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9. 11:26ㆍ한북정맥
일시-2017년 11월28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장소-한북정맥 고봉산 장명산 구간
코스-성동고개-1.0km-고봉산 장사바위-1.3km-고봉산 삼거리-1.0km-108봉-1.6km
-일산 가구단지 사거리-5.6km-56번도로-1.9km-핑고개-1.1km-장명산-0.3km-곡능천
한북정맥 13.8km+접속구간 1.1km=14.9km를 4시간 30분걸림
한번이면 족한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은 바람없이 춥지도 않은 날씨임에도 힘들게 다녀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구간이다
정맥길이라고 해서 산길이라고만 여겼다간 크게 상심할것이다
일산과 파주지역을 통과하는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은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신도시와 야트막한 언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없어진 길을 방향만으로 만들어서 찾아나서야 하는 형국이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발바닥의 피로도를 추가했다
강남 끄트머리에서 강북 너머 일산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어도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에 일산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다시 버스로 그리고 안곡중학교에서 성동고개까지 이십분을 걸어
성동고개에 도달했다
만경사와 영천사 가는길에서 마지막 구간을 시작한다
이백여미터를 시멘트 도로따라 오르면 좌측에 만경사가 나온다
고봉상 정상가는 삼거리이다
고봉산은 208m높이로 일산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고봉산 정상은 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일반인들은 출입금지다
봉화를 올린다는 뜻에 붙여진 고봉산은 삼국시대에도 한강유역일대를 두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전략적인 요충지였다
우측 고봉산 정상아래 부대옆으로 바짝 붙어 따라가다 보면
장사바위 가는 삼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장사바위가 있다
갸녀린 낙엽송림뿐인 숲에 크고 작은 검은 바위를 일컫는데
바위 구경하기 힘든 동네산에서나 크지 대간길에서 만나는 바위에 비하면
바위도 아닌 바위다
장사바위에서 중산배수지로 방향을 틀어 다시 정맥길로 돌아왔다
황룡산까지 이어진 산길과 숲길은 고봉 누리길로 잘 다듬어져 있어
평일임에도 주민들이 꽤 나와 있다
헬기장과 고봉정 정자를 지나 중산고개라고도 불리는 고봉산 삼거리로 내려온다
횡단보도를 건너 금정굴 방향으로 직진이다
금정굴은 한국전쟁 당시 무참히 양민을 학살한 현장이다
굴을 파헤져 유골을 수집한 장소가 천막으로 쳐져 있고
참극의 현상을 알리는 표지판과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비석이 있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벌어진 전쟁은
씻을수 없는 많은 죄를 낳았다
지난달에도 경비구역 북한 병사가 필사의 탈출로 남한으로 귀순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북한병사의 몸에 기생충이 있다는 사건도
지금은 충격적인 일이지만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무렵에는 우리도 기생충과 함께 살았었다
한국전쟁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는 남한 젊은이들이 많은걸 보면
남과 북이 너무 멀리와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금정굴을 지나 108봉을 찍고 내려가면 산길은 없고 이제는 일산시내로 들어간다
아파트 광풍이 불고 서울을 중심으로 외곽인 분당 평촌 일산의 세곳에 신도시가 들어섰다
계획 도시구역 배치로 교육 문화 교통이 편리하여 지금도 인기가 많은 지역중 하나이다
길 건너 호곡초등학교를 통과하여 큰마을 현대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매주 화요일에 선다는 알뜰장터가 열려 잔치국수와 도너스로 점심을 대신했다
이십여분을 소비하고 일어나니 오금자리가 땡긴다
금세 쉬었다고 근육이 식었나보다
아파트 정문으로 아파트를 빠져나와 우측 도로따라 경의선 철로위 다리를 지난다
일산 가구단지 사거리에서 도로를 건너 가구상가 골목길로 접어 들었다
맘에드는 일인용 소파가 있으면 구입하려고 가구 상가 두군데를 들렀다
이십년 가까이 쓴 소파가 낡아 심인용은 버리고 일인용 두개만 남겼더니
어쩌다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안락한 소파가 없어 불편하다
요즘은 자식들도 손님이라서 내집에 오는 손님은 주로 자식들이 되겠다
두군데 모두 너무 크고 넉서리한 집에나 어울릴듯 아담하면서도 편한것은
아닌듯하다
얼마쯤 거리가 남았는지 잘 모르는 나는 여러 가구들을 구경하고 싶지만
남편은 갈길이 멀다고 인상을 쓴다
교회와 성당을 지나고 빌라건물과 상가건물 사이사이로 빠져나온 정맥길은
다시 찾아가라면 가지 못할길이 한북정맥길이다
걷고 또 걸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없었다는 아파트와 넓은 도로는 이제는 사실상
무의미한 정맥길이다
도로변에 위치하여 서있는 주상절기를 연상한 커다란 조형물 지나고
또 걷는다
산길을 걷는거보다 두배로 힘이 든다
대간이나 정맥이나 어디하나 쉬운길은 없다
한시간이상 아스팔트 도로와 아파트단지 옆길을 걸었나보다
운정 건강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뒤 성재암 가는길에 섰다
벌써 일산에서 파주까지 걸었다
성재암은 절이름이다
성재암 위쪽에는 다율리및 당하리의 지석묘가 있었다
받침돌은 보이지 않고 위에 올린 고인돌만 있다
고인돌은 아주 얇고 원래 상태인듯 이끼가 끼어 있었다
다시 핑고개로 향한다
이지역은 파평윤씨 선산인지 곳곳에 파평윤씨묘가 있었다
얕은 산을 빠져나와 좌측에 부대 철조망 거리를 지나 미진봉투사가 있는 건물까지 왔다
뒷산을 오르기만 하면 끝이건만 산을 깍은 주변은 온통 개발로 올라갈 길이 없다
차가 지나는 차도를 따라가다 무단으로 산 경사면을 타고 올라갔다
산은 이제 더이상 산이 아니었다
일명 약산이라고 불리는 장명산은 산주위에 구절초가 많이 자생하여 이를 복용한 주민들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하여 長命이라 불렀다는데
산 절개지를 파헤치고 인공 안부를 만들어 페기물을 처리하는 공장같은게 보인다
포크레인과 부지런히 돌아가는 기계속에서 연신 밷어내는 검은 흙과 잘게 부스러진 공장폐기물들이
뿌연 먼지를 날린다
원래는 인공폐기물장 있던곳이 해발 102m의 장명산이었으나
약간 비껴 해발 82m인 곳에 장명산 정상석이 서 있다
그것도 3050 아띠 산악회라고 적혀 있는걸 보니 나처럼 한북정맥을 찾아나선
산악회 사람들이 하도 답답하여 정상석을 세운것이 틀림없다
낮은 정상에서는 곡능천이 유유히 흐르고있고 추수가 끝난 초겨울 너른 들판이 고요했다
정상석을 뒤로하고 북쪽으로난 군 벙커를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면
한북정맥이 꼬리를 내리는 곡능천에 달한다
함경남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이루는 평강군 추가령을 분기점으로
백두대간에서 갈래를 쳐 남서쪽으로 뻗어져 나온 산줄기인 한북정맥을 마쳤다
북쪽의 한북정맥과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성산과 북한산 자락의 출입금지를 뺐다
수피령에서 장명산까지 한강과 임진강의 강구에 이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은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여서
이제 더 이상 산줄기 정맥길로서는 의미가 없어진 길이다
자연을 혜손하지 않으면서 살수는 없는걸까
사람도 맥을 못차리면 슬슬 죽음이 다가오듯
사람살기 편한대로 정맥길의 강산이 잘리고 깍이고 없어져 이러다 모든 정맥길이
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