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1. 14:58ㆍ독후감
저자-김훈

책이 많이 바랬다,책표지도 바랬고 책안쪽도 누렇게 바랬다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로 음식을 해먹듯 몇달째 책장을 파먹는 중이다
두번째 읽는 내 젊은날의 숲은
초판 인쇄가 이천십년이니 벌써 십오년전이다
세월이 가도 글은 남는거라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짧게 끊어지듯 이어지는 문장이
언제나 쉽고 새롭게 다가온다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았다는 작가 특히 휴전선 이남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며
발걸음이 닿은 개마고원과 평강고원 철원평야에서 글감을 주었으니
무대는 시화평 고원의 자등령 능선에 군부대 안의 국립 수목원에서 일년남짓
계약직으로 세밀화 작업을 하는 조연주와 얽힌 이야기다
말단 공무원인 아버지가 감옥에 이감되며 소설은 시작되고 모범수로 풀려나
소설 말미엔 중풍으로 죽은 아버지를 수목원 능선에서 산장을 하며 새들의 밥이 된다
밥에 버무려진 유골의 뼈 가루가 새 먹이가 되어 저무는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이
좆내논의 등에 업혀 하늘로 날아가는 꿈과 같았다
불면의 밤으로 밤마다 전화를 거는 그녀의 엄마,끊을 수도 끊기도 어려운 혈연의 인연은 끈질기다
또한 수목원에서의 짧은 인연인 안요한과 그의 자폐아이,그리고 김민수 중위
처음엔 꽃이나 나무의 세밀화 작업을 하기로 들어간 수목원에서 유골의 뼈 그림을 그리면서
연주의 풍경같은 이야기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여행의 소산으로 지어졌다는 작가의 말마따나 숲의 나무와 바람 햇빛들이 세밀화스럽게
세세하게 묘사되었다
"어두운 산맥을 건너오는 바람이 시간을 몰아가는 소리를 냈다
바람소리에는 먼 숲을 훑어온 소리와 가까운 숲을 스치는 소리가 포개져 있다"
"나무들도 새벽의 여린 햇살이 다가오면 잔설 속에서 봄을 맞는 숲은 짙은 풋내를 풍겼다
자등령 숲에는 한겨울에도 봄이 숨어 있어서 햇살이 곧은 한낮에는 산의 젖은 날숨이 능선 위 허공에 엉겨 있었다"
"여름의 숲은 트고 깊게 숨쉬었다
나무들의 들숨은 땅속의 먼쭈리 끝까지 닿았고 날숨은 온 산맥에서 출렁거렸다"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주 (4) | 2025.06.30 |
---|---|
리스본행 야간열차1,2 (3) | 2025.06.22 |
오두막 (3) | 2025.06.01 |
빛과 실 (1) | 2025.05.15 |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0) | 2025.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