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7. 21:19ㆍ영화
감독-황동혁
출연-심은경,나문희,박인환,성동일,이진욱,
김현숙,황정민,진영,김슬기등
외모만 젊고 정신은 노인이라
"워뗘,후달려?"
칠십 노인이 스무살 처녀 되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재미있다.
여자를 공에 비유하는 공시리즈 유머는
십대는 인기가 많아 남자들이 이십명이 따라다니는 축구공
이십대는 아군 적군 다 합쳐 열명정도 따라 다니는 럭비공
삼십대는 십팔홀 동안 줄창 한여자만 따라 다니는 골프공
사십대는 서로 상대에게 양보하며 안받겠다고 넘기는 탁구공
오십대는 맞으면 죽으니 필사적으로 피하려는 피구공
육십대는 공도 아닌것이 공인체 하는 오재미공
영화 초반에 탁구공까지 보인듯 기억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이인 일역 오말순(나문희,심은경)은
하나뿐인 아들 반현철(성동일)을 국립대학 교수로 키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것도 효심이 지극혀 노인전문 교수 된것을 자랑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칠십 노인으로 실버카페에서 자신을 끔찍히 아껴주는
할아버지,박씨(박인환)과 함께 커피를 팔며 즐겁게 살아간다.
외아들인 현철(성동일)은 대학강단에서 노인들 하면 주름,검버섯,
뻔뻔함,거북이,냄새,탑골공원등이 떠오른다는 학생들을 향해
노인 문제를 분석 탐구하는 지식인으로 잘나가는데
아내인 애자(황정민)은 드센 시어머니와 잘난 남편 사이에서
내세울게 드륵드륵 찐 살 뿐 초라했다
홀시어미에 외아들한테는 시집 가지말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닌듯
시어머니의 살림살이 참견과 시집살이에 며느리,애자(황정민)은
대들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앓다 약만 입에 넣다보니
얼굴은 누렇게 뜨고 부어올라 한눈에 봐도 병색이 그득하다.
한집안의 안주인인 엄마가 즐겁고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고 바르게 자란다.
취직은 안하고 집안에서 뒹굴뒹굴 먹고 노는 딸,하나(김슬기)와
공부 대신 인디밴드 한다고 기타만 두둘기는 아들,반지하(진영)
둘다 엄마 기대와 맘처럼은 아직이다.
찌게 하나를 끓여도 무우를 아래에 깔고 위에 덮어야 맛있다는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또 하루가 지나간다.
급기야 스트레스가 쌓인 며느리는 쓸어져 응급실로 실려가고
병실로 올라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도 시어머니를
보기 싫어한다.
의사의 처방도 홧병이니 당분간 만이라도 고부간에
떨어져 지내라 권유한다
할머니 사랑을 독차지한 손자의 만류에도 요양원에 보내기로
가족회의하는걸 목격한 오말순 할머니는 충격을 받는다
아들이 사주는 고기를 먹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뒤숭숭한 마음에 집을 나와 배회하다 오묘한 불빛이 비친
사진관을 발견하고 이참에 영정 사진이나 찍어두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말순 할머니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아름다운 여배우
로마의 휴일에서 앤공주로 나온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걸려있다.
난생처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온 할머니는
금쪽같은 손자에게 치킨 대신 백숙을 사준다고 약속한
저녁 시간이 다된걸 알고 질주하는 차를 가로질러
쌩쌩 달리는 버스를 세워 탄다.
껄렁껄렁한 남자가 버스안에서 말을 걸자
모습은 오말순 (심은경)이 말과 행동은 오말순(나문희)라
"얼래,젊은놈이 시방 나한테 뭐라는 거여,뭐 소녀?"
"오밤중에 뭔 시커먼거 뒤집어 쓰고 지랄이여"
그리고는 버스 창가로 비친 오드리 헵번처럼 뽀얗고 탱탱한
자신의 얼굴에 놀라 기겁하는데 영화는 이때부터
원없이 웃긴다.
다시 사진관을 찾았지만 그자리는 중국집으로
성업중 이었다.
허리 굽고 주름진 칠십 할머니에서 날렵한 몸매의
젊은 스무살 꽃처녀가 되어버린 오말순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자 오드리 헵번의 오 자를 가져와
그날부터 오말순이 오두리로 행세 한다.
평소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다녀도 신발가게에서
구두만 만지작 거리다 말아 주인한테 핀잔만 듣던
오말순이 신고 싶었던 구두를 사서 신고
온갖 옷가지 쇼핑에 대변신을 이뤄 복고풍 꽃 소녀로
탈바꿈한다.
땡땡이 무늬가 들어있는 블라우스와 스카프가 이뻤다.
집에서는 가출한 할머니를 찾느라 야단이나
일단 박씨네집에 하숙생으로 들어간다.
젊은 오말순은 할머니 손에 커서 어르신 문화가 익숙하다며
실버카페에 드나들고 어느날 실버카페 노래자랑에 나가
1991년 채은옥이 불렀던 '빗물'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조용히 비가 내리네
추억을 말해 주듯이..
음악방송 피디,승우(이진욱)과 손자, 반지하는 오두리의 노래소리에
반한다.
인디밴드 보컬이 없어 고민하던중 반지하는 오두리에게
보컬 영입을 한다.
처음에는 사랑고백하는줄 알고 안된다고 소리치지만
어릴적 가수가 꿈이었던 오두리는 승락한다.
"노래가 귀를 울리면 어떻혀,맴을 울려야지"라며
귀신같이 분장하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는 밴드대신
소울이 있는 감성 목소리로 단번에 거리공연에 클럽공연
연이어 승승장구한다.
1978년 세샘트리오가 부른 '나성에 가면'을 흥겨운 밴드 리듬에 맞춰
양산을 살짝살짝 돌려가며 부르는데 심은경 연기도 노래도 짱이다.
1988년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부를때는 젊은 시절 독일 광부로 떠난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키워낸 아들이 화면에 교차되면서
오두리는 눈물을 흘린다.
찜질방에서 앉아 테레비 시청하는 할머니들을 보고는
"저게 인간이여,브로콜리여."할때나
지하철 안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아이 엄마에게
스무살처녀 입에서 "오메 엄마젖이 물젖이구마잉"할때는
능청스런 전라도 사투리 연기에 극장안은 웃음 바다를 이룬다
한편 방송국 피디는 오두리의 소울있는 목소리에 반해 쫓아다니는데
뒤쫓아오는 승우 목덜미에 고등어로 대처하는 오두리를 보면
웃지 않을수 없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미소까지 날리며 음악방송에 출연시키고
승우와 묘한 사랑 감정이 생겨날즈음 승우집에서 데이트 할때
"남편이랄 사별한지 좀 되았고 아들래미는 다 커서 장가가고
나 좋다는 홀아비집에서 얹혀살다 그집에서 쫓겨나왔구먼."
어떤 남자가 좋으냐는 질문에 오두리가 한방으로 날린다
"남자란 처자식 굶기지 않고 밤일만 잘하면,"
승우는 입에 넣었던 와인을 품고 만다.
한편 박씨는 예전에 머슴살이 하던 주인집 아가씨인 오말순을
지금껏 아가씨라 부르며 찾는데
코피 두번이나 터지고 스타킹까지 입으로 흡입하며
고역을 당해도 아가씨를 여전히 흠모한다.
박씨에게 제일 먼저 정체를 들키고
아들인 현철에게 오두리가 당신 어머니 오말순 여사라고
말해주지만 치매 취급당한다.
젊고 멋진 피디 승우에게 설레임을 느끼는 두리에게 서운해 하지만
아가씨를 지키려면 건강만이 살길이라 죽어라 운동하고
비밀을 지켜주고자 항상 붙어다니다
박씨 딸,나영(김현숙)에게 꽃뱀으로 오인 받기도 한다.
워터피아 물놀이에서 오두리는 다친 발에서 피가 나는데
피가 나면 늙어진다는걸 아가씨 가는곳에 박씨도 옆에 있어
안다.
결국 피를 빼면 예전의 오말순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반지하 밴드의 크고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리더인 손주 지하는 막힌 도로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오다
그만 교통사고를 당한다.
지하의 자작곡인 '한번 더'는 스포라이트를 받는
젊은 오두리의 빛나는 전성기 무대이고
손주를 위한 마지막 무대로 남을 노래에 혼신을 다하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손주와 같은 혈액형 RH-는 할머니다.
젊었을때 아들 하나 키울려고 갖은 고생만 하고
청춘을 제대로 살지못한 어머니에게 미안함을 말하는
아들 현철과 어머니 오말순 때문에
웃겼다 울린다.
일년이 지난뒤 손녀딸이 보컬을 맡은 반지하 밴드는
인기 그룹으로 잘 나가고
예전처럼 아니어도 고부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박씨와 티격태격 싸우면서 정있는 황혼 사랑도 여전하다.
거짓말 처럼 할아버지 앞에 등장한 '청춘 사진관'을 들렀다 나온
박씨는 깜짝 스타,김수현이 되어 있다
칠십 노인이 된 오말순과 이십 청춘이 된 박씨는
다시 오토바이 데이트를 한다.
알러지 있는데도 사다준 복숭아를 먹은걸 뒤늦게 알고 묻자
"사랑하는 여자가 주는것은 다 받아 먹어야 진정한 남자지."
고부 갈등의 문제 제기는 그럴싸하게 만들어놓고
정작 시원한 답이 없이 모정으로 끌어내 아쉽지만
누구나 노인이 되는 현실에서 잠시잠깐 일상탈출하여
꿈처럼 살다 돌아온 청춘 환타지는 온가족이 볼만한
영화이다.
'써니'와'광해'에서 신들린 연기로 칭찬받았던
어린 배우가 어른 심은경으로 변신한 연기력이
놀라웠다.
"좋은 꿈 꾸웠네 참말로 재미나고 좋은 꿈이었구만."
"워뗘,후달려?"
2014년2월9일 씀
글-이 정
사진-다음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