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 09:45ㆍ백두대간
일시-2020년 6월30일 화요일 비
장소-백두대간 매봉산 구간 북진
코스-두문동재(싸리재 1268m)-금대봉(1418m)-검룡소 갈림길-쑤아발령-비단봉(1281m)
-채소밭 단지-바람의 언덕-매봉산(천의봉 1303m)-낙동정맥 갈림길-포장도로-삼수령(피재 935m)
백두대간 10km를 3시간 30분 걸림
화방재에서 삼수령까지는 겨울에 지나 갔어야할 구간이다
야생화 축제에 맞추느라 초여름으로 미뤘다가 유월초 두문동재에서 화방재까지 다녀오고
뒤 이어 두문동재에서 삼수령까지 길을 잇는다
일기예보는 엄청난 폭우를 대비하라며 이백에서 삼백미리가 예상된다는 날이다
초 봄에 비 바람 예보에 최소됐던날이 있었지만 막상 당일이 되어보니
기상예보와는 달랐다
이번에도 예보가 틀리기를 바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새벽비가 바람에 날려 아랫바지에 튀기며 달라붙자 몸이 오싹 써늘하다
전날밤 수면제 없이 그런대로 여섯시간 넘게 푹 자서 머리는 개운했다
꽃 방석고개라는 화방재에서 은대봉 금대봉 구간은 꽃길인데
꽃 구경하기가 너무 일렀나 피지 않은 야생화가 태반이었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은 많이 피었을거 같은 기대감이 든다
고속도로에 뿌리는 가는 빗줄기를 뚫고 서울 경기를 벗어나
충청도를 지나는동안 내리던 비는 소강상태이다가
강원도에 들어서니 다시 가는비가 바람에 날린다
우의를 꺼냈다 넣었다 만지작거리다 배낭에다 고이 모시고 가기로 했다
버스는 구불거리는 산길을 올라 38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두문동재에서 하차했다
화장실을 급하게 다녀오자
일행들은 웅성웅성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이 입산금지라며 지키고 있었다
출입금지 구역도 아닌데 폭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 때문이란다
허기사 예전에도 자연 생태 보존지역이라서 이곳을 통과하면서
인원수를 파악하고 출입했었다
임무 수행을 잘하는 국공들하고 싸울수도 없고 융통성없다고 나무랄수도 없다
산에 가는 사람들이 물러설수 밖에
오밤중이라도 출입금지 구역까지 걸어다니는 대간꾼들이 또 그런다고
그냥 집으로 가지도 않아 도로따라 오백여미터를 걸어 시멘트 방지턱을 위에서 잡아 끌고
아래에서 밀면서 산 등성이를 기어 올라갔다
무슨 빨치산 극기 훈련과도 같은 도둑 산행이 휘리릭 순식간에 이어지고
이내 두문동재에서 편하게 이어지는 능선길과 만난다
싸리 나무가 많아서 그런가 싸리재라고도 불리는 두문동재는
고려 말기 유신들이 조선 건국을 반대하며 벼슬살이를 거부하고 은거하여 두문 불출했다하여
이름 붙여졌다
칠백미터 지나 고목나무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금대봉 방향으로 들어선다
가랑비가 흩뿌려 배낭 커버를 씌웠지만 우의는 입지 않아도 걸을만한 비가 내려
오히려 시원했다
산행 시작 삼십여분 두문동재에서 1.3km 떨어진 금대봉 정상이다
정상석은 앙증맞게 작고 삼각점과 태양광 발전기판과 씨시티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요즘 정상석에 이상한 물질을 발라 해손시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니
정상석 해손 금지 표지물이 나부낀다
조망은 회색 안개뿐이고 이제 첫번째 봉우리라 갈길은 멀다
이어 길은 낮게 오르고 내리며 오밀조밀 걷기 쉬고 빗물을 머금은 흙길은 폭신거린다
빗물에 한뼘씩 쑥쑥 자라 꽃을 피우는 가는 범꼬리와 쥐오줌풀꽃 그리고 산 비비추가
제철을 만났다
검룡소 갈림길을 지난 길은 두문동재에서 사킬로 떨어진 쑤아밭령에 다달은다
아름들이 키 큰 물푸레 나무가 떡 버티고 서서 산꾼들은 쉬어가게 만든다
이곳에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까지는 2.8km이다
물 한모금으로 목을 적신후 다시 출발이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안부를 지나고는 한 바탕 올라치면 비단봉이다
해발고도 1281m의 비단봉에서는 태백시내와 금대봉 함백산 태백산이 한 눈에 보이는데
오늘은 온통 희뿌연 안개 바다에 갇혀 있여
비단봉에서 조망은 꽝이다
비단봉을 내려서면 시야가 트이면서 매봉산 고랭지 채소재배 단지가 나온다
돌밭에서 자란 배추들이 제법 푸릇푸릇 컸다
보통의 경우 삼개월이면 출하되어 이 배추들은 팔월이면 성장을 마치고
다시 가을 김장 배추가 심어 진다
전에는 배추밭을 밟고 지나갔었는데 새로이 다리도 만들어져 있고 배추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고 그 옆으로 대간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벌써 점심때가 되었는데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이 쉬운길이여서 그런지
배 고픈줄도 모르겠고 비가 와서 물도 안 먹힌다
임도와 배추밭 고랑 그리고 둔덕길을 걸어 올라오며 산딸기를 따먹고
꿀물도 마셨다
키 크고 커다란 백두대간 매봉산 정상석을 만난다
뿌연 안개속에 하나둘 풍력 발전기가 나타나고 이내 바람의 언덕이다
하늘 아래 태백 바람의 언덕에 바람은 그리 세지 않았다
다시 길은 이어져 숲과 밭의 경계선을 따라 걷다 숲으로 들어 올라서면
진짜 매봉산 정상이 나온다
해발고도 1303m의 매봉산에는 삼각점과 방송 송신센터가 설치 되어 있고
정상석 안쪽으로 전망대가 있다
역시 전망대의 경치는 꽝이다
정상석은 금대봉과 마찬가지로 앙증스럽게 작고 뒷편에는 천의봉이라고 젹혀 있다
태백산 품의 한 봉우리인 하늘봉이라는 천의봉은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으로
갈리치는곳으로 빗방울이 덜어져 세곳으로 나뉘어 한강 낙동강 오십천으로 흐른다
삼수령의 북서쪽인 왼쪽에 내린 빗방울은 골지천으로 모여 한강 그리고 서해로 흘러가고
오른쪽에 내린 물은 오십천으로 모여 동해로 흘러가고
남쪽에 내린 빗방울은 황지천으로 모여 낙동강을 이루어 흘러간다
실질적으로는 이곳에서 갈라지는데 조금 떨어진 삼수령 고개에 삼수 기념탑을 설치되어 있고
고개 이름도 삼수령이라고 붙였다
골지천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창죽천 물과 만나 정선을 지나는 하천이고
오십천은 태백과 삼척의 경계에 있는 백병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로 삼척 동해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황지천은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황지 연못에서 흘러내린 물로 태백시내를 지나는 하천을 말한다
키 작은 참나무가 많은 매봉산 정상을 뒤로 하고 길은 내려선다
배추밭 임도를 지나고 숲으로 들어간 길은 이내 낙동정맥 갈림길이다
이곳이 낙동정맥 시작점이다
오후 두시가 넘고 이제 거의 다 와 삼수령이 코 앞인데 점심도 거른채 걸었다
눈 보라 치는 겨울이면 유난히 눈이 많이 쌓이는 선자령구간과 함께
어려운 구간인데 비오는 여름이라서 시원하고 길이 좋아 한달음에 달렸나 보다
이어진 완만한 숲길로 걸어 내려서 시맨트 도로따라 걸어 내려오니
오늘의 날머리인 삼수령이다
가랑비에 젖은 35번 지방도로는 오가는 차도 없이 텅 비어 있고 대간꾼들 뿐이다
해발 고도 935m의 삼수령은 물이 세곳으로 나눠서 흘러내리는 고개라서 붙은 이름이고
피재는 전쟁이나 비상시 난을 피해 넘어온 고개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밥도 안 먹고 꿀물만 마시고 빗물은 뒤집어 쓴채 정신없이 걸어 주어진 시간보다
무려 한시간 삼십분이나 빨랐다
간이 휴계소에서 우동컵라면을 사먹었다
먹지 않고 비 맞은 탓에 허했던 속이 풀리고 개운했다
비 오는날 산행은 개인 날보다는 위험이 따르지만 여름 더위에 지치는거보다는
차라리 비 맞는게 낫다
오랜만에 짧은 거리에다 머리를 적시고 걸은탓에 두통이 없었다
딱 내 수준인데 매번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주는 전번 구간에 죽을똥 살똥 약수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구룡령에서 조침령까지 21km의
무박산행이 기다린다
이제 남아 있는 남한의 백두대간은 점봉산구간과 설악산 구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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