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3차

2015. 4. 29. 21:28백두대간

 

 

일시-2015년 4월27일~4월28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상월산 구간 남진

코스-백복령-원방재-상월산-이기령-갈미봉-고적대-연칠성령

      -사원터-용추폭포-무릉계곡-하늘문-관음사-삼화사 주차장

 

백두대간18km+접속5km+알바3km=26km를 13시간 걸림

 

   

 

 

 

 

사월의 마지막주 화요일,

밤새 달린 빨강버스에서 내린 일행은 여명이 트기전

백복령 새벽 바람을 맞으며 대간길 등산을 이어갔다

보름전에 눈속에서 걸었던 백두대간길이

여름날씨처럼 후끈 달아 올랐다

낮에는 꽃과 새들이 앉고 밤에는 별과 달이 앉는

백두의 마루금에도 계절은 돌고돌아

어느새 연두빛 숲으로 일렁거렸다.

전날밤 열두시에 떠나는 무박 산행은 처음이라

괜한 걱정과 설레임으로 네시간여 가는 버스속에서 뜬눈으로 세웠어도

긴장으로 피로하지 않았다.

들머리인 백복령(780m)에서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와 함께

오늘의 대간길을 이어간다

백복령은 현재 42번 국도가 지나가는 백복령은

옛날 정선지방의 삼베와 곡식이 이 고갯길을 통해 동해안으로 넘어갔고

동해안의 해산물과 소금이 정선지방으로 들어와

소금고개로 중요한 고갯길이었다.

'뱃복이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고갯마루에서 북쪽 산등성이에

웅덩이가 있는데 이 웅덩이가 여자들의 배꼽에 뜸을 뜬 자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복은 배꼽의 고어인 뱃복에서 유래된 이름이나 또는

이곳에서 한약재로쓰이는 백복이 많이 나서 생겼다는

설이 있다

 

백복령에서 4.9km를 두시간여 서서히 오르면 1022m에 헬기장이 나온다.

동해 바다에 비친 아침 해가 붉게 물들고 산능성이는 꾸물대며 아침을 맞이한다

거기서 다시 노송군락이 많은 지대를 오른쪽에 두고 2km구간을 1시간여를 걸어

오른만큼 내리막을 걸어 원방재(730m)에 다달한다.

원방재는 부수베리 계곡에서 임도로 원방재 상월산 이기령으로 가는 산행 코스다

사월의 햇살이 여름인양 뜨겁게 내리쬐며 열기를 품어대

간절기에 맞추어 입고 나왔던 옷들이 거추장스워 여름티로 갈아입었다

보는 사람 없다고 아무런 산중에서 웃옷을 홀라당 갈아입고

낙엽 더미 헤치며 볼일 보는일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서북쪽으로 달팽이산을 바라보고 내려오면 상월산이 나온다.

상월산(970.3m)은 근처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달떠오르는 경치가 아름다워

선녀들이 하늘에서 밤나들이로 자주 여기와 놀다 갔다는 전설이 있다.

상월산거쳐 이기령까지 연두빛으로 번져가는 나무잎과

쭉쭉 뻗은 소나무 아래 연분홍 진달래꽃 터널을 걷는것이 즐거웠다.

이기령은 백복령에서 10.4km 떨어진 고개로 동해쪽엔 이기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서쪽엔 유명한 여름 휴양지인 임계부수베리 계곡과 괘방산 오르는 길이

여러군데 있다.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밟아 지나고 다시 오르막을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산행 시작한지 여섯시간이 지나 해는 중천에 떠 뜨겁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데 아직 오늘 산행 일정의 중간지점인

갈미봉이 나온다.

갈미봉을 출발한지 삼십여분 만에 고적대에 도착했다.

고적대는 동해 삼척 정선의 분수령으로 의상대사가 수행하였다 한다

동쪽으로 뻗혀진 청옥산 두타산과 아울러 해동 삼봉이라 일컬어지며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시발점이 되는

험한 명산이며 많은 애환이 서린 곳이란다

고적대에서는 우측의 중봉산으로 들지 않도록 독도를 잘해야 한다

고적대에서 바로 내려서면 망군대인데 인조 원년 명재상 택당 이직이

중봉산 단교암에 은퇴하고 이곳에 올라 한양에 계신 임금을 바라본 곳이라 하여

망경대를 망군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고적대까지 급경사 오르막에는 숨이 턱까지 차 올랐고

내리막 암릉에서는 밧줄 하나가 목숨줄 만큼 위태위태 오금이 저려 힘들었다.

 

이어 연칠성령이다

연칠성령은 옛날 이고개를 넘어 삼척과 동해시로 오가는 곳으로

산세가 험준하여 난출령이라 했는데 이는 너무 험준하여

빠져 나가기가 어렵다는 뜻에서 유래 되었단다.

시간 아낀다고 아침 점심은 주먹밥으로 대신해놓고

먹은만큼 내보내는 일도 어김없이 찾아와 백두대간 걷다말고

오줌은 이제 그런대로 후다닥 하겠으나 땅 파고 낙엽으로 덮는 똥처리는

처음이라 일이분도 금 같은 시각이건만 십여분이 금세 지나갔다.

강원도 산중에서 잠만 안잤을뿐 깊은 산 길바닥에서 먹고 싸고

토하고 이곳에 사는 새와 동물이나 진배 없다

생각보다 적응력이 뛰어난걸 보니 점점 백두대간길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갑다.

청옥산에서 박달령까지 2.7km 거리로 한시간여면 충분하다

내 체력으로는 오늘의 날머리인 박달령은 고사하고 청옥산까지도 못갈거 같은 예감에

연칠성령에서 바른골을 거쳐 무릉계곡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갈길을 재촉하였다.

청옥산(1403m)은 오늘 일정중 가장 높은산으로

고적대와 함께 해동 삼봉으로 불리기도 하며 청옥산은

예로부터 여신산으로 남자가 오르면 힘이나고

여자가 오르면 머리가 아프다는 전설이 있다고 전해진다.

청옥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시작된 두통과 뻐근해지는 가슴통으로

이브프로펜 한알을 삼키고 가파른 계곡의 내리막을 조심스레

걸었다.

연칠성령에서 날머리인 삼화사 주차장까지는

누가 길에서 길을 묻는다 했던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던 계곡길이다

불타는 발바닥을 차가운 계곡 찬물에 담궈 식히고 머리를 식혔다

두근대던 심장과 두통도 사라져 그때까지는 좋았다

끝나지 않은 무릉도원에서 귀신이 홀린듯 땅으로 가야할길을 잊고

하늘과 가까운곳으로 가고 있었다

하늘재는 들어봤어도 하늘문은 난생처음 듣고 보지 않던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삼백계단이 이어지는 하늘문은 임진왜란때 전사들의 피를 많이 흘렸다하여

피마름골이라고도 부른단다.

어찌어찌 해서 한번 올라가면 다시는 뒤돌아 내려올수 없도록 계단길은

몹시 가파랐다.

이런 절벽에 굳이 철재 계단길을 만들어 어렵게 하늘문을 통과하면

절벽위 또 절벽위로 계단은 놓여있고 먼저 앞장 선 남편은

이정표를 찾는라 눈 깜짝 할사이 나 홀로 놓여있고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발 하나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다.

 

약속된 시간은 다 되어가고 산 그림자는 어슴어슴 다가 오는거 같고

이러다 백두대간 왔다가 조난 되는거 아닌지 겁이 더럭 났다.

일킬로를 거슬러 올라서니 목탁소리가 산중을 울린다.

이 깊고 높은 관음사에서도 사월초파일 연등행사 준비로

울긋불긋 달아놓은 연등을 보니 그제사 맘이 놓인다.

삼화사까지는 일점칠킬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도

삼십분 늦게 대기한 버스에 올라 탔다.

백복령에서 댓재 구간은 설악 덕유 지리 구간과 함께 실거리 삼십킬로가 넘는

사대 장거리 구간이라 일박 일무 산행이 적합하고 아니면 아님

중간 탈출로로 연칠성령이나 박달령을 택한다

연칠성령 에서 한시간여면 사원터까지 다시 두시간여면 무릉계곡 매표소로 갈수 있는 거리다

이럴줄 알았으면 애초 계획대로 끝까지 갈것을 후회하며

남들보다 빨리 내려 오려고 잔꾀를 부리다 시간과 고생을 배로 하고 말았다

 

"살때는 삶에 철저하여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때는 죽음이 철저하여 그 전부를 죽어야 한다."는

선승 원오극근의 가르침이 아니래도 아직 시집 안간 딸내미도 있고 

늦둥이 아들내미 장가도 안갔는데 아무리 인생의 목표가 죽음을 향한다지만

하마터면 할일도 못하고 저승길 먼저 갈뻔 했다.

저질 체력 핑계로 일찍 하산길로 내려왔더만 똥개 훈련을 너무 빡세게 시켜

루만에 일년은 늙어버린 사월의 잔인한 하루였다.

하룻밤 잠 못잔 여파가 어찌나 큰지

다음날,아침먹고 땡,점심먹고 땡이 아닌

아침먹고 잠, 점심 먹고 잠, 저녁먹고 또 잠만 자다

하루를 보냈다.

 

설렁설렁 서울 둘레길이나 다닐걸 어떨결에 백두대간에 합류하여

쌩고생을 하는지 후회가 밀려왔던게 엊그제일이 되었다

체력땜에 끝까지 이어갈지 걱정이 앞서지만

삼십분 뒤쳐져도 기다려주는 산우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동해의 산속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아득한곳

꿈길따라 흘러가는 실 구름 쫓아

우뚝 솟은 절벽위에 서니

봄 바람이 으스스하다

 

산새 날아와 울어도 들리지 않는곳

인적 끊긴 산중에도 봄 눈 녹아

연 분홍 진달래는 꽃을 피워

냉 가슴이 어질어질 하다

 

2015년 4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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