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3. 00:04ㆍ영화
감독-이충렬
출연-최원균.이삼순 그리고 소
기축년 소의해에 소가 우리를 위로한다.
그것도 아주 늙은 소가..
"제25회 선댄스 국제 영화제"에 수상은 아니지만
한국 다큐사상 경쟁부문에 오른16편중 하나로 세계인의 가슴을 미리 움직였던 영화이다.
선댄스영화제란
미국의 명배우 로버트레드포드가 얼마전 타계한 폴뉴먼과 주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극중인물인 선댄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세계 최초 독립영화이다.
전남 영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소를 몰아보았다는 감독은 경력 15년차 독립방송 pd출신이다.
방송사에서 거절당한 다큐테이프가 쌓이면서 세상이 미워졌을당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반성문을 쓰는 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늙은 아버지를 닮은 소를 떠올리며 전국을 헤매이다 2005년 봉화에서 노부부와 소를 발견한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의 아버지는 영화를 보고나서 아무말없이 용돈을 쥐어졌다고 한다.
정치적이고 실험적인 메시지가 담긴다는 독립영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일상의 진솔함 삶에 사람과 동물이라는 관계가 부담없이 다가온다.
언론과 메스컴은 저예산 독립영화의 쾌거,최고갱신,초대박 이라면서
불황기에 기죽은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부르고 있다.
경북 봉화 청량사에 힘겹게 오른 노부부는 30년간 동거동락한 마흔살 소의 극락환생을 위한기도를 하며 시작된다.
팔순의 늙은 촌부는 젊은 시절 왼쪽다리를 다쳐 절고 귀도 잘안들린다.
보통수명이 15년이라는데, 믿기지 않을만큼 오래산 마흔살의 소!
한발한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늙은촌부와 늙은소는
고단한 인생과 우생의 질척한 삶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고물 라디오를 달고, 달구지를 끌면서 댕그랑거리는 워낭소리와 함께
절뚝절뚝,느릿느릿 오랜친구는 걷는다.
수명이 1년밖에 안남았다는 수의사말에 할아버지는 임신한 젊은소를 사들인다.
송아지가 태어나고,
늙은소는 어미소와 송아지까지 먹이기위해 더많은 꼴을 나른다.
천방지축 날뛰는 송아지를 감당키 어려워 송아지를 팔아 치우지만,
먹성좋은 어미소는 할아버지가 안보이면 늙은소를 뿔로 찍어 여물을 못먹게 구박한다.
어둠이 채가시기전 새벽 할아버지의 하루일과중 첫번째는 가마솥에 소죽을 끓여 먹이는 일이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함께 일터로 나간다.
요즘처럼 일자리가 고민일때 평생 일꾼으로 일복이라 해야할지,불쌍하다고해야할지,
아무튼 늙은 둘은 논으로 밭으로 향한다.
할머니가 머리에 이고 나르는 점심은 사람과 소 셋이서 함께 먹는다.
쌀밥도,막걸리도 나눠먹는 그들은 식구다.
어둑해질무렵이면 꼴을 잔뜩 싣고 지친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겨 집으로 돌아온다.
행여 가다서면 할머니는 달구지에서 내려 걷고, 때론 달구지도를 밀어주기도한다.
질투심과 지친삶이 할머니의 넋두리로 울려퍼지고,지청구가되고,나레이션이된다.
"너나 나나 주인잘못 만나 평생고생한데이"
"저놈의 소가 죽어야 내팔자가 펴질텐데이"
"아이고 내팔자야 내팔자야"
몇십년을 같이 살고도 소보다 대접을 못받는다고
여기는 할머니의 팔자타령은 한풀이,화풀이가되어 설움을 달래는 천상 한국의 여자이다.
![원본크기로 보기](http://movie.daum-img.net/movie/movie-photo/97/54/395497/still_395497.jpg)
먹이통이 엎어지자 속상한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소를 때린다.
할아버지의 화를 받아주는 말없는 소와 할아버지의 애정과 믿음이 짠하다.
영화는 빨리빨리,속도전이 무기인 도시의 사계절과는 다른 농촌의 사계절이 지나간다.
초록바다를 일렁이며 흔들리는 밭에서,
뜨거운 태양볕에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드는 나즈막한 언덕배기 논에서,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시커멓게 그을린 노부부는 일하고.
엉덩이에 똥이 바짝 말라붙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늙은소는
힘없는 눈을 끄먹끄먹 떴다 감았다 졸고있다.
스토리가 없는 짦은 다큐영화는 인터넷 세상과는 먼,향수 노랫말이 생각난다.
잊고 지낸 고향의 향수를 다시불러 자연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죽은사람 살리는것만 빼고는 뭐든 할수있다는 돈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상에서
뿌린만큼만 거두고 욕심없이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비가오고,눈이오면 쉬었다 해가뜨면 일하고,밤이되면 자고
자연을 거스리지않는 넉넉한 행동이 어쩌면 현실에서는 효율성이 없어보인다.
농기계와 농약이 얼마나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데,때론 답답하게 보인다.
계속되는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미련하고 답답할정도로
고집불통 늙은 최씨 할아버지 생각은 농기계는 낱알이 버려지고,농약은 소를 죽이는일이라며
아픈몸을 이끌고 늙은소와 일하러 나가는것이 주어진 운명이라 여긴다.
"음메" "음메"
"댕그랑" "댕그랑"
고혈압인 할아버지를 병원에 데려가는것도 늙은소의몫이다.
읍내의 차도를 늙은소는 느리게 걷고,그옆에서
"미국소 수입 금지" "미국소 판매금지" 팻말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대가 데모 히는 장면은
조금 어이없어 보이나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엿보인다.
정부관계자가의 면담제안을 받은것이 독립영화사상 처음이라는데,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 예술적소통이길 바랜다
평생 웃어본적이 없어보이는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찍으며 웃으라는 사진사의 주문에,웃지 않으면 두들겨 맞을것같은
"웃어" 반강제 명령에 할아버지도 웃고,스크린밖 관객도 웃었다.
실제로 9남매를 두었다는 노부부에게 추석때 자식들이 찾아와
자신들을 먹이고 공부시켰주었던 소를 팔고 부모가 편히 살기를 바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것같은 오래된 농가에서 찌들고 병들어서 지내는 노부부의 모습과 자식들이 타고온 커다란 차들과 태도는
자식세대와 늙은 부모세대와의 단절된 생각과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데 조금 어색한 연출이 드러난다.
"영감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테야, 자식 눈치밥 먹으며 난 못 살아"그렇게 투덜대도 영감이 제일인가보다,그게 오늘의 문제이기도 하고....
내옆에 앉아있는 동반자도 자기죽으면 이박삼일안에 따라 죽으라나?아이고,참
소를 내다 팔자며 우시장으로 떠나던날 소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애초에 팔생각이 없었던 할아버지는 턱없이 비싼가격을 부른다.
그날밤 거나하게 취한 할아버지는 소에게 몸을 맡기고 소는 그런 할아버지를 태워 집으로 돌아온다.
힘겨운 할아버지에게 늙은소는 이제 줄것이 없어진다.
코뚜레와 워낭을 낫으로 끊어 벗어버리자,
비로소 서글펐던,아니 행복했던 생을 마감한다.
마당가득 실어다 쌓아놓은 나뭇단을 바라보며
"에이씨 좋은데 가라이" 하며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비친다.
워낭소리......
처마끝의 풍경소리를 닮고,불교의종인 요령소리를 닮아 "소풍경" "소요령"이라고도 하는
워낭소리가 영화내내 영화가 끝나도 귓전에서 맴돈다.
네 워낭 소리가 들리고,내 워낭 소리도 들린다.
"댕그랑"
"댕그랑"
향수 정지용
넒은별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은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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