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0. 21:58ㆍ한강
밤새 함박눈 이라도 쏟아져 주지,오라는 하얀 눈은 안내리고
어느 골초가 담배연기를 피운듯,아님 물감으로 색칠한듯,
하늘도 회색 강물도 잿빛 회색으로 우중충한 겨울날
한강변 걷기는 잠실대교를 시작으로 잠실철교,올림픽대교,천호대교를 거쳐
걷고싶은 다리인 광진교를 지나 공사중인 암사대교,그리고 강동대교까지 이어졌다.
날씨마져 추웠다면 휑량한 겨울강물이 더 외롭고 쓸쓸했을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슴과 머리를 때리는 강바람도 없는 잔잔한 겨울날이
오히려 포근하다.
잠실대교밑 물고기들 통로인 어수로는 차가운 강물뿐 물고기는 없다.
작년 여름밤 이곳 마루 위까지 올라온 참게들을 산책나온 사람들은
참게포획 하지 말라는 푯말 앞에서 비닐봉지를 꺼내들었다.
하여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맘 인가보다.
올림픽 대교위 성화불꽃은 십년전쯤에 올려졌는데
그곳에서 작업하던 군용헬기가 추락해 군인 세명이 사망했다.
쌩떼같은 젊은 아들을 잃어버린 부모는 어찌 살고있는지
똥싸서 얹혀 놓은것 같아 보이는 햇불을 바라보면
그날밤 산책하다본 시체를 인양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천호대교를 지나 광진교는 걷기 좋은 다리로 명칭한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된 다리에는 신호등을 설치하고
그곳에 정원을 만들어 꽃과 나무들을 심어놓았다.
낮에는 그냥 물구경은 실컨하고 밤이 되어야 야경으로 아름답다.
바닥이 유리로 한강물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카페는
아이리스에도 나온 드라마 촬영지이다.
암사대교를 경계로 남쪽은 졸고 북쪽은 아예 죽었다.
수변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버드나무와 갈대 군락이 뛰어나다는
암사생태 공원에서 앙상한 갈대숲길을 빠져나오니
조용하던 강물은 꽁꽁 얼어 침묵의 강으로 변해있다.
암사대교를 지나 강동대교를 앞에 두고 정자 하나가 있다.
구암정(龜巖亭) 정자는
산책길에 잠시 쉬어가는 곳일뿐 이곳이 백제때 절터였음을 알리는 곳이란다.
낡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한강물이 바로 발아래이다.
조금 더 걸어 고덕수변 생태공원에 들어서면
이름모를 새소리로 귀가 즐겁고 강가에는 무리지은 철새들로 눈도 즐겁다.
몸과 맘이 우울할때나 머리속이 복잡할때는 방구석에서 딩굴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걸으면서 하는 명상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에 제격이다.
집 나가면 쌩고생, 개고생이 아니라, 원하는 사랑도 만나고
그보다 더좋은 행과 복을 만날수있다.
내 인생만 춥고 어두운것 같아 물수제비 만들면 배부르고,
지나가 버린 청춘이 그리울때면 강물위에 비친 달을 보며 회상 할수있다.
한낮의 강물은 구름사이로 햇빛 한조각 비출락 말락 거린다.
녹음으로 그늘막을 주었던 나무들은 헐벗어 스산한데
참새떼가 우르르,알고보니 나뭇가지 군데군데에 새먹이가 매달려있다.
나무기둥위에 앉은 오리,즉 솟대와 초라한 가난뱅이 허수아비가
겨울강옆에 서있다.
아직은 튼튼한 두다리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날수 있으니
산티아고길은 못걸어도 이렇게 한강변길은 걸어주고 있다.
강변의 마른 잡초풀과 부서지는 낙엽을 밟으며
수변공원을 빠져나와 한참을 걸어 고덕동으로 나와
늦은 점심으로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 했다.
10km이상을 걷고도 무사한것은 한낮에 해장국으로 몸을 풀은 탓이다.
지난주 핫팩 자랑에 오늘은 그녀들의 허리춤이 화들짝 달아오르고 있단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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