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12일 제 1차 임원회의

2019. 2. 2. 11:57친구


일시-2019년 2월12일 화요일 낮

장소-갈비사랑



2019년 새해는 기대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은빛 눈이 날리기를~

하지만 하늘은 눈도 비도 지맘대로 뿌리고 미세먼지낀 날이 더 많아

삼한사온이 삼한사미로 바뀌었다

두번은 돌아오지않는 올 정초 멀어졌던 고향 생각하며 소복하게 쌓인 눈위를 밟고 싶었는데

눈 다운 눈 구경을 시원하게 못 해보고 벌써부터 남녘에서는 매화꽃 소식이 전해온다

작심 삼일

작심 열흘

작심 한달

날고 뒤는 세월탓에 꿈을 꾸면서 살고,살면서 꿈을 꾸자던 기해년도

십이분의 일하고 보름이나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우리에겐 설날이 있었다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세태를 반영하듯 며느리 포기선언이 아무렇지도 않게 뉴스감이 되다보니

요즘은 가족간의 정보다 개인적인 사무가 우선순위가 되는 세상이다

서로 빠쁘다는 핑계로 명절같은 특별한 날이 아님 얼굴 볼일이 많지 않아

나 부터도 가족보다 온라인 동호인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여 새배와 떡국으로 시작점을 한번 더 찍고 나이도 올렸다

그리고,후쿠오카로 날아갔다

후쿠오카에서 고쿠라로 다시 유후인으로 닷새만에 돌아와

다음날 자하연 분당의 명당자리 구경을 하고 그 다음날은 임원회의날이다

호떡집 불이난것도 아닌데 이월도 휘리릭 지나가고 있다


육십갑자가 넘어가도록 집안에서 밥만하다 뭐하고 살았는지 이 나이 먹도록

안 가보고 못 먹어본것이 경상도 말로 억수로 천지삐까리이고 전라도 말로 겁나 많아

일본도 처음이다

그동안 들어 알고 배워 알았던 그네들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여행이였다

허리는 굽신굽신 다리는 아장아장 친절이 몸에 배어 씩씩하던 내걸음걸이도 덩달아

나도 모르게 오종종 뒤따라가고 있어 깜짝 놀랐다

그네들 친절에 아리가또 고자이 마스가 절로 나왔지만 스미마셍이란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예의를 가지고 친절한 사람들이 어째서 남의 나라를 빼앗고

핍박을 했는지, 왜 잘못은 인정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르는 훈도시 족속들이다

꾸미지 않은 단순미와 절제는 본받을만 했다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이웃집 토토르'의 배경이 된 유휴인은 일본 전형적인 산골마을로

눈은 설산을 구경하고 머리와 뺨은 서늘한 공기를 빨아들이고 몸은 나른한 행복을

동시에 느끼는 곳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박삼일 우동 맛기행에서 우동가락이 코에서 나올거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먹었다는데 난 한끼 우동 체험만으로 질렸다

돼지 냄새가 나는 돈고츠는 토할거 같고 이것저것 먹어 봐도 들쩍지끈한 일식보다는

한식만큼 개운하고 맛있는 음식은 없는거 같다


분당의 자하연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는 용상골에 위치하고

부채를 활짝 펼쳐놓은 형세였다

산줄기의 마른나뭇가지 위에서 아래로 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고 있었다

명절 전후로 친구 부모,친구 남편 그리고 친구가 여기저기에서 사망소식이 전해지다보니

좀 빠르고 좀 느리고 시간 차이만 있을뿐 누구나 같은 목적지인 그곳으로 가고 있다는게

실감이 났다

몇년전 지리십경중 하나인 반야봉에서 운무속으로 사라져가는 낙조를 보곤 이곳에서

훨훨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살면서도 내 맘대로 안되는거 투성인데

장담 못하는게 사후에 일이다

명당을 뒤로하고 돌아오면서 지금 있는곳이 천당이든 지옥이든,극락이든 나락이든

이곳에서 빼어날 필요까진 않더라도 왕복권이 없는 인생 여행길에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든다

부모 유골을 전국각지에 조금씩 뿌리고 다닌다는 우스게 소리도 있는 세상에

자연으로 돌아 갈수 있도록 도움주는 선배님의 자하연은 자연속의 안식처였다



사는것이 이별과 만남의 연속이라 또 하루를 이별하고 다음날은 12대 임원들의 만남이다

새해들어 처음맞는 임원회의날이여서 새롭게 다짐하고 양재역 부근 약속장소에서 만났다

신정과 구정 두번의 새해를 보냈는데 어째 더 젊어진 임원들이다

겨울과 봄 사이 이맘때쯤 산에서는 산새소리만 크게 들릴뿐 한꺼번에 겨울을 깨려고

오히려 조용한편이다

나무 뿌리 가까이에 귀를 대야만 물 빨아올리는 소리가 간신히 들릴듯 말듯 한데

미모를 간직한 임원들의 만남에서는 빨갛게 좀 더 빨갛게 칠한 이쁜 입들이 바쁘게 움직여

귀를 쫑긋 세운게 만든다

일년만에 이름과 얼굴 줄긋기가 끝나 익숙해졌나,새가슴처럼 발발 떨리던 가슴도 편안모드로

진행중이다

우리모임은 열두시 땡, 밥 부터 먹고 제1차 임원회의를 했다

2019년 재경 전주여고 총 동창회 활동계획 유인물을 보니 이사회와 임원회의는

순전히 화요일이다

나도 화요일은 산행 가는날인데 전여고생들은 화요일에 사기가 충천되는 날인가보다

빠진 산행 땜빵 하려면 쎄가 빠지게 생겼다

매번 그래왔듯이 수석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는

회장의 인사말과 수석서기의 전년도 총회보고,수석재무의 수지보고와 예산보고

수석 총무의 일년계획 발표를 했다

봉사 위원,홍보 위원,문화 위원,주니어 위원,재정 위원 각자 올한해 맡은바 역활

계획발표가 있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계획하고 예산짜고 선배들의 노하우와 일년간의 경험이 있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나이먹은 여자들이 뭉치니 이제는 걱정도 안되는거 같다

모두 생글생글이다

아직도 난 틀에 짜인 규격과 규칙에 맞는 회의와 꼭 세번째에 점을 찍는 머니와 숫자는

읽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려운데 그래도 만날때마다 새롭게 세상 구경 하고 맛있는거도 먹고

동창과 선후배의 박학다식함을 조금이나마 닮을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12대 임원들의

2018년 열정적인 활동이 자랑스럽습니다

2019년에도 힘차게 달려 봅시다

함께! 더멀리!"

후배가 붙였다는 플랑카드 문구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시작이 반이라고 뭣 모르고 시작한 12대 임원회 활동이 이제 반밖에 남지 않았다

잘못한것도 많겠지만 잘한다 잘한다 하는 격려와 칭찬해주는 선배와 후배들 덕분에

진짜 잘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먼훗날,같은 추억 같은 기억으로 남을 12대 임원들 올 한해도 잘해보자고요

벌써부터 다음 모임을 고대하는것은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습니다



선물


슬픔도 선물이었나 봅니다

고통도 선물이었나 봅니다


살다보면 눈물나고 웃음짓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햇살 뜨고 꽃잎에 젖은 이슬

햇살 지면 두눈에 고입니다


선물로 온 오늘 아침 깨어보니

지난일은 모두 선물이었습니다


서툰 이별 올지라도 꽃 한송이 피고지는

그런 선물이고 싶습니다


2019년 2월14일 이 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