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임원회의 후기

2018. 11. 3. 15:56친구


일시-2018년 11월13일 화요일

장소-영광 굴비(위대한 밥상)



해가 떨어질 저녁 어스름 무렵부터 시체놀이를 하다 늦은밤까지 잠 못들었던 하루를 보내고

어제 찍어온 몇장 안된 사진을 열어보니 어제의 만남이 화사하게만 다가온다


벌써 십일월

피는꽃보다 지는꽃이 더 많은 십일월이고

만남보다 이별노래가 더 어울리는 십일월이다

만산홍엽으로 자태를 뽐내던 산야도 만추의 끝자락이다

가을 타는 이에게는

마른풀처럼 사각거리며 오그라드는 이 십일월이

시퍼렇던 가슴을 붉게 물들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달일게다

누구라도 한번은 타오르고 나서야 가을을 떠나보낼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중순까지다

낙엽져서 홀몸으로  서 있는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일명 풀꽃시인으로 알려진 나태주의

'내가 사랑하는 계절'의 시구중 일부분이다


난 두 딸을 낳은 달이여서 그런지 십일월만 되면 오싹오싹 한겨울보다 더 떨리던데

가을과 겨울 두계절을 느낄수 있는 십일월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바람 한점에도 말아 올랐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자연스레 스산하고 적막한 날이 많은 이 계절

올해의 마지막 임원회의날이 다가와 적당한 수다가 필요한 날이다

워낙 말수도 적지만 찍사를 하다본게 도란도란 얘기 나눌 여유도 없이 만나고 헤어지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오늘은 여섯번째 임원회의다

장소는 영광굴비 위대한 밥상이다

역시 굽는 냄새부터 회가 동하는 굴비 한마리 정도는 먹어줘야

우리네 한식이듯 밥상위에 굴비가 있어야 위대한 밥상이라 여기는가보다

모임장소 이름으로 회의 시작도 하기전에 먹는 타령이다

아, 오늘은 회의전에 밥 부터 먹는다 했다

아침은 치즈 바른 토스트에 사과 반쪽과 우유 한잔 점심은 양배추에 닭가슴살

요즘은 스파게티에 맛들려 가고 있고

저녁은 돼지 뒷다리살을 구워 밑반찬 몇가지로 끼니를 때우며 사는데

가지가지 손 많이 가는 반찬들이 주르르 나온 밥상으로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다

호박씨 넣은 솥밥으로 배불리 먹어서 그런지 임원들은 목소리도 크고 찰졌다

이어 식당은 교실로 밥상은 책상으로 변해 어느새 임원들은

임원회의 자료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시험 볼일도 없는데 학구열이 넘쳐난다

각 팀별로 골프 모임과 선 후배 만남의 활동보고와 수지보고를 마치고

주니어 등산모임 안내와 회보 광고 협조 안내를 했다

오늘의 주된 회의인 정기총회및 송년 모임 토의와 업무 분담을 상의하였다

오팔년 개띠답게 한 인물값을 하는 동기들과 똑소리 나는 후배 임원진들의

단합과 추진력은 가을 여행에서도 보았듯이 많이 단련되어

이제는  돼지뿐 아니라 소 라도 잡을 기세다

계획된 일은 시간이 해결해 줄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여린듯 드센 그녀들이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회의가 폐회되고 자유로운 수다와 함께 분위기는 뜨거운데 피로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누구는 사람들을 만나 떠들면서 기를 충전하다는데 난 그 반대다

떨어진 기를 보충하려면 홀로 있어야하고 이박삼일은 걸리겠다

먼지 걱정 없이 파란 하늘을 우러러 보고 싶은 날이다

선후배와 동기분들 오늘 하루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8년 11월14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