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4. 11:19ㆍ친구
일시-2019년 4월20일 토요일 맑음
장소-북한산
코스-불광역 2번출구-장미공원-탕춘대 능선-족두리봉 우회로-정진 매표소-장미공원
-불광역 주변 갈비집서 뒷풀이후 귀가
대략 6km를 먹고 쉬며 걸어 5시간 걸림
봄바람 나고픈 이쁘고 잔인한 사월이다
T.S 엘리엇은 세계1차 대전이 끝난후의 '황무지'를 읊은 장편시중
제1부 죽은자의 매장 첫대목과 후반부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달
죽은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중략
작년 뜰에 심었던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 한해에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묘목을 망쳤나?"
라고 지었다
봄은 어린 생명을 싹트이게 하는 희망이지만
잔인하리만큼 고통도 있어야만 하는일이다
우리에게도 사월은 제주 사삼과 세월호 사일구의 아픈 역사가 있는 달이다
매년 사월이면 민들레꽃 올라오듯 생각나는 상처다
봄이라서 꽃 핀다고 좋아라만 하고 있었더니 그것도 아닌거 같다
봄에 부는 바람은 살랑살랑 분홍빛으로 불어온다고만 여기면 안되는것이
바람타고 예측불허하게 화마를 남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잿더미로 변한 가옥과 불에 그을린채 살아남은 동물을 보자니
잔인하기 짝이 없다
청정지역 강원도 고성산야가 불바다를 이뤄 여기저기 불꽃들이
춤을 추는걸 보니 불이 엄청 무서웠다
강원도는 특히 봄철이면 비상이다
남쪽에는 고기압 북쪽에는 저기압이 놓인상태에서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고도가 높은 백두대간을 넘는 순간 압력이 높아져 고온 건조한 강풍으로 바뀌어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나무심는날이 불의날이 되어 날름대는 뻘건 불길을 보고 있자니
속이 상해 산에서 담배피는 사람 만나면 쥐어 패줘야겠다
강원도는 양간지풍 때문이라지만 여기저기 국지적 화재는 불장난이 문제다
또 요즘은 이성을 잃고 멀쩡한 지네 집을 불을 내고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칼부림을 하는
미친자들도 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수악한 범행을 저지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사랑과 자비가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파도치는 동해 바닷가에 놀러 갔었던 어느 여름날
고무튜브가 파도에 휩쓸렸다 간신히 구조된적이 있었다
삼십년전 일이지만 그뒤론 바다에 갈일이 있어도 물장구도 안치고 멀리서 구경만 한다
이제 늙어서는 산에서 산으로만 올라가고 있는데
산불도 무서워서 어디 맘놓고 돌아다닐대가 없다
물도 불도 왜 이렇게 무서운지
사월도 벌써 막바지에 다달으니 매화 산수유 지고 목련 벚꽃도 피었다 지었다
진달래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아 불밝힌듯 산과 거리가 환해졌다
천자만홍 릴레이 꽃 잔치가 한동안 이어지겠다
그동안 장작개비로 서있던 마른나뭇가지에서
연두색 이파리가 돋아 돌이킬래야 돌이킬수 없는 완연한 봄이라서
연두에서 초록색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할것이다
졸립다고 마냥 누워 지내다가는 이 한계절이 사라지고 마는 짧은 봄날 말이다
이번 봄에 주니어 동문에서 주최한 산행은 북한산이다
북한산은
서울 옛이름이 한산이란데서 유래한것으로 한산의 북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과 경기 북부에 솟은 산으로 산림청과 블랙야크의 백대 명산에 속한다
삼국시대에는 아기를 등에 업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부아악이라고도 했었다
서울에서 가장 높고 산세가 험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진산으로 여겨졌다
고구려 주몽의 왕자 온조와 비류가 남으로 내려와 북한산 봉우리에 올라 지세를 살피다
온조는 지금의 위례성으로 내려와 백제의 시조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수도를 수호하고 천혜의 방어막 역활을 수행한 산이다
무학대사가 태조를 위해 도읍지를 정할때 백운대에서 맥을 찾아 만경대에 올랐다가
서남쪽인 비봉에 이르렀다하여 만경대를 일명 국망봉이라고도 부른다
주봉인 백운대가 해발고도 836m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백운대를 중심으로
북쪽으론 인수봉 남쪽으론 만경대의 삼봉이 삼각형으로 놓여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불린다
병자호란이후 1711년 숙종37년때 북한산 일대에 산성을 축조하고 이를 북한산성이라 불렀다
북한산성은 북한산 능선 8km를 따라 이어지며
당시 건립된 열네개 성문중에 대남문 대서문 대동문 대성문 보국문이 복원되어 있다
한산 화산 삼각산등 여러이름으로 불리던산이 북한산이 된것은 숙종때 산성을 축성한 뒤로 추정된다
중생대말 화강암이 지반의 상승과 침식 풍화 작용으로 현재와 같이 산세가 험준하고
경사가 심한 암벽 봉우리를 형성하게 되어 현재에 이른다
비봉은 신라 진흥왕이 나라안을 순행하며 영토의 경계를 정하고 그 사적을 새긴 진흥왕순수비가
꼭대기에 세워져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지금은 보존키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모조비석이다
1983년에 북한산과 도봉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지형적으로 볼때 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맥으로 이루어졌으며 우이령을 경계로 북으로 도봉산 지역
남으로 북한산 지역으로 나뉜다
궁중사찰이었던 화계사를 비롯하여 승가사 진관사등 유서깊은 사찰들과 많은 유물 유적등이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맑은날 정상에 오르면 서울시가지와 멀리 황해까지도 조망할수있다
백운대와 인수봉은 암벽훈련장이기도 하고 우이계곡 도봉 계곡 송추계곡 유원지로
주말이면 시민들을 불러 모으는곳이다
북한산을 두루두루 선렵한다는것은 평생가도 할까말까 높기도 하지만 넓은 산이다
우리가 오늘 걸어볼길은 북한산중에서도 서쪽 귀퉁이를 도는 둘레길을 포함 서너시간짜리다
지하철역 불광역은 울긋불긋 바글바글 등산객들의 집결장소였다
그러길래 웬만하면 백수들은 평일날 돌아다녀야 한다
정시에 출발하는 산악회 산행과 달리 친목산행은 약속시간도 잘지켜지지 않아
출발 시간도 지체했다
안부인사를 길게 하고 2번 출구에서 나온 동문 일행이 나래비로 줄지어 걷는데 실로
봄맞이 풍경이 아닐수 없다
벌써 꽃지고 난 개나리벽은 연두빛을 띄고 날씨도 화창했다
장미공원에 다달아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미치기 까지 삼십분의 시간이 걸렸다
북한산 둘레길인 옛성길 구간으로 들어섰다
북한산 둘레길은 전체70km를 21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칠년전 쉬다가다 하여 보름도 더 걸렸는데 지금이면 일주일이면 걸을수 있을거 같다
산행이나 진배없는 정릉에서 형제봉 입구까지인 명상길 난이도가 상이고 나머지는
걷기 쉬운 길이 많은편이다
그중 옛성길 구간은 장미공원 길건너의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에서 탕춘대성암문 입구 까지
2.7km말한다
장미공원 화장실을 들렀다 다시 모여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초반부터 숨이 차다
초보자는 둘레길도 만만히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전에 능선에 닿았다
연두빛으로 변하는 산길에 연분홍 진달래가 화들짝 눈에 들어온다
잘 다져진 돌길 옆에 소나무와 진달래 점점 오를수록 조망은 트이고 하늘을 파랗다
햇볕은 봄 냄새를 앗아가고 어느새 여름으로 치닫는다
이어 쉬어가는 정자다
과일이 배낭에서 나오고 입이 즐거워지니 덩달아 발걸음도 가볍다
주니어 위원장이 가져온 깜짝 플랑카드가 파란 하늘아래 알록달록 서있는 우리를 돗보이게
하였다
키도 크고 그렇다고 등치가 산만한것도 아니게 늘씬하고 체력도 끝내주고 나타날때마다
깜짝 깜짝 놀래키길 잘한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되는걸 알면서도 웬지 호감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녀는 호감 주는 인상이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내 친구들 모두 그녀가 좋단다
탕춘대성 암문에 다달았다
둘레길중 유일하게 암문을 통과하는 구간으로 둘레길은 이곳에서 평창동 방향으로 갈라지고
우리는 탕춘대능선으로 오른다
탕춘대성은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도성과 북한산성인 외곽성의
방어기능을 보안하고 군량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본래 북한산성을 쌓자마자 탕춘대성을 축성하려 하였으나 곧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1718~1719년
두해에 걸쳐 성을 짓게 되었다
탕춘대성이라 부르게 된것은 연산군의 연회장소인 탕춘대가 지금의 세검정에서 동쪽으로 백여미터쯤
떨어진 현재 세검정초등학교의 산봉우리에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으며 한성의 서쪽에 있다하여
서성으로도 불렀다
인왕산 동북쪽에서 시작한 탕춘대성은 북한산 비봉아래까지 연결되어 있고 길이는 약 5.1km에 달한다
보현봉 형제봉 북악산을 잇는 능선에도 성을 쌓으려 하였으나 숙종의 사망등
정치적인 이유로 시행하지 못한채 지금의 성곽만이 남게 되었다
탕춘대성은 조선후기 혼란기속에서 훼손되고 홍수등으로 일부 구간이 무너지고 방치되다가
1977년 홍지문과 함께 일부 구간이 복원되고 정비 되었다
얼마 가지도 않은거 같은데 돗자리가 펼쳐지고 먹거리 판이 벌여졌다
북한산도 간식경이다
음주 산행은 아니된다 말렸더니 이번에는 김치전과 계란 과일 빵과 커피와 음료
아주 건강 간식으로 푸짐한 한상차림이다
찰밥 한덩어리로 산거지처럼 먹고 다니는 나와는 비교도 안되어
집을 나온 내 간식은 집으로 그냥 돌아와야만 했다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산행 실력이 제각각이라 선두 중간 후미 갈라지고 발걸음도 더디었다
물 한잔 마시고 세시간은 쉬지않고 걷는 대간길에 비하면 껌씹기만큼 쉬운 발걸음인데
여러사람의 페이스에 맞추려다보니 자꾸 발이 멈춰서다 가다를 반복해서
힘든것은 마찬가지였다
탕춘대 공원지킴터를 지나고 바위와 흙길을 번가라 올라가는데
개나리 진달래가 한꺼번에 소나무 숲사이에서 환하다
이어 큰바위에 쇠난간을 잡고 오르는 암벽 등반이다
바위라면 벌벌 떠는 내가 그나마 훈련이 되어 이정도는 쉽게 오르내리지만
초보자는 아마도 두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떨면서 올라왔을 구간이다
뒤돌아보니 향로봉이 우뚝 솟아 있고 거대한 절벽 사면의 길을 우리가 걸어 왔다
발아래는 아찔한 경사의 낭떠러지이고 눈 위는 아름다운 산능선이 춤을 춘다
서울에 이렇게 장대한 산이 있었던가 다시금 놀란다
위험한 지역을 벗어나 다시 소나무숲을 지났다
드디어 앞에 커다란 바위가 보이고 족두리봉이 코 앞이다
전망바위에서 앉고 서고 플랑카드를 펼치고 또 인증샷을 날렸다
순간이 바람에 날리고 전자기기에도 날려 멀리 퍼져나갔다
언제 또 이곳에 올수 있을지 항상 지나간것은 그리운것인데 훗날 사진을 열어보면
오늘이 생생할것이다
조망바위를 벗어나 족두리봉 정상은 오르지 못하고 우회로로 진행했다
내리막 돌계단 양 옆으로 진달래 밭이다
이제 내리막길만 남을줄 알았더니 다시 거대한 바위로 오른다 그것도 쇠줄을 잡고서
오늘 제대로 바위맛을 보려하는 후배는 바위벽에 달라붙어 갈길을 잊은듯했다
댄스 동아리팀에서 춤만 추다 온 사람은 바위길에서 치가 떨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산길은 훍길만 있는게 아니고 바위길 흙길 돌길 자갈길 지멋대로 놓여져 있어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 자연스레 걸어야한다
한바탕 바위와 씨름하고 이어 내리막을 내려서 화장실만 남은 정진 매표소로 하산했다
선두 중간 후미로 나뉘어진대로 하산하는 바람에 선두는 다른길로 하산했고
중간은 이어진 둘레길로 걸어 장미공원쪽으로 하산했고
후미는 삼거리에서 천관사로 내려와 도로길을 따라 걸었다
뒷풀이 장소인 형제 갈비집에서 형제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모두 만나고
뒷풀이 장소로 달려온 후배들과 회포를 풀었다
북한산을 여러번 다녀온 나도 다리가 무거운데 처음 산행 나선 동문들은
오늘 몸살께나 날것이다
백두대간 도전하기전 수십번 훈련왔던 구기동에서 대남문 오르는길만 빼고는
응봉능선을 타고 사모바위와 비봉 향로봉으로,
형제봉 능선을 타고 문수봉 나한봉 증취봉 용혈봉 의상봉으로,
숨은벽 능선을 타고 백운대에서 깔딱고개로,
거꾸로 깔딱고개에서 백운산장을 거처 백운대에서 숨은벽능선으로
칼바위능선과 진달래 능선 이길저길 곳곳이 다녔어도
전생에 산적이나 산신령이었을 산꾼만 따라 다녀서 그런지 눈을 뜨고 다녔어도
북한산은 갈때마다 처음 온 길처럼 항상 무섭고 생소하기만 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이정도의 산행을 할수 있다면 오늘의 산행이 삶의 활력소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다리 휘어지고 무릎 시큰거려 부담되는 초보자는 북한산 둘레길중에서도
우이령 입구에서 솔밭근린공원까지인 소나무숲길구간이나
솔밭근린공원에서 이준열사묘역까지인 순례길구간 정도가 밥 한끼 먹고
소화시킬겸 산책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땅길 산길 끝나는곳에는 하늘길이 열린다는 신념으로 산행하다보면
아프고 병들었던 마음과 몸이 자연스레 치유되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도 안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면 되는것이다
봄날을 만끽하며 함께 산행한 동기 후배들 고맙고
항상 건강하소서
진달래
이별도 사랑도 타는 아우성으로
햇살을 소복이 품으니
맑은 향기 목으로 기어 들어가
꽃 입술 더는 떨지 못하고
붉은 생체기로 떨어져 내린다
봄을 업고서,
2019년 4월22일 이 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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