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공룡능선

2014. 10. 8. 23:25참고

설악산에는 공룡이 산다. 백두대간이 풀어놓은, 길이 5㎞에 이르는 거대한 공룡 한 마리, 공룡 능선. 공룡능선은 마등령에서 신선대까지 요동치는 암릉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공룡능선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 좀 탄다 하는 산꾼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공룡능선의 경험 유무가 등산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길이 대대적으로 정비되어 일반 등산객들도 즐겨 찾는 인기 코스가 됐다.


□ 코스 가이드


·장소: 강원도 인제군 북면·속초시 설악동
·코스: 백담사~마등령~희운각~설악동
·걷는 거리:22.3㎞(공룡능선5.1㎞)
·걷는 시간: 총 11시간 20분(공룡능선 4시간 30분)
·난이도: 매우 힘들어요
·좋을 때: 10월 초(단풍), 5월 중순(신록)



공룡을 타고 내설악과 외설악을 거니는 맛


공룡능선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공룡능선의 왼쪽으로는 내설악, 오른쪽으로는 외설악이 펼쳐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공룡능선을 밟다가 수시로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내외설악의 변화무쌍한 풍경과 귀때기청봉에서 대청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능선미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공룡능선이라는 이 기막힌 이름은 언제 누가 붙였을까? 안타깝게도 확실한 설은 없다. 우리나라 1세대 산악인 김정태 씨의 저서 『등반 50년』을 보면, 1939년 현지 사냥꾼과 함께 오른 대청봉~화채능선 등반 기록에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따라서 공룡능선이란 이름은 해방 이전부터 불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룡능선은 마등령과 무네미고개에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접근이 비교적 좋은 마등령을 많이 이용한다. 마등령은 내설악의 백담사와 외설악의 설악동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백담사를 출발점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시암과 오세암을 지나 일단 마등령에 오르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각양각색의 기암괴석 봉우리들이 솟구친 공룡 능선의 자태가 펼쳐지고 멀리 속초 앞바다가 찰랑거린다.

↑호젓한 명당에 자리한 백담사.

↑만경대에서 내려다본 오세암.

↑백담사에서 오세암 가는 길.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 떠오르는 그윽한 숲길이다.


공룡의 등에 올라탄 이후 처음 만나는 봉우리는 공룡능선의 3대 꼭지점(나한봉, 1275봉, 신선대) 중에 하나인 나한봉이다. 나한은 불교에서 부처가 되지 못했지만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말한다. 내설악 쪽에서 바라보면 나한봉은 오세암을 수호하는 봉우리다. 이곳에서는 두 개의 뿔처럼 솟은 중청봉과 대청봉의 기운찬 모습이 장관이다.


나한봉에서 두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공룡능선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1275봉 안부다. 1275봉은 공룡능선의 최고봉이다. 높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그대로 봉우리 이름이 되었다. 1275봉 정상은 암벽등반 경험자라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지만, 일반 등산객은 밑에서 올려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낙석 위험이 있고 아차! 실수하면 매우 위험하다.

1275봉을 넘어서면 가파른 비탈을 내려와야 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풍광이 끝내준다. 단애절벽을 이룬 바위들이 도열해 있고, 그 오른쪽으로 대청봉이 옷고름을 풀고 넉넉한 품으로 설악의 모든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다. 이어 한동안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는 안부에 샘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물소리를 못 듣고 이곳을 스쳐 지나가기 일쑤다. 수량도 풍부한 이 샘의 물맛은 달고 시원하다.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 가자.

샘에서 다시 봉우리를 오르면 더욱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나타난다. 뒤를 돌아보니 1275봉 오른쪽으로 외설악 최고의 바위미를 자랑하는 범봉과 천화대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공룡능선의 마지막 꼭짓점인 신선대다. 그동안 밟아온 공룡능선의 전체 풍경이 한눈에 잡힌다. 주저 않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등을 보이며 천천히 북쪽으로 걸어가는 것 같다.

↑침봉이 우뚝한 공룡능선의 범봉.



수년 전 이른 아침, 신선대 앞에서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도 서서히 깨어나는 공룡능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신선대 근처에서 비박을 한 모양이다. 젖어 있는 눈을 통해 그가 얼마나 공룡능선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공룡능선을 짝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쉬움을 접고 신선대에서 내려오면 무네미고개에 닿는다. 여기서 천불동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만나는 비선대에서 땀을 씻자. 비선대는 천불동계곡의 대표 명소로 거대한 너럭바위를 말한다. 그 바위에는 조선시대 서예가 윤순이 초서로 쓴 '飛仙臺(비선대)'라는 글자가 남아 있다.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비선대를 내려가면 설악동에 닿게 되고, 트레킹이 마무리된다.


↑ 화려한 단풍으로 유명한 천불동계곡.




□ 가을 트레킹을 위한 팁

가을 트레킹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해가 점점 짧아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더구나 산은 일몰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지고 해가 지면 기온이 뚝 떨어져 기온 차가 10℃ 이상 벌어진다. 이른 시간에 출발하고 어둡기 전에 트레킹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혹시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헤드랜턴과 고열량 비상식을 항상 배낭에 넣어 다니도록 한다.

▶코스 길잡이

공룡능선은 설악산 마등령에서 신선대까지 이어지는 약 5㎞에 이르는 암릉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출발점은 마등령이나 무네미고개다. 백담사~오세암~마등령, 설악동~마등령, 설악동~천불동계곡~무네미고개로 접근한다. 어느 곳을 출발점으로 하든 4시간 이상의 발품을 팔아야 공룡능선에 올라탈 수 있다.공룡능선 종주 시간은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비상 상황에서 공룡능선에서 비박하려면, 1275봉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500m 정도 내려간 안부의 비박터를 이용한다. 이곳에 달고 맛난 샘이 있다(심각한 갈수기에는 샘이 마를 수도 있다).

▶코스 시간

①백담사-(1시간40분)-②영시암-(1시간30분)-③오세암-(40분)-④마등령-(4시간30분)-➄무네미고개-(2시간)-⑥비선대-(1시간)-⑦설악동

▶교통

자가용으로 가려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와 원통을 거친다. 길이 좋아져 수도권에서 2시간쯤 걸린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담사행 버스가 06:05∼21:10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용대리 백담매표소~백담사 6km 구간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매표소에서 수시로(07:00~17:30) 운행한다. 백담사에서 용대리행 막차는 19:00.

▶숙식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는 깨끗한 민박이 많다. 용대리는 황태요리와 순두부가 유명하다. 30년 전통의 백담순두부(033-462-9395)는 산꾼들에게 뜨끈한 순두부와 황태요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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