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올라
2013. 11. 16. 21:47ㆍ나의시
안산에 올라
발길 닫는 이길 저길 봄향기가 삼천리를 휘돌아,
산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진 안산에 오른다.
겨우내 입었던 두터운 내복 벗어내고,
지난주 앙상했던 나뭇가지에서 아기솜털 같은,
부드러운 연두빛 이파리가 송글송글 묻어난다.
긴겨울 상처 투성이였던 껍질 벗어내고,
언땅과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어 새싹이 움트고,
제비꽃이 피어나 내 가슴에도 봄꽃이 피어난다.
버석이고 굽이치던 마음 벗어내고,
꽃피고 새우는 사월의 봄날 이순간,
이제 그대와 내가 꽃 피울 차례이다.
흔들거리는 삶의 고단 벗어내고,
꽃지고 한바탕 바람 불어 울고 나면,
녹음 그늘 밑에 누워 희미한 낮달을 만난다.
아롱아롱 아지랑이 눈꼽 벗어내고,
한번의 꽃으로 생을 마감하는,
그男자들과 그女자들의 대화가 인간의 군상이다.
뒤틀린 욕망의 거짓을 벗어내고,
꽃 잎이 떨어져,
발에 짓밟히고,
봄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