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9. 14:45ㆍ독후감
최명희
17년동안 작품에 매달린 신들림과 각고의 세월이
만들어진 작품은 전통과 민속의 장으로 들어서는 장이다.
이청준 소설가의 평에서는
혼불책을 펴는 순간 어느 별족한 가문의 종가댁 잔치마당엘 들어선것 같다고 했듯이
1권에서는 청사초롱 휘날리는 혼인식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써있다.
강모와 효원의 결혼이 매실과 매안의 언약이고
종가와 양반의 법도를 지키려는 여인들의 한은 혼으로 이어진다.
효원의 친정대실에서 부는 대바람소리 처럼
쓰산한 바람은 신혼의 단꿈도 홀로 바라보는 등불로 흔들린다.
거대한 신부앞에 강모의 마음은 강실에 두고 왔으니 숨이 막혀올밖에..
내선일체성업을 이루자는 명분으로 일제에 상투를 잘리고 이름을 일본식으로 부르라는때
인월댁의 베틀가
천상으로 놀던 각시가 세상으로 귀양 왔더냐
배운당게 길삼이요 부르나니 베틀가라
명주 한필 짜을라니 베틀 놀데가 전혀 없어
좌우 한편 둘러보니 옥난간이 비었구나
베틀놓세 베틀놓세
낮에 짜면 일광산 밤에 짜면 월광산
옥난간에다 베틀놓고 베틀 몸을 동여매어
베틀 다지는 네다리요 앞다릴랑 두다릴랑
남에 남창 맞쳐 놓고 앉을개라 돋우놓고
그우에가 앉은 각시 허리 부터 두른건고
절로 생긴 산기슭에 허리 안개 두른걸로
북나르는 저 기상은 피징강도 건넌기상
대동강도 건넌 기상 용두머리 우는양은
조그마한 외기러기 벗을 잃고 슬피우네
황새 같은 도투마리 청룡 황룡이 여의주를 다투난가
달을 다서 알을 삼고 해를 따서 거죽을 삼고
삼태성의 끈을달아 무지개로 선을 둘러
금자를 갖다 대어 옥자로 재어보니
서로 대자로구나 청태산 구름속에
만학이 넘노난듯 옥색물을 반만 놓아
서울 가실 서방님 청도포라 지어 보세
옷이라도 지어보세
강모와 오유끼의 만남
허무한냉소주의자인 나가이 가후의 소설에 나오는 이름인 오유끼
진창에 내리는 흰눈은 꽃잎처럼 내려앉아 짓밟히며 진창이 되고 마는 사이가 되고 만다
돈 삼백원으로 직장을 잃고 청암부인 할머니로부터 받은 삼백원은 오유끼에 전달된다
할머니의 진액이 뭍어 나올것같은 베개속에서 나온 삼백원은 장손의 사랑이 가히 없으리라
강모의 머리속에는 까마득한 하늘의 구름너머로 날아오르는 연이 줄이 끊어진채
점으로 떠도는 모습이 떠오르며 어지러히 맴을 돈다
끊어진 실이 자신의 넋을 잡아맨 핏줄과도 같았던
강모는 청암부인의 혼이 빠질때 멀리 떠나고 있었다.
부인의 혼불은 종가의 지붕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
안채쪽에서 솟아오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름빛이 가슴이 철렁
어두운 밤 공중에 우뚝한 용마루 근처에서 혼불은 잠시 멈칫 하더니
혀를 차듯 출렁하고 검푸른 대밭을 넘어 너훌너훌 들판쪽으로 날아갔다.
서늘하게 눈부신 불덩어리
사람의 육신에서 나가 사흘안에 오래가면 석달안에 초상이 난다.
육신을 가볍게 내버리고 홀연히 떠오르는 혼불은 크기가 종발만하여 살없는 빛으로 별색같이 맑고 포르스름
여자는 둥글고 남자는 꼬리가 있다.
비명횡사한자는 미처 몸속에서 빠지지못한채 중천에서 방황 하고 혼불도 흩어진다.
고종명한자는 미리나가 들판 너머로 강건너로 어디 먼산너머로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서 다음에 태어날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중 아니면 저승으로 너훌너훌 날아가는것이다.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생까지 이어진 인연이 자극하여 끊어질수 없는 사이를 삼생연분인
부부연이다.
강모는 마음을 강실에게 맡긴채 효원과 혼인하였고
총각귀신과 처녀귀신의 혼례를 치루는 굿이 한창이던밤
강실을 품고 효원의 가슴에 친정의 대실 대나무의 스산한 바라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고
홀로앉아 바라보던 등불이 놀라도록 이루어진 부부연
질긴 철사의 올가미와도 같은 장손의 손을 얻는다.
안혼정백
김씨망인님 김씨망인님
황혼이 점점 밝어지는디
무슨잠을 그리오래 주무시고 있습니까
어서 일어나서 극락세계를 오시라고 허니
극락세계 가시거든 맹물 향물 쑥물로 잘허고 오셨다고
진 세상의 입은 옷은 저녁 보신 낭구에 걸고 마른옷 입고 오셨다고
사대부친 왕림해 가시거든 염불로 길을 닦을때니
잘들어 보고 극락세계로 잘가시오 그려.
못가겠네 못가겠어 차마 서러워서 내 못가겠네
오늘 해도 다 져간는디 어서 빠리 가야겠군
돌아가신 망인은 서럽다고 허는디
뜻도 모르는 명정공포는 우줄우줄 춤을 추네
가세 가세 멀고먼길 황천길로
일각 서산 해저문다 어서 가자 제촉하네
엊저녁에는 우리집에서 잤으니 오늘 저녁은 어디서라고 말기고
산토를 집을 짓고 송죽으로 울을 삼아 두견이 접동새로 벗을 삼아
어쩠그나 이노릇을 어쩔그나
놀다 가세 놀다가세
오늘 해도 다되었는디 골골마닥 연기 나네
하적이야 오늘날에도 하적이로세
가자 황천길로 어서가자
인제 가면 언제 오냐 오실날도 창망 없네
황천이 멀고 엄다드니 앞냇물이 황천이로구나
북망산이 머다드니 베개밑이 북망이로세
잠이 와야 굼을구지 꿈을 꿔야 임을 보제
꿈에 와서 보인 님을 신이 없다고 일렀건만 아애 무정하고 야속헌 사람아 어디를 가고서 못오신가
둘이 비자고 만든 베게를 나혼자비는 이신세야
가세 어서가세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서러마라
맹년에 춘삼월 봄날이 돌아오면 그꽃은 다시 환생을 하고
해도 졌다 다시 뜨고 달도 졌다 다시 뜨는데
우리네 인생은 한번가면 다시는 못오네
내가 살던 이땅을 밟기를 몇십년이나 밟었던길
발자국 남았을 것이지 날 생각하고 밟어다오
젊어 청춘 소년들아 백발보고 웃지마라
우리 같은 젊은 사람도 늙을때가 있드란다
비단같이 곱던 얼굴 고목으로 변해간다네
공수래 공수거 허니 홀로 인생이로구나
앞산도 첩첩 뒷산도 첩첩 홀로 어디로 행하실까
나는 가네 가도 가도 내못가는길 길이 달라 나는영원히 가네
이승의 애기는 탄생하여 또다시 찾아올까
4권
평토제가 끝나고
청암부인의 신주가 모셔진다.
임오년 동짓달 어머니를 여의고 슬프고 외로운 아들은
어머니 경주김씨께서 형체는 이미 땅속으로 돌아가셨사오나
혼신은 저희와 함께 집으로 가십니다.
머무를 신주는 이미 지었으니 엎드려 묶어두었나이다.
이제는 신주를 따라 여기 기대시어 옛 혼백함을 떠나 새로 지은 이 신주에 들어오소서.
5권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나에게 신체발부를 주신 생부 생모가 누구이시든 그것은 한낱 사사로운 인연이다.
할머니 청암부인 어머니 율촌댁 아내 효원에게도 아무 말없이 홀연히 만주로 떠난 강모
만주 봉천의 서탑거리에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사는 마을에 강모와 강태의 둥지
유탈되면
나죽거든 투장해라는 유언은
청암부인 묘소에 정월대보름 달밝은 밤에 마동이 무당아비 홍술의 뼈는 투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