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초대

2024. 11. 6. 09:32친구

일시-2024년 11월5일 화요일  8/15 맑음

 

주렁주렁 달렸던 풋감과 대봉 감나무 가지,너 마저 댕강,꺽어지고 마니 십일월이다

까치밥 하나라도 남기고 가지,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이다.

한알의 열매속에 들은 봄 여름 가을 세계절을 입에 넣고 겨울 차비를 해야하는 이 즈음,

찬 이슬 맺히며 열매 익는다는 한로와 서리 내린다는 상강도 지나 입동이다

제대로된 단풍 구경은 못했는데 발끝에는 붉으락 푸르락 푸르딩딩 우중충한

마른 낙엽이 바스락 거리니 계절은 절기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겨울 차비할 나무들도 이 계절이 부산스러워 아름다운 단풍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자연의 시간대로 살자고 맹세한 나도 덩달아 미친년 될까 긴 머리를 쌩뚱 잘라내고

놀러 가고픈 마음만 앞서지 바뀐 계절을 감당못하고 입술이 부르텄다

이 모두 미친 지구 온난화 탓이다

 

살다살다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날들과 삼십도 넘는 추석날도 난생 처음 겪고

무사히 여름을 견딘 나를 위로하며 멍 때리는날이 많은 시월 어느날

뜻밖에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몇몇 친구들이 모여 점심 먹자고,

어질병이 고질병이 되기전에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처방에도 밀폐된 공간에서 모임은

안가본지도 벌써 두해를 넘겼으니 친구들 만남은 또 다른 도전으로 용기내어 약속 장소로 갔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동서남북 분간이 어려운 나 같은 길치에겐 몇번 출구가

얼마나 쉬운 통로인지 지상으로 나오니 가을 햇살이 부드러워 집 나오길 잘했다싶다

난데없는 공사 가림막이 눈을 가려 이 동네가 아닌가 순간 당황 했지만 약속 장소를 잘 찾아냈다

오년만에 만난 친구들 세월이 무색하게 모두 건재하여 또 당황했다

칠십이 삼년도 안남았는데 이렇게 안늙어도 되는건지,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명언을 얘들도 아나보다

 

어른신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나길 기원하며 십시일반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경로 잔치를

雉鷄米라 한다 

꿩과 닭과 쌀을 의미하는 치계미는 원래 사또 밥상에 올릴 반찬값 뇌물로 쓰였다가

경로잔치를 위한 추렴의 의미가 된것이다

우리도 벌써 노인 무임 지하철 승차권을 이용하는 세대, 오늘 우리끼리 경로잔치를 하러 온 셈이다

스무명 남짓 모인 친구들,모임에는 회비가 따르기 마련 밥값을 지갑에 넣고 갔건만

한끼 배부르게 먹고 손주 용돈도 벌었다

태중에서 부터 죽을때까지 사는 한, 끼니 잇기는 불가분 관계라 밥 만큼 중요한것도 없다

따박따박 닥쳐오는 밥때는 왜 그렇게 빨리 찾아오는지, 살기 위해 먹는것보단

먹기 위해 사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밥 이야기를 많이한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전기 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비린 향기에 한평생 목이 메었다."

칼의 노래,에서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끼 앞에서 무료였다

먹을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수 없다."

그러면서 삶 속에서 언제나 먹어야 하는 진저리 나는게 밥이지만 그건 신성한 사랑이라 표현한다

우리도 밥 정이란 애틋한 말을 하기도 한다

먹고 마시고 놀아 재미나면 기 충전은 금세라는데 노는것도 쉬운일이 아니라

빠르게 올라온다는 기 충전이 더디기만 하다 

어느새 세시간의 한 낮 시간이 흘러 헤어질 시간이다

한해를 갈무리 할수 있는 시간이 두달이나 남았다

오늘이 입동,써늘한 공기가 싫지 않다

남은 만추와 겨울이 허락하는 만큼 행복하시길.... 

 

추위가 닥치기 전에,비 오기 전에,

막바지 단풍이 떨어지기 전에,

낙엽된 가을이 자루에 담기기 전에

배 고픈 새들을 위해 마른 나뭇가지 끝에

까치밥 하나라도 남기고 가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바삐 떨어져 날리는

낙엽의 계절에 만난 그녀들은 언제나 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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