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차 댓재에서 이기령까지

2020. 4. 8. 14:38백두대간


일시-2020년 4월6~7일 무박산행

장소-두타산 청옥산구간 북진

코스-댓재(810m)-햇대등(960m)-1028봉-통골재-두타산(1353m)-박달령

      -청옥산(1403m)-연칠성령-고적대-갈미봉-이기령-잎새바람-식당

     백두대간 19.3km+접속거리 도보3km+자가용3km=25.3km를 9시간30분걸림


한달반전에 댓재까지 걷고 건너 뛰었던 두타 청옥산 구간을 잇는날이다

오랜만에 무박으로 산행가서 긴장되고 걱정도 했으나 무탈하게 하산하여

천만 다행이고 하루 푹 쉬고 났더니 몸살났던 근육도 제기능을 찾았다


마지막 지하철을 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것이 바뀌었는데 지하철 막차도 한두시간 빨리 막을 내린다

일부러 낮잠을 자둔턱에 졸립지는 않아도 생체리듬을 깨고

오밤중에 산행 차비를 하고 나서 그런지 기운이 빠져 영 심란하다

눈만 감고 있지 버스에서는 머리는 거의 깨어있다시피 한채

한번의 휴계실을 들르고 드디어 들머리인 댓재다

댓재로 오르는 길이 꼬부랑 아스팔트길로 해발고도 810m까지 올라야해서

차멀리가 날것같이 울렁울렁 먹은 찰밥과 박카스가 도로 나올것만 같다

댓재에는 화장실이 있어 변기에 앉았더니 컴컴한 밤중인데도 스팀이 나오고

좌변기가 따뜻하다

이제사 오려는 잠을 떨치고 볼일만 보고 부리나케 나왔다

일행들 거의 산속으로 가버리고 나머지 후미그룹 몇명이서 출발이다

댓재에는 산신각이 있고 424번 지방도로가 시원하게 뚫렸는데 보름전날 달은 크게 떴는데도

워낙 댓재와 백복령은 안개 상습지역이고

칠흙같은 밤이라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가늠도 어렵다

이럴땐 앞사람 움직이는 불빛이 바로 대간길이다

바람이 제법 살쌀하게 불어오고 공기도 차갑다

움직이지 않으면 추워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더니 오른쪽 무릎 오금자리가 뻐근하게

통증이 시작된다

대여섯시간 지나면가끔씩 찾아오던 통증이 초반부터 시작되어 불길한 예감이다

뒤쳐질수 없어 계속 따라가다보니 삼십여분이 지나자 서서히 통증이 가신다

그런 다음은 완전하게 몸이 깨어나고 발도 가벼운 편이다

백오십미터의 고도를 올려 첫번째 인증장소인 햇대등이다

벌써 이구간을 네번씩이나 하는거라 인증은 필요없어 통과했다

이어 1028봉,명주목재를 지나 댓재에서 4km 떨어진 통골재까지 가는동안에도

어둠이 가시질 않고 너무나 깜깜해서 뒤에서 누가 뒷덜미를 잡아당기는것만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통골재에서 두타산정상까지는 6.1km 거리를 잊고 걸어야 맘이 편하다

가는도중 진한 어둠이 서서히 가시고 가까운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서 붉은 기운이 돋는다

무박산행은 잠 못자는거만 빼면 누구는 남보다 먼저 맞이하는 해와 동행해서 좋아할테고

누구는 한 낮 뜨거운 햇볕으로 데워진 공기가 싫어서 무박을 좋아할것이다

떠오르는 해와 함께 하며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것도 좋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더위에 죽을맛인 나는 후자가 될것이다

한고비만 넘으면 두타산 정상인데 앞선 일행들이 아침밥을 먹고 있다

이어 두타산 정상에 오르니 붉게 떠오른 아침해가 두타산 정상석과 쉼의자에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해발고도 1353m 높이 올랐다

옛것과 새것의 두개의 정상석이 있는 두타산 정상은 넓어 쉬어가기에 편한곳이나

바람이 거셌다

동해와 삼척의 분수령인 두타산은 동해의 삼화동과 삼척의 하장면과 미로면을 나뉜다

두타산의 두타는 불교용어다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수행을 닦는다는뜻이다

이곳에서 쉰움산 삼거리로 하산하여 두타산성길로 탈출하면 무릉계곡으로 중탈할수있다

조금 쉴틈도 없이 박달령으로 직진이다

내리막길 음지에는 아직 눈이 미끌거려 아이젠을 꺼내 차다 다시 양지로 나오면

아이젠을 빼느라 안그래도 행동이 굼떠 꾸물거려 시간 잡아먹는다고 야단인데

걷기도 바빠 죽겠어서 찔끔찔끔 녹지않은 눈이 말썽이다

두타산에서 2.3km 떨어진 박달고뎅이라고도 불리는 박달령에 다달았다

이곳에서 무릉계곡으로 하산할수도 있다

청옥산까지 남은거리는1,4km 이어 문바위재와 학등을 지났다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청옥산이다

청옥산은 해발고도 1403m로 오늘 가장 높은 곳으로

두타,고적대와 더불어 해동삼봉으로 불린다

청옥산은 예로부터 여신상으로 남자가 오르면 힘이 나고

여자가 오르면 머리가 아프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산이다

남자든 여자든 십킬로를 걸어 도착한 청옥산에서는 모두 힘에 부칠 시각이다

정상을 뒤로하고 북으로 삼십여분 내려서면 연칠성령이다

이곳에서 하산하여 사원터에서 무릉계곡을 지나 삼화사로 하산해야하는것은

길을 잘못들어 멀리 하늘문까지 알바했던 기억이 생생한곳이다

그땐 이러다가 진짜 하늘로 가는줄만 알었다

예전에도 삼척과 동해로 넘나드는 산세가 험준하여 난출령이라고 불린곳으로

지금도 험하기는 매한가지다

벌써 육년전일이다

오전내내 소식없던 오줌이 두타 청옥 두산을 넘어 긴장이 풀어졌는지

갑자기 마려워 연칠성령 돌탑밑에서 봇물터지듯 싸고 일어서는데

머리가 핑 무릎이 우두둑 앉았다 서는게 힘들다

연칠성령에서 1km떨어진 고적대까지는 암릉구간이 제법 나온다

고도를 올려 1244m의 망군대를 지나면 조망이 탁트인 암릉길을 지나

드디어 1354m의 고적대이다

고적대는 강원도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는곳으로

서쪽의 중봉산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틀방향으로 튼 대간길은 조난사고 다발지역인 고적대 삼거리를 지나고

이어 갈미봉이다

표지판으로 정상석을 대신하는 갈미봉만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으로

걷기는 편하다

바람도 선선하여 걷기는 괜찮은편이나 그놈의 아이젠을 여섯번이나 끼었다 뺐다 하는통에

번거로운 산행을 하고 있다

오후들어 점점 기온은 올라가고 있었으나 오늘 산중에서는 봄은 아직이다

자작나무숲아래 산죽나무길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백두대간일정을 마치는

이기령이 나온다

고적대 정상에서 6.6km를 내려왔다

먼저간 일행들이 평상에서 쉬고 있었다

이곳에서 백두대간길은 끝내지만 버스가 기다리는 이기동까지는 6킬로를 내려가야 한다

이기령 고갯길에서 서쪽으로는 유명한 부수베리 계곡과 괘방산이 나온다

예전에는 임계의 도전리와 가목리 사람들이 삼척 바닷가의 소금을 구하기 위해

이용했던 고개다

지금은 임도가 넓게 나 있어 옆 도로에는 난데없이 차가 지나갔다

우리가 걸어 하산할길은 소원성취길이라는 한양길이라는 팻말이 있고

서낭나무 밧줄에 무당집 천이 드리워져 있고

섬특한 인형과 잡석을 쌓은 누석단이 있다

가파른 임도길이 바위도 아니고 자갈도 아닌 제법 큰 돌멩이가 박힌길이라

걸어내려가는데 몹시 힘들었다

여태 빠진 체력에 기력까지 뺏어가는 길 다시는 오고싶지 않는데

댓재에서 백복령까지 32km를 한번에 걷지않는 이상 다음구간에 한번 더 와야 한다

예약된 식당에서 3킬로는 차로 이동시켜줬다

대통밥에 된장찌게 이름만 근사하지

대통밥은 견과류도 없이 끈적이고 된장찌게는 요즘 지천에 있는 쑥한개 없이 짜디짜기만하고

구천원은 밥값보다 차값으로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