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0. 09:32ㆍ가족
드디어 아들이 장가를 가네
좋은냐?(네 대답나오면 나도 좋다)
코로나라는 역병을 견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부부가 된 신랑신부를
꽃들도 피고 지며 축하를 하는구나
봄빛에 눈이 부시고 봄바람에 맘이 설레는날이네
봄꽃이 피어나기까지 긴시간 걸려도 꽃이 떨어지는건 단 하루 한순간뿐이듯
다시 오지 않을 예식의날
너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이시간도 아깝게 흐르고 있구나
먼저 이 자리를 빌어
며느리가 된 이쁘고 총명한 딸을 낳아 키워 주신
사돈 내외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또한 새출발을 딛는 아들부부의 축하를 위해
휴일 꽃놀이를 뒤로하고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들에게도
무한 감사드립니다.
벌써 삼십삼년전이다
그땐 둘만 낳아 잘 기르라는 비전없는 정부 정책으로 의료보험도 안된는 시절이 있었단다
그날은 사십년만에 찜통더위가 찾아와 누나 이마에 땀띠가 벌겋게 올라와 있을땐데
내 평생 그런 기쁜날은 다시는 오지 않을테지만
너를 낳고는 배 가른 아픔보다 기쁨이 컸었지
두 누나 아래 막내아들이 된 너를 어찌 키워냈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 행복이 넘쳐 났다
엄마는 세끼 밥만 먹인거 같은데 어느새 세월은 훌쩍 지나 이리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구나
미운짓을 해도 밉지 않고 이쁜짓을 하면 더 이쁘기만 했던 너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어릴때부터 뭐든 스스로 하던 너는
준비물 챙길일이 많은 초등학교때는 중고등학생인 누나들보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다녔었다
이것저것 매일 바뀌는 준비물을 몽땅 넣고 다녀 잡화상 가방처럼 될수밖에
집에 오면 흙냄새가 폴폴 나는 건강한 사내아이로 자랐었지
학교도 군대도 회사도 혼자 알아서 결정하고 실행하더니 이제는 장가도 알아서 간다고
혼주로 참석만 하면 된다하여 우릴 할일없는 부모로 만들었지만
내심 고마웠다
그런 니가 초중고 대학까지 다닌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와 서울남자는
대전 남자가 되었다
어느날,말도 없이 엄마아빠 주민등록에서 사라져버린 이름
독립군이 되어 내곁을 떠날 준비를 했었나보다
이제보니 그게 다 지예를 만나려고 그랬구나
지예를 처음 만난날,지예는 살짝 긴장 했어도 활짝 웃었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엄마아빠도 그냥 이뻐만 하기로 했다
이리 서 있으니 새삼 옛일들이 스쳐간다
두번째 밀레니엄을 마치는 이천년 새해 떠오르는 태양을 본다고 둥둥 싸매고 매고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피난민 행렬이 되어 태백산에 올랐던걸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사천 공군부대에서 군복무중 부모님 초청 마치고 떠난 지리산 등반과
엄마 아빠 백두대간 할땐 몇구간 동행하며
벌에 쏘이고 죽비처럼 도토리로 맞았던일도 기억하는지,모두 재미난 추억이다
니가 방학때마다 했던 홀로 세계여행 경험은
심신이 쇠약하고 소심한 엄마 닮지 않도록 노력한 수고로
훗날 많은 도움으로 다가오리라 여긴다
어쩜 너희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다
이제 예식장을 벗어나면 날마다 새 날을 펼쳐질게고
가족 공동체를 이룬 둘이서 행복을 만들어가면 될것이다
스마트 시대를 넘어 에이아이 시대가 왔을지라도
행복이 달나라 별나라 먼곳에 있는게 아니라 배 부르고 등 따시고 즐거우면 행복인게야
그러나,엄마가 사십년 결혼생활 해보니 산다는게 꿈같이 아름다운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사는게 쉬운거 같아도 때론 예기치 않은 어려움도 부딪치게 될때가 있단다
삶은 기쁘다가도 슬프게 절망하다 다시 행복하게 일상의 사이사이를 매꿔가며 사는거고
둘이 합심하면 무섭고 두려운일도 슬기롭게 극복할수 있을거라 믿는다
다툼이 생길라치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 옆지기가
나보다 과분한 사람이라 여기면 절로 누그러질게야
분분히 낙화하는 봄날처럼 너희들의 젊음이 한없이 부럽고
이렇게 나란히 있는것만 봐도 든든하구나
어제 죽은자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내일이 바로 오늘이라니 허투루 보내면 안되는 오늘
지금이 중요한건 두말이 필요없다
누구나 주어지는 하루를 어떻게 사는냐에 따라 먼 훗날 달라진 모습이 될것이고
너희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되려거든 하루하루 성찰하며 재미나게 살면 될게다
사람들 입방아들은 아들 장가가면 먼 나라로 이민갔거니 생각하고
아들이 보고 싶어도 며느리 허락없인 아니된다고 하더라
심성 고운 지예와 지환이는 해당되지 않지만
내가 낳은 자식 내 맘대로 보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는구나
아무리 세상 인심이 사납게 변해도 우리는 짓궃은 걱정은 하지 말자
엄마는 사시사철 거목이 되어 언제든 도움주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한해 두해 점점 나목이 되어가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내 비록 빈껍데기로 남아도 구멍 숭숭 뚫린 앙상한 가지라도 꺽어줄테니
위로가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와 다오
오늘로써 내가 만든 유전자 세명 모두 짝 지어 독립 시켰으니
나는 이제 해방이다
막둥이 장가만 보내면 멈췄던 산에 다시 오르고
쓸데없는 걱정 뒤로 하고 두 다리 쭉 뻗고 자야겠다고
백번 천번을 다짐해도 뭔 미련이 남았는지
왜 이리 기쁜날 눈물이 나오려 하네~
끝으로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준 부모의 노고와 고마움을 새기고
둘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잘 살면 그것으로 양가 부모에게 효도하는일이라걸 명심해다오
그리고,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번뿐이고 누구에게나 처음이니
든든한 보호자로 만난 둘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온 몸으로 살아 한세상 한번 멋지게 살아보거라
진심으로 축하하고
아들 김지환 며느리 정지예 사랑한다
2023년 4월22일 지환지예 혼삿날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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