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차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2020. 6. 17. 08:11백두대간

일시-2020년 6월15일 월요일 11:50~6월16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응복산 약수산 구간 북진

코스-진고개(960m)-동대산(1436m)-차돌백이-신선목이(1120m)-두로봉(1421m)-신배령-만월봉(1281m)

      -응복산(1359m)-마늘봉-아미봉-약수산(1306m)-구룡령(1013m)

      백두대간길 22.5km를 10시간 걸림

 

 

하루종일 하는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두세시간 낮 잠을 잤어도

남들 자는 시각에 집 나서니 힘이 없다

무박 산행이 주는 압박감이 컸나 보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내내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여 막차로 갈아타고

산행버스가 정지하는 양재역사 위로 나오니 밤공기가 시원하여 잠이 확 달아났다

한밤중에 떠나는 무박산행은 생체리듬이 깨져 건강에는 무리가 갈테지만

더운 여름산행에서는 한 낮 높은 기온에 시달리는 시간이 적어 오히려 낫다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세시간 만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진고개 마루에 

도착했다

새벽 세시다

지방국도 6번 도로의 고갯마루에는 대간꾼들의 해드랜턴 불빛만 반짝일뿐

지나는 차 하나 없이 조용하고 시커먼 밤이다

이번 산행은 오대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대간길로

진고개에서 두로봉을 거쳐 응복산 마늘봉 약수산을 찍고 구룡령까지

22 킬로가 넘는 긴 거리다

진고개라는 이름은 긴고개의 소리가 변형되었고 장현 또는 이현이라고도

불리는 고개다

해발고도 960m의 높은 진고개에서 동대산까지 거리는 1.7km를 오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려야 한다

초반부터 숨가픈 오르막을 한시간쯤 올라야 오늘의 최고봉인 동대산이 나온다

해발고도 1434m의 동대산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산으로

북쪽의 두로봉 북서쪽의 비로봉 상왕봉 서쪽의 서대산 호령봉 동쪽의 노인봉과

함께 태백산령의 줄기를 이루는 오대산령 안에 솟아 있다

여기서부터는 천미터 고지의 높은 능선길을 걸을것이다

아직 어두운 밤이여서 랜턴 없이는 앞뒤 분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세한 이정목과 선답자들의 띠지 그리고 반질거리는 길이

갈길을 안내한다

동대산 정상석을 벗어나 다시 오르내리기를 한시간 차돌백이다

바위가 없는 산길에서 커다란 흰 차돌바위와 길에도 흰 차돌이 박혀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새들도 잠에서 깨어나기 어려운 어둠의 시각

대간꾼들이 지나가는 발소리와 스틱 부딛치는 소리에

잠을 깨웠나 

적막한 산중에 바람불어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

가끔씩 새가 운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커멓던 나무들이 희붐하게 정체를 드러내자

서서히 시야가 트이고 어둠이 사라진 자리는 밝은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비춘다

워낙 숲이 가려진길이여서 떠오르는 태양을 놓쳤다

해발고도 1120m의 신선목이까지는 쉽게 걸었다

신선목이에서 두로봉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여 삼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려야 한다

버스에서 에어컨 바람과 새벽 바람에 추울까봐 겹쳐 입었던 긴 바지를 벗고

두로봉으로 전진이다

진드기가 많아 여름에는 특히 조심해야 된다는 구간이라

조심스러웠다

더워 죽는거 보다는 나을성 싶지만 스틱으로 제치면서 걸어도

길가에 싱싱한 야생풀 때문에 간질간질 했다

두로봉이다

해발고도 1421m의 두로봉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과 홍천군 내면 및

강릉시 연곡면 사이에 있는 산이다

오대산령중에 솟아 있는 고봉으로 산은 동사면을 흐르는 연곡천과

서사면을 흐르는 홍천강의 발원지를 이룬다

이곳에서 오대산 비로봉을 거쳐 서쪽으로 난 산줄기는 계방산으로 해서

태기산 오음산 용문산을 거쳐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시점에서 세력을 다하는 한강기맥이 연결된다

오대산 정상은 백두대간 줄기인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6km쯤 벗어나 있다

당일 산행으로 대간을 이을때는 이곳에서 오대산 비로봉을 찍고 상원사로 주로 하산한다

전에 했던 대간도 이곳에서 끊었었다

두로봉에서 아침을 먹었다

두로봉 정상석은 금지 구간을 알리는 밧줄 너머 헬기장이 있는곳에 설치 되어 있다

이곳 두로봉에서 신배령을 지나 1210봉까지는 출입금지 구간이지만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어지는 대간은 강릉시와 홍천군을 가르는 능선길을 걷는다

맷돼지들이 파헤쳐 놓은 길이 어수선하고 풀들은 많이 자란 길은

오지중에 오지를 걷는다

거미줄이 얼굴에 달라붙어 간질거리고 이슬이 종아리에 쓸린다

휘귀동식물을 보호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해가 안될정도로 길은 험하지 않고 햇볕을 차단하는 정글숲으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구간이다

당일산행때는 걱정하지않아도 될것을,산에서 아침 먹고 걷다보면 똥 싸는것도 큰일이다

습기찬 땅을 파헤치고 볼 일을 보고 그위에 흙을 덮기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해야 하는것도 대간길 걷다보면 터득하게 된다

어쩌다가 땅을 파고 똥을 누게 되었는지

산에서는 자연스레 동물이나 진배없다

어디선가 맷돼지가 내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옷 매무새를 고쳐 입고 다시 출발이다

하루살이들이 귓가에 모여들어 윙위 거리고 눈 앞에서 아른거리며

계속 같이 걷고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이것들은 더 발악을 하며 달라붙는다

완만하게 내림길을 한시간이나 걸으면 신배령이 나온다

신배령 고개는 연곡면 삼산 3리와 홍천군 내면 조개리를 넘나들었던 고개다

맛이 신 돌배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신배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돌배나무인지 알수가 없고 낙엽송 가지사이에 칠넝쿨 같은 가지들이 얼키고 설켜

자라고 땅에는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신배령에서 조금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탈출할수 있는데 우측 계곡은 경사가 심하고 험하여 적당하지 않고

좌측 조개골 계곡으로 탈출하면 오대산 내면 매표소로 하산할수 있다

이어진 길은 복룡산 갈림길인 1210봉에서 출입금지 구역을 마친다

다시 대간길은 좌틀하여 만월봉이다

해발고도 1281m의 만월봉은 약 200년전 조선말 이봉우리를 바라본 어느시인이 시를 짓는데

바다에 솟은 달이 온 산에 비침으로 만월이 가득하여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만월봉은 정상석이 따로 없이 커다란 대간길 안내판 아래 적혀있다

만월봉을 지나쳐 통바람골계곡 갈림길이다

이 갈림길에서 여름에도 추워서 불을 때야 잘수 있다는 통바람골 마을인 명개리로

하산할수 있다

이어 설악산과 오대산의 중간지점에 있는 산으로 오대산에 들어가는 들머리에 해당되는

해발고도 1359m의 응복산을 넘고 1281봉을 찍고

해발고도 1126.6m의 마늘봉과 1261봉 1280봉 대여섯 봉우리를 넘어야

마침내 약수산이 나온다

약수산이 나오기전에 입에서 욕이 나와야 도달한다더니

진짜 응복산에서 약수산까지 세시간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걷기 시작한지 여덟시간이 지나자 체력은 방전되고 눈도 침침 해졌다

약수산이 가까워질수록 암릉 구간이 나오고 체력 소모는 더 했다

에너지 보충제인 젤과 샌드위치 간식을 먹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곳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구간에서 하마트면 골로 갈뻔했다

약수산은 명개리 약수라고 불리는 이 산 남쪽 골짜기의 약수에서 유래한것이다

약수산에서 발원하는 미천골에는 불바라기약수인 미천 약수가 있고

약수산과 갈전곡봉 사이 구룡령 계곡에는 갈천약수가 있다

갈천이라는 이름은 칡뿌리로 허기를 달랠때 냇가에 칡물이 떠날날이 없었다는데서

유래한단다

나무둥치를 빙빙 돌아 올라가는 덩쿨들이 많은걸 보니 칡이 많이 나오는 곳인갑다

힘겹게 올라선 약수산에서 이제는 하산만 남았다

해발고도 1306m 약수산에서 높은 고개인 해발고도 1013m의 구룡령까지는

1.5km는 가파르게 내려선다

하루종일 걸어 거의 다 왔다 싶으니 가파른 내리막 경사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리는 띵하고 등과 목은 후끈거리고

꿀물 오백 포카리스 오백 얼음물 오백 흘린땀보다 더 마신탓에

배는 부풀어 올랐다

발가락에 신경을 곧추 세우고 나무계단을 딛고 내려서기를 삼사십분

나무계단을 왜 둥근것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한발 한발 딛기도 겁난다

어쩌다 굴린 돌은 미친듯이 하강하고 나는 엉금엉금 내려서다 보니

앞서니 뒷서기 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들이 벌써 쫒아 오고 있다

드디어 56번 이차선 도로가 나 있는 구룡령에 다달으자 커다란 표지석이 기다린다

본래 지명으로 장구목이었던 고개는 도로가 나기전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속초로 넘어가던 고개였다

아홉개의 용이 지나갔다 하여 구룡령이라고 불린다

간이 휴계소는 패점으로 문이 닫혀 있고 화장실과 세면대 사용도

금지되어 있어 더운몸을 식힐수도 없게 생겼다

여기도 코로나 때문인가

도로변 아래 산에서 찔끔찔끔 나오는 샘물에서 간신히 수건만 적셔

땀을 씻어냈다

주어진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빠르게 마쳤어도 무려 열시간이나 걸었다

초반에는 숨가프고 몸이 무겁다가 중반에는 컨디션 좋아져 다리도 가볍고 

종반에는 기력 쇠진되어 죽을거 같았던 무박 장거리 산행

그래도 꼴찌에서 몇번째 아무런 탈없이 마칠수 있어 다행이다

세번째 도전하는 백두대간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점봉산구간과 설악산 구간을 지나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면

남한의 백두대간은 끝나게 되고 더 이상 북으론 갈수가 없다

정권이 바뀌고 화해 무드가 생기자 머지않아 북으로 갈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요즘 남북이 다시 얼어붙는걸 보니  죽기전에 북으론 영영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귀경 버스에서 개성에 있는 남북 연락사무소가 폭파 되었다는 속보를 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