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1. 15:31ㆍ친구
일시-2019년 3월5일 화요일 낮
장소-수담 한정식
눈이 녹아 비와 물이 되는 우수가 지나고
겨울잠 자던 동물과 벌레들이 깨어난다는 경칩이 오니
공기가 다른다
계절의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헐벗은채 겨울을 견딘 무채색의 나목들이
다시 움을 틔워내고
군더더기없이 짧게 생을 마감했던 일년생 꽃나무들은 새 생명을 잉태하고파
흙이 부드러워졌다
만물이 움트는 이 절기엔 본격적인 농사준비하는 농부들만 바빠지는게 아니라
나도 봄맞이 하고픈 계절이 돌아왔는데 연일 뿌연먼지가 기승이다
안그래도 멋대가리 없이 쭉쭉 뻗은 아파트와 상가건물들,그런 건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잿빛 파스텔로 덧칠한듯 먼지냄새가 자욱하다
작년 여름에는 폭염으로 숨 쉬기가 어렵더니 이제는 미세먼지가 숨을 막는다
이러다 진짜 노래나 영화처럼 지구를 떠나야 할때가 생길수도 있다
살수 비행기로 물을 뿌리던가 아님 풍력 비행기로 동해바다에 바람을 날려서라도
먼지를 벗겨낼 연구를 해야지,정부와 지자체와 환경단체 그리고 명망높은 전문가들이 부족한가
대책이라는것이 노약자는 나가지 말고 건강한이도 마스크 쓰란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두 눈만 내놓고 희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걷는 거리는 머지않아
아이디어 상품인 패션 마스크가 등장할테고 더 나아가 교통경찰들이 쓰는 냉방과 호흡기 보호용 헬멧이나
군인들이 화생방 훈련때 쓰는 방독면으로 무장하고 다녀야할지 모른다
겪어보지 않은 육이오때 난리는 난리도 아닌 날이 일상이 될까 두렵다
2019년 3월5일 화요일 보일락말락 괴물처럼 서있는 아파트를 벗어나자
머리끄덩이를 너무 잡아매서 묶었나 미세먼지가 금세 뇌세포를 때리는가
골이 띵하다
에스엔에스로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겹겹이 핀 홍매화와 연분홍 매화가 사진만으로도 향기가 전해지는듯 전철안이
나른한 행복감으로 뜨듯하다
첫번째 이사회와 두번째 임원회의 모임장소에 먼지를 마시고 내뿜으면서 도착하니
그곳에는 벌써 봄이 피었다
꽃에도 젊은꽃과 늙은꽃이 나뉠까,있다면 간절함이 더한 늙은꽃이 더 이쁘다에
동그라미를 긋겠다
영란꽃 피기에는 좀 이르지만 앞으로 몇번이나 꽃으로 피어날지
반백년을 훌쩍 넘긴 우린 다시 봄을 맞아 꽃으로 피어났다
격식차린 장소에서 정확하게 시간 맞춰 진행되는 이사회와 임원회의는 매번
준비하는 임원진이나 단상에서 발표하는 임원진 모두 어려운 자리다
사회를 맡은 수석부회장의 개회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국민의례에 이어 회장은 한해의 각오를 다짐하는 인사말을 했다
재경회장은 이쁘고 똑똑하여 생물학적 계산까지 줄줄 외운다
나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우주가 생성될 확률에 지구가 생성될 확률
생명체가 탄생될 확률과 인간이 탄생될 확률 거기에 내부모가 태어날 확률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이 더해져야 한다
실로 기적같은 일이다
내가 다시 나로 태어난다는것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 기적의 가치로 살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진 순서로 평창 허브나라의 35기 이두이 고문님 축사를 들었다
꽃속에서 살아 벌과 나비로만 사시는줄 알았더니 어려움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으시는거 같다
청정지역의 공기를 데려온듯 말씀도 순수했다
다음엔 장학금 기부증서 전달식을 했다
작년도 연말 정기총회를 기해 영란 장학회가 결성되고 장학기금을 조성하여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좋은일을 시작했다
수석재무의 지난 한해 정기총회 수지보고에 앞서 고문과 기대표 소개는
시간 관계상 인사로 대신했다
의안으로는 2019년 부서별로 총무,재무,재정,서기,문화위원회,홍보위원회,
봉사위원회,주니어위원회,재경영란장학회와 골프동아리 계획안이 발표되고 승인되었다
작년과 다른점은 모든 행사 불참자 환불규정건인데 복잡하게 생각말고
내 주머니를 떠난 돈은 내것이 아니려니 생각하면 될것이다
별다른 공지사항 없이 케잌 커팅과 사진촬영으로 오늘 이사회를 마쳤다
조금 늦게 도착한 김정숙 고문님의 말씀과 이영자 고문님과 하정자 고문님 그리고
이경준 선배님과 이경순 선배님의 격려와 칭찬을 들었더니 배가 부르다
그래도 밥 배는 비타민 음료 한잔으로 부족하여 때가 지났다고 아우성이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식사로 맛있게 먹었다
회의때마다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임원회의까지 마치고 나니 아직도 대낮이다
먼지 안개로 자욱한 지상에서 지하로 빨려가듯 몸을 숨겨 다섯번이나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고
깊게 판 땅속에서 지도를 그리다 다시 땅위로 기어 오르니 숨이 막힌다
매연과 먼지도 보약이려니 하고 마셔둬야 하나,파란하늘이 더욱 보고 싶어지는 삼월 봄날이다
올해는 삼일운동 백년이 되는해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천구백이십년 오월 경성 기독교 청년회관에서는 삼일운동의 좌절과 희망을 잃은
조선인들에게 위안의 음악회가 열리고
이시대의 허무와 우울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동인지인 '페허'를 창간하여
"흙이여 기름져라 풀이여 싹 나거라
페허에 꽃이여 피거라 열매여 맺거라
페허에 나비여 춤추거라 새여 웃음 짓거라
중략
페허가 변하여 화원이 되어라"며 식민지의 고통을 호소했다
박제순을 비롯한 을사오적이 없었다면 역사는 다른길을 걸었을까
또 다른 매국노들이 나라를 위하는 대신 자신만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었을지도 모른다
백년전 일제의 압박에 항거하여 온 민족은 민족의 자주 독립을 선언하고 총궐기하여
평화적 시위를 전개하였음에도 일제의 총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이땅의 사람들이 목마름으로 독립을 갈망했던 삼일운동은 실패한것이 아니다
멀리 임진왜란부터 가까이에는 일제 침략, 위안부와 독도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천인공노할 많은 범죄를 저질러 아직도 갈등의 골이 깊지만
때론 필요하면 적과 동침도 해야하니 미래를 생각하면 정치에는
억울함과 부끄럼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고 해야한다
세상은 변하고 변해서 서로 총칼을 겨누었던 베트남은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를 들고 환영했지만 회담은 결렬되었다
해뜨기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더니 우리의 꿈이 너무 큰것인가
히틀러의 검은 콧수염보다도 괴기스런 하얀 콧수염을 단 존 볼턴이 나타날때부터 조짐이 안좋더니
회담 하다말고 쌩까고 삐쳐 돌아가는걸 보니 통일로의길이 험난해 보인다
영국의 밀턴은 "가장 잘 견디는자가 무엇이든지 가장 잘 할수있는 사람이다"라고 하고
정호승 시인도'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라고 하고
박완서 작가도 생전에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먼저 보낸후
"고통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그냥 견디는것이다"라고 했다
산다는게 기쁜날만 있다면 거짓말이고 외롭고 고통스런날도 있을테니
성질 급해 제풀에 모가지가 꺽여 나자빠질일 생겨도 끝까지 살아남는자가 이기는 것이다
한라산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날까지 견디어 낼것이다
"과거에 머무른자는 한눈을 잃고 과거를 잊은자는 두눈을 잃게 될것이다"라는
좋은 러시아 속담이 있다
대기중에 떠도는 뿌연 먼지처럼 생각도 행동도 안개속을 헤매다가는
영영 기회를 잃을수도 있을테니 우린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두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어야 할것이다
양념적어 오히려 깊은맛을 내는 허브나라 김치를
이틀간 내리 먹었더니 목이 개운해졌다
미세먼지속에 갇힌 봄을 찾아
그 봄에 피는 꽃 침 맞으러 갈 채비를 해야겠다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봄비가 기다려진다.
재경 임원들과 동문 선후배님들
더욱 건강하세요
봄은 오는데
얼어 죽을줄 알았던 가늘고 긴가지
노랗고 흰 꽃망울로 봄을 터트리고
무슨 설움 토해내려 또 강물은 풀리느뇨
삼천리 방방곡곡 대한독립만세
총칼앞에 산하를 뒤덮었던 그 함성
짧지만 강렬해서 더 슬퍼지누나
해뜨기를 기다려 꽃잎 밀어내고
달뜨기를 기다려 꽃향기 날려
봄바람 부는 늦봄에나 더디게 돌아오려나
열사들의 피빛 선열 눈물 짓는데
희고 붉은 뺨에 머문 향기
봄에 피고 봄에 지고 마니
아픈 허리는 언제나 낫아지겠뇨
2019년 3월7일 이 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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