 앨범에 빼곡하여 다행이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면서 인화는 뒷전이고 컴퓨터로 저장하는 바람에

요즘은 오히려 죽 늘어놓고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으나

무당집 될까봐 꾹 참는다

며칠전 환갑 선물로 여덟번째 카메라가 내손에 쥐어졌다

다이소 매장과 수퍼마켓 실내에서 이틀간 연습을 마치고 마침내 이사회및 임원회의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어찌 나왔는지 궁금하여 그날밤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앞에 앉아 있었다


지난달 겨울 축제는 끝났다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과 드론쇼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강원도의 추위와 바람도 청춘의 열정을 이길순 없었다

17일간 동계 올림픽은 세계 92개국이 모여 치룬 빙상게임과 설상게임으로

15개 종목에서 102개의 금메달이 수여되는 지구촌 축제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정도는 조금 알겠는데

누워서 타고 엎드려서 타고 날아 오르고 하늘에서 몸을 배배 틀고

지그재그로 타고 심지어 좁은 상자속에 머리를 처박고도 타는 별의별 종목들이 많다

얼음위에 잠깐 서 있는것은 고사하고 눈밭에서도 아이젠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나같은 사람은

눈 깜짝할사이에 벌어지는 경이로운 장면을 두 눈으로 구경하는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에 보니 둥근 돌덩이를 밀고 얼음바닥을 쓸고 닦다 깜짝 은메달을 딴 컬링과

남과북이 단일팀을 이뤘으나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아이스하키가 인기가 많았다

우려와 염려에도 남과 북이 하나라는걸 다시한번 인식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올림픽을 마친 평창에서는 다시한번 장애를 딛고 인간승리의 참모습을 볼수 있는

겨울 패럴림픽을 이어가지만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뜨뜻 미지근하다

 

뉴스는 늘 새로운 기사거리를 만들어간다

헐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은 한국판 미투가 되어 여기저기서 난리다

성회롱과 성추행에서 성폭행으로 갈수록 태산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면피용 사과에 이어

일생에 걸쳐 쌓은 명예와 권위가 한방에 날라갔다

그동안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오랜시절부터 묵인해왔다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때만해도 여자 아이들이 주로 노는 고무줄 놀이에서

남자 아이들은 고무줄 끊고 여자 치마 들추는 아이스케키 하는게 다반사였다

일러 바쳐도 혼내기보다 조신한 몸가짐을 바라는 남성우월사상이 팽배했던

지난날의 한 단면이다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학교에서는 훈임남자 선생이 제일 무서웠다

더 예전에는 돈푼깨나 있는 양반님네치고 여러 여자 속곳 안들쳐본놈 있음 나와보라했던

시절도 있었다

양반의 자리에서 권력의 자리로 옮겨 앉았을뿐 성숙된 인간이 되기에는

너무나 성급하게 사회가 변화했다

백년해로를 맹세하는 혼인으로 부부의 성관계는 당연지사이고

어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성이 추악한 성으로 변질되면서 최고의 선물은 최악의 벌로 둔갑한다

요즘은 부부지간에도 눈치없이 자꾸 달라들면 성추행이 되는 세상이다

하물며 소위 밥줄을 쥐고 있는 직장상사와 학위를 줄동말동 저울질하는 스승이래도

눈가가 게슴츠레하다면 따끔한 일침을 쏘아야한다

생산을 마친 온세상 남자들의 씨를 말려버리면 어떤 세상이 펼쳐지려나

안그래도 문지방 넘을 기운만 있어도 아니 밥숟가락 뜰 힘만 남았어도

불알 달린 족속들의 힘자랑이 넘치는데

쓸데없이 팔순넘은 늙은이도 뻘떡 선다는 비아네 뭐네 하는약들을 만들어서

걱정거리를 추가하고 있다

예술 방송 교육 문화 법조 군 경찰 재계 의료 심지어 정치와 종교계까지

양파껍질처럼 추잡스럽게 까지고 있다

가해자는 언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가 또 다른 권력으로 변질할테고

피해자는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이차 보복이 두려운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사회의 약자들은 고용이 단절될까 두려워 입도 뻥긋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권력형 성폭력 문화는 더 많은 피해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개 돼지와는 다른 인간이기에 자기반성과

양성평등의 인격이 존중되어야 그나마 개선할수 있다

시대적 사명이다

이제 나는 말한다

"自作自受 지은대로 받으세요"


다시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봄소식이 릴레이로 전해질것이다

지난주에 칼바람 부는 태백산 정상에서 손과 발이 시려 동상걸릴뻔 하면서도

서울에서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볼수없는 별들이 칠흙같은 태백의 새벽하늘에

수놓은 장면을 목격했다

초롱초롱한 별들 아래에서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떠올리며

누구라도 시인이 된다

낮이라면 살아천년 죽어천년인 주목 감상에 눈이 즐거웠을텐데

어둠속에서 내 숨소리보다 눈 밟는 소리와 스틱 찍는소리만 크게 들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이 그야말로 적막공산이었었다

엊그제 선달산에 다녀온 동지들이 보내온 사진에서는

아직도 수정처럼 매달린 얼음꽃만 잔뜩이었다

높고 깊은 산속에서는 겨울은 빠르게 오고 봄은 늦게 온다

다음주에는 봄 마중 나들이가 되었음 좋겠다



오규원 시인의 '봄'중에는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피고, 반짝일게 안 반짝이던가.

내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라고 썼다

봄에는 너도 나도 모두 꽃이다

겨울내내 웅크렸던 몸과 맘이 기지개를 피니 꽃이 아닌것이 없다

향기로 서로를 분간하며 대화하는 꽃처럼 나도 향기로 다가갈것이다

봄, 너에게로

봄을 입고 봄을 먹었던 선후배 동창들을 만났던 그날처럼

화사한 봄 날이 길었으면 좋겠다

어느새 창가로 봄빛이 연하게 번진다

전쟁위기설을 딛고 모처럼 남과북이 화해무드가 되었다

이 기세로 평화의 훈풍에 박차를 가해

한반도에 통일될날을 소원해본다



2018년 3월9일 씀

글, 사진-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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