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8. 14:06ㆍ백두대간
일시-2020년 7월6일 월요일 23:50~7월7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장소-백두대간 구룡령에서 갈전곡봉 조침령 구간 북진
코스-구룡령(1013m)-1100 삼각점봉-구룡령 옛길-1121봉-1066봉-갈전 약수터 갈림길-갈전곡봉
-1016 삼각점봉-왕승골 조경동 사거리-평해손씨묘-968 삼각점봉-연가리골샘터 갈림길
-956봉-1061봉-황이리 진흑동사거리-쇠나드리 안부-720삼각점봉-옛조침령 쇠나드리 고개
-조침령-진동삼거리 주차장
백두대간 21.25km+접속거리 1.2km=22.45km를 아홉시간 걸림
접속거리가 길고 험해 중간에서 끊기 어려운 구간중 하나인 구룡령에서 조침령까지도
무박으로 진행한다
지난달 죽을똥 살똥 네 다섯 봉우리를 넘어 도달했던 약수산과 갈전곡봉 사이에 있는
천미터가 넘는 높은 고개인 구룡령에는 칠흙같이 검은 밤에 도착했다
홍천과 양양을 이어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56번 국도가 지나는 도로는
죽은듯이 조용하고 밤공기는 찐득한 습기를 머물고 있었다
1013m 구룡령은 아홉마리 용이 아흔아홉 구비를 넘어 구불구불 휘저으며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이름 붙여진곳이다
고개를 넘던 용들이 주변의 약수에서 물을 마시며 쉬어 갈만큼 오지중에 오지다
일행을 태운 버스도 구불구불 산을 돌아 올라왔다
차멀미가 나기 직전 산행 차비를 마치고 해드랜턴을 켰다
나무계단을 올라서 산길로 접어 드는데 초반에는 나래비로 오르다가
숨이 차서 일행들을 모두 보내고 뒤쳐졌다
여럿이 모인 랜턴 불빛들이 눈이 부시다가도 하나둘 앞서간 일행들을 놓치면
금세 깜깜한 어둠이 무서워 뒤 돌아볼수가 없다
머리에서 쏟아내는 불빛만 의지한채 한발한발 내딪는데 귀신이 머리 뒷꽁지를 잡아당기는
무섬증이 든다
무박산행시 졸음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도 있던데 난 졸음은 커녕 바싹 긴장되어
오히려 잠방잠방 발걸음이 쟀다
작은 바위들과 돌멩이들은 밤 이슬에 젖어 미끌거리고 스틱에 스치는 풀이슬이
등산화에 스며들었다
지렁이도 꿈틀 꿈틀 바닥을 기고 하루살이 날파리들은 머리에 찬 불빛을 보고 달라들어
양쪽 귀를 왔다갔다 하면서 날뛰고 어쩌다 걸려든 거미줄은 얼굴을 간지럽게 만든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잠 잘시간에 왠 날벼락같은 벌레들과 맞서야 하는지
여름에는 한 낮 뙤약볕을 피해 오밤중 산행이 최고이나
산모기 같은 작은 벌레들과 산짐승을 만나는것도 감수해야 한다
이삼십분이나 올랐을까 옛구룡령길 갈림길이다
이 고갯길은 지금은 대간꾼들이나 지나지만
1987년 국도가 개설되기전까지는 홍천과 양양을 우마로 연결했던 고개다
옛길은 강원도 영동과 영서는 잇는 중요한 상품 교역로였고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보다 산세가 평탄하여 양양과 고성 지방 사람들이 한양갈때
주로 이길을 이용하였다
이어 대간길은 1121봉과 1066봉을 넘어 갈전약수 갈림길 지나고
구룡령에서 4.2km 떨어진 갈전곡봉 정상에 오른다
산행 시작 두시간이 안되었나 아직 여명이 트이지 않은 어두운 새벽이다
꽁지로 뒤쳐져 오른줄 알았더니 그사이 엉뚱한길로 알바했던 발 빠른 산우가 뒤따라 올라온다
체력 빵빵한 초반이니 다행이지 체력 떨어진 후반에 홀로 남아 다른길로 들어섰다가는
금세 위험해질수도 있다
해발 1204m의 갈전곡봉은 양양군 인제군 홍천군의 경계를 가르는 삼각고지로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다
원 지명은 치밧골봉이며 치밧은 칡밭의 변음이고 한자로 갈전이란다
봉우리 아래 계곡도 갈천이고 아래 마을 이름도 갈천리이다
산자락에는 개인약수와 유명 약수가 있다
서북 방향으로 뻗고 있는 능선은 가칠봉 응복산 구룡덕봉의 준봉들을 이루며
방태산과 연결된다
소양강의 지류인 방대천을 비롯하여 계방천 내린천의 발원지이다
갈전곡봉 정상에서 무턱대고 걷다보면 띠지가 많이 달린 가칠봉 서쪽 방향이다
정상에서 벗어난 대간길은 북으로 직진이다
칡밭이라더니 어둠이 점점 가시자 나무들과 나무들을 건너뛰며 둘둘 말고 올라가는
칡넝쿨과 낙엽송들이 서서히 눈에 띈다
길은 서서히 고도를 내리고 날은 점점 밝아져 새날이 돌아왔다
매번 밤이 지나 낮이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지지만
이렇게 집 떠나 객지에서 새로운 날을 맞는것은 드문일이고
또 산속에서 깨어 있기도 쉬운일이 아니다
서늘했던 밤 기온은 어느새 사라지고 온 몸은 더운 열기로 가득찼다
겹쳐 입었던 긴 바지를 훌훌 벗어 버리고 팔 토시도 내렸다
언제부턴가 자외선에 그을릴까봐 감쌌던 모자도 이제는 쓸수가 없다
더위로 머리가 띵한것은 못견디게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새벽 이슬이 말라갈 즈음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이다
이 구간은 상수리나 신갈나무 같은 잎이 큰 활엽수와 잡목이 대부분이고
침엽수인 소나무나 전나무는 거의 없고 어쩌다 있는것도 키 작고 볼품없다
길가로 꽃 떨어진 싸리나무와 막바지 꽃을 피운 싸리나무가 많았다
왕승골 삼거리에 다달았다
인제군 기린면 조경동과 양양군 서면 갈천리를 잇는 고갯길로
이곳에서 조경동 방향이나 왕승골로 탈출가능한 곳이다
긴 거리를 걸을대는 이정표 거리계산은 될수 있음 하지 말아야 하거늘
자꾸만 이정목이 기다려진다
갈전곡봉 4.79 조침령 11.75 절반쯤 왔다
갈전곡봉 7.21 조침령 9.33 절반을 지나
968봉을 지나고 연가리골 샘터 갈림길이다
연가리골 안부의 연은 담배를 의미하고 가리는 밭을 경작하는것을 의미하여
담배를 만드는 연초를 경작한 골짜기란 뜻이다
담배 나무는 있는지 모르겠고 맷돼지가 파헤쳐 놓은 땅은 움푹움푹 했다
심심산골에서 사는 산 짐승은 한번도 마주친적 없고 그네들이 싸놓은 똥과 흔적만 보인다
갈길 바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에서 연가리골 계곡으로 내려갈수가 있다
대간길은 다시 오르고 내려갔다 올라갔다 956봉 삼각점봉을 넘고 1061봉을 넘어
황이리 갈림길이다
서면쪽 진동계곡의 황이리는 깊은 계곡으로 남대천의 풍부한 물줄기의 최상류로
첩첩산골이다
워낙 오지여서 농사짓기가 힘들고 흉년이 들면 곡식이 귀처럼 노랗게 오그라든다하여
황이리라 했다 한다
잡목 숲이 가려 조망도 없고 구름속에 태양이 숨었어도 대간길은 후끈후끈 더운 열기를
뿜어 댔다
조각얼음을 수건에 싸서 머리에 두르고 걸어도 이십여분 지나면 물이 되어 버린다
흘러 내리는 물로 몸의 열을 식히고 남은 얼음 조각은 입에 물고 걸었다
산행시작 일곱시간이 넘어가자 점점 지쳐간다
평평한 봉우리 쉼터를 지나고 쇠나드리 갈림길이다
긴 거리라 갈림길도 많이 나온다
조침령까지 남은 거리 2.37km 고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간식으로 딸기잼 바른 식빵 한개와 에네지 젤을 두봉이나 먹고도
체력은 바닥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꿀물 오백 포카리스 오백 생수 오백 마시기도 많이 마셨다
대간길은 키 큰 나무 아래로 키 작은 산죽과 싸리나무길이다
조침령 일키로를 남겨두고 이곳을 지나다 사망했다는 산우 비석을 만난다
백두대간 종주를 갈망하며 걷다가 죽음으로 마치는 불상사가 간혹 있어
누구나 도전할수있지만 또 누구나 완주하기도 어려운게 백두대간인가보다
그옆에 주목 한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이월초 대장이 대간길에서 죽고 그뒤로 가는곳마다 대장과의 추억이
되살아나 힘들게 걸어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부드럽기만한 능선인데 수십번 아니 거짓말 안보태고 수백번은 오르내려야
비로소 조침령에 다가가는 나무 데크길을 만날수 있었다
고통 끝에 낙이 온다고 인내심과 지구력을 테스트하듯 길기만했던 거리를
무사고로 완주하고
구름이 걷히고 쨍 하며 떠오른 태양이 머리 꼭지로 내려앉아 따끈하다 못해
뜨거운 열기가 온 산에 찼을때 조침령으로 하산했다
비포장도로로 백여미터 떨어진곳에 설치된 조침령 정상석과 옛 조침령 정상석을 만날수 있다
엣조침령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서림리를 연결된다
새도 하루 자고 넘어야할 만큼 높다는 고개의 해발고도 1100m이다
구룡령에서 조침령까지 이십킬로가 넘는 산너울 사이를
주구장창 올랐다 내렸다 했어도 고만고만 천미터 고지 높은곳에서 놀다 내려온격이다
주어진 시간보다 한시간 앞당겼어도 어느새 아홉시간이나 지체하고 말았다
조침령 정상석과 옛 조침령 정상석을 벗어나 날머리인 진동 삼거리 주차장까지는
다시 비포장 도로로 1.2km 생각보다 길고 지루했다
산에서는 걷기 바쁘고 지쳐 눈에 띄지 않던 흰색 큰 까치수염꽃과 보라색 꿀풀꽃이
자갈 박힌 비포장도로가로 피어 있었다
절기로는 이제사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소서인건만 이미 더운 여름이라
점점 빠르게 지나 오고 지나 가는 계절이다
매번 할때마다 근육통과 두통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하면서도 또 한구간을 마쳐
이제 다섯번의 원정 무박 산행만을 남겨 놓고 다음 구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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