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8. 16:01ㆍ영화
감독-데이비드 프랭클
출연-제니퍼 애니스턴(제니) 오웬 윌슨(존) 그외 다수
라브라도 리트리버(말리)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리지"의 칼럼니스트 존그로건의 자전적 베스트셀러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데이비드 프랭클이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북미에서 2008년 크리스마스 시즌용으로 개봉했던 전형적인 미국가족드라마다.
말리와의 만남에서 이별까지 19년을 에피소드 위주로 엮어 어찌보면 사소한 일상생활연속에 흥미롭지 않을수도있다.
또 한국의 정서에 맞지않는 부분에는,예를들면
집안에서 대형견과 같이 뒹굴며 음식을 나눠먹고,뽀뽀하는장면들은 이해가 되지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나,한번쯤 애완견을 키워본적이 있거나
아님, 오늘도 개똥을 치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이가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내가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이 먹먹해 객관적인 감상이 될수없는 이유가 있다.
말리는 차돌이가 되어 계속 뛰고 있기 때문이다.
제니;수첩에 적어가며 계획대로 모든일을 처리하는 여자.
존;꿈을 향해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싶은 남자.
폭설이 내리던날
하늘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하고 플로리다에서 신혼의 달콤함을 즐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떠할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직장을 구하고,집을 마련하고, 제니의 다음계획은 아이를 갖는것.
그러나,아직 아빠준비가 안된 존은 제니의 관심을 사는 깜짝선물을 한다.
제니의 가슴에 안긴 선물은,귀엽고 작고 싼 떨이강아지였다.
뮤지션 밥말리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오다 말리 라는 이름을 가지게된다.
강아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고뭉치가 된다.
저러다 배가 터지면 어쩌나 할정도로 서서먹고, 앉아서먹다 지쳐 엎드려먹고 또먹고,
실제로 막태어난 강아지는 너무 먹어 위가 터져 죽는수도있다.
소파 뜯어먹고,바닦 뜯고,벽뚫고,빨래 물고뛰고,양변기 물먹고,한밤중에 울부짖고,천둥소리에 짖어대고
이건 애완견이 아니라 애물단지 견이다.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도 말리는 꼬리를 흔든다.
말리는 라브라도 리트리버 크림색이다.
리트리버는 골든과 라브라도 두종류가 있는데 골든은 장모로 누리끼리한 색깔이다
긴꼬리를 흔들며 당당하게 걷는 모습은 아주멋지다.고관절이 자주 빠지는 단점이 있다.
라브라도는 단모로 크림색 누런색 까만색 세종류가 있다.
털이 짦은 대신 무척 빠진다.개가 지나간곳은 청소기를 들고 따라다녀야 할정도다.
보통 6개월이 지나 성견이 되면 점잖고 영리해
맹인안내견이나 마약탐지견으로 많이 활약하는 선한 눈동자를 가진개다.
원작에도 썼듯이 말리는 약간 미친기가 있지않고서는 이렇게 정신없는 개가 될수없다.
영화 제작동안에 22마리 개들이 동원되었다니 완전 개판이었겠다.
차돌이와 인연은,
은행이란 조직에서 이탈 한후 한동안 사람과 접촉이 없이 지내던 남편은 허전함을 달래려는듯
담배를 끊는 조건으로 대형견을 길러보겠다고 한다.
얼키고 설킨 사회적 지위가 넌덜이가 난 사람처럼..
권력과 지위가 남자의 자존심이고 살리고 죽이는 무기이지않나,
십여년이 지났지만 이사람이 없으면 망할것같았던 은행은 그대로이고
순간순간 고통이 닥쳐올때면 말리지 못한걸 후회하기도했다.
"살면 백년을 살겠나 하고 싶은데로 해야지" 난 개가 아니고 말 이라도 허락했을것이다.
왜냐면 나보다 고집이센걸 알기때문에....
용인에 있는 리트리버 농장에서 분양견의 족보있는 아빠 엄마를 가려 임신되기를 기다리더니
태어난 강아지중 또릿또릿한놈으로 점찍어 애미젖을 떼고,
신생아실에서 퇴원하는 아기안고 오듯 인형같은 강아지를 안고 왔다.
강아지라고 하나 곰인형같이 생기고 몸무게가 3kg이넘었다.
눈의 흰자위만 빼고는 먹물을 뒤집어쓴듯 온통 새까맣다.
우리 가족은 소형견을 기르고 있어 대수롭지않게 금방 적응이 되어갔다.
푸들잡종인 초롱이는 성견이라도 3kg밖에 안된다.
남편은 좋아하던 멍멍탕도 멀리하고 지극정성이다.
사료를 저울에 달아 날계란을 버무려 같은 시각에 먹이고,
산책시키기,빗질해주기, 목욕시키기,예방접종하기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몸무게는 몇달안되어 30kg이 훌쩍 넘었다.
초롱이가 덩치큰 차돌이 입뚜껑은 물고 매달리거나,
진공청소기처럼 사료를 먹고 행여 한톨이라도 남기기를 바리며 초롱이 밥그릇앞에서 침을 뚝뚝떨어뜨리고 기다리는걸보면
개는 서열이 엄격함을 알수있다.
영화에 나오는 말리처럼 천방지축은 아니지만 차돌이도 철딱서니없는 말성꾸러기였다.
애들을 유난히 좋아해서 달리기 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물컹한 베개가 되어 같이 자기도 한다.
몸무게가 늘수록 먹는양이 많아지면 똥도 많이싸고,
오줌은 또 얼마나 양이 많은지 바게스로 하나가득이다.
가끔 차돌이 똥이 내차례가 되면"개똥 치우다 인생 다간다"고 투덜댔다.
명견을 만들어 보겠다던 남편은 어느새 차돌이 아빠가되어 청바지로 개껌을 만들어 밀고 당기고 같이 뒹굴며 논다.
복종하는 기초훈련이 필요하다며 군대를 보낸다고 한다.
자식들 국영수 학원 보내자면 질색하던 사람이 개새끼는 학원에 보낸다니 그것도 기숙학원에..
차돌이는 3개월 합숙훈련에 들어가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양평에 있는 베토벤 훈련소에 면회를 갔다.
훈련사와 의젓한 모습으로 걷고 서고 뛰고 ,뜀틀건너고 공받기등
시범을 보이다가 우리 목소리만 들려도 주인을 알아보고 좋아서 난리가 난다.
한나절을 놀다 휭하니 돌아오면 차가 안보일때가지 짖는소리가 들린다.
퀑퀑 나도 데려가요 퀑퀑퀑...멍멍멍,,,
그뒤 한가족으로 사는동안
친구 만들어주기,애견대회 나가기 등 우여 곡절이 많았다.
우리 부부가 말다툼이라도 하면 자기집에 들어가 꼼짝않다가
식구들 분위기가 좋으면 지가 먼저 돌고 뛰고 애교떨고 웃긴다.
시꺼멓게 생긴 대형견을 산책시키자면 주민들과 마주치게 되고
"생긴것은 도둑놈같아도 아주순해요"라고 말해도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짖지 않도록 훈련받아 집안에서는 거의짖지않는데 어쩌다 한번 짖으면 아파트가 울려 피해를 주고
공동주택에선 차돌이를 키울수없게 되었을때
개를 무척 사랑해 여섯마리를 기르고 있는 시골 친척집에 입양시켰다.
차돌처럼 건강하라고 내가 지어준 이름대로 우리랑 같이 한 2년은 한번도 아픈적이 없었다.
그러던 차돌이는 1년후 심장사상충으로 입원하고 그뒤론 묻지않았다.
차돌이 이름만 말해도 끝까지 지켜주지못한 죄책감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금세 우울해하기때문에 말하지 않는데
이글을 읽는다면 또 슬퍼할지도,또 다시 농장에 가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파트에선 개띠인 날 대형견으로 여기면 되잖소"
할아버지가 되어 하루종일 자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청년이 되어 팔딱팔딱 뛰는 열두살 초롱이는
하모니카 반주에 맟춰 노래를 부르는 귀여운 가족의 일원이다.
혼자 있을땐 가끔 오줌을 지려놓긴하지만...알 떼어낸걸 복수라도 하는듯..
영화로 다시 돌아가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해변가를 산책하는 부부.
해변가의 사람들은 젊음이 있다.
도시의 소음과 더위를 피해 여유를 즐기는 남녀의 입맞춤은 젊음이있어 더욱 빛난다.
한가로운 백사장이 어느새 달리기 트랙장이된다. 말리 때문에....
목줄은 달고 뛰고,그런 말리를 잡기위해 부부도 뛰고,조련사도 쉽게 통제가 안되는 못말리는개다.
알 두쪽을 제거하면 조금 순해질까,
거세하러 병원에 가는 차창밖으로 몸이 반쯤나와 차와 같이 달리는 장면은 가관이다.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니가 유산의 아픔을 겪고 슬퍼할때 때론 밀썽꾸러기 말리도 위로가된다.
존이 선물한 목걸이를 꿀꺽하고, 야구경기장을 뛰어다니고,말리의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아들 패트릭이 태어나고 아이에게 집중하기 원하는 제니는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길을 선택한다.
존은 자신의 꿈인 기자보다는 연봉이 조금더나은 칼럼니스트로 일한다.
주변의 사건과 말리의 생활을 진솔하게 쓴 칼럼이 인기를 끌면서,
아무리 화려한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게 인생이기도 하나보다.
가장의 직장생활이라는것도,
아내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할수도 있겠다.
연예만 하고 결혼은 하지않으며 자기꿈을 이루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존의 가슴에는 사랑하는 가족,아내 아이 말리 뿐이다.
둘째가 태어나고,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제니,엄마라면 한번쯤 겪어 봤을증상으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기 젖주고 달래고 재우고 기저귀갈고...
해도 해도 끝이날것같지않는 어제가 오늘이고 또내일이 반복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다.
매사에 짜증이 묻어나며 밤중에 짖는 말리때문에 간신히 잠든 아이가 울땐,
개가 아니라 웬수다.
피곤해서 말다툼하고 개때문에 또싸운다.
남자는 바깥일로 여자는 집안일로 스트레스가 쌓여 싸우는 모습은 어느집에서나 부부라면 겪는일이다.일하는 엄마는 더 힘겨울게다.
잠시 친구집에 피신시킨 말리!
당장 내다 버리라고 했던 말리가 막상 없으니 허전하고 보고 싶어진다.
말리는 반려견인 동시에 버릴수없는 가족이었다.
"있을때 잘혀"라는 노래도 있듯이..
셋째가 태어나고,식구가 늘고 아이들이 커가고 말리는 점점 늙어가게 된다.
천방지축 날뛰던 말리도 조용해지고 두러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는걸 보니
사람이나 개나 나이에는 어절수없는 모양이다.
사랑하는 가족도 영원히 함께 살수는 없는것,이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슬퍼할때 위로가 되고 기쁠때 더 행복을 주었던 말리는 온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고 떠난다.
배신이란 단어를 모른채 말리는 먹었던 목걸이와 함께, 생일케잌을 핥아먹는꿈을 꾸며 영원히 잠든다.
엔딩부분에 나오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개는 좋은차,큰집,명품옷을 필요로 하지않아요.
막대기 하나면 충분하죠.
당신이 부자인지,가닌한지,똑똑한지,멍청한지도
상관하지않고요.
자기가 받은 사랑을 모두 되돌려주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당신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사람...
그런 사람이 지금 당신곁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