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 11:18ㆍ백두대간
일시-2018년 10월 28일 일요일~29일 월요일 비오고 바람불고 우박 떨어짐
코스-성삼재-피아골 삼거리-임걸령-노루목-반야봉-반야봉 삼거리-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 대피소
-형제봉-벽소령 대피소-선비샘-칠선봉-연신봉-세석 대피소에서 1박-촛대봉-연하봉-장터목 대피소-
제석봉-천왕봉(1950m)-법계사-중산리-버스 주차장
백두대간 24.1km를 12시간 30분 걸림+백두대간 12.2km를 6시간 30분 걸림
1무1박3일
지리산 종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집을 나와 서른시간 이상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 긴 여정이다
남쪽지방까지 오고가는 버스타는 시간도 열시간이나 되어 체력과 지구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산행이다
세번째 지리종주를 한다해도 갈때마다 다른 느낌이라 산행기도 새로이 쓰고 있지만
두번 세번 같은길을 책으로 엮는다것이 모든면에 있어 낭비라 생각이다
한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는 경험과 느낌과 생각 상상을 정성스레 써내려가야하는것을
알기에 이번이고 다음이고 당분간은 책만들 생각은 없어졌다
어쩌다 보니 내 돈도 아니고 자식들 돈으로 출판을 하였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것도
정성과 택배비까지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천부를 완성해서 칠백여명의 지인과 산꾼들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세명의 자식들에게 남겨질
유산이다
남들은 돈이되는 건물과 아파트를 남겨주는데 나는 내 이름으로 가진 통장 하나로 근근히 먹고 사는지라
오래되면 폐지밖에 안되는 책 나부랑이를 주고 간다니
남들 하는거처럼 모으면서 살을걸 이제사 후회가 된다
아프지나 말아야지 하면서 오늘도 죽을만치 힘든 운동임을 알면서도 대간길에 따라나섰다
서울도 밤이되면 제법 쌀쌀하여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거리는 조용하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몇몇 사람들 얼굴에도 피로가 역력했다
우리는 거꾸로 배낭을 꾸려 산으로 가고 있으니 남들 보기에는 할일 없는 사람들로 보일것이다
양재역에는 일행들 몇이서 서 있다
새벽차를 타고 당일 산행 갈때는 복작거리던 양재역 만남의 장소도 다른팀은 없고
우리 일행뿐이여서 한적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가로수잎들이 유난히 반짝였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은 오밤중이라 그런지 더 쌩쌩 달리고 가을밤은 깊어만 가고 있는 그시각
우리는 차에 올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눈감고 선잠에 들어갔다
생체리듬이 깨지는 무박산행은 가끔 따라 나서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안그래도 예민한 성격이라 잠자리 바꾸면 잠이 안와 고민이건만 이런날은 그냥 깬상태로 있다고 보면 된다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는 풀린다는 말마따나 눈만 감고 있으니 귀는 더 열려
부시럭거리는 소리도 귀청을 때린다
중간에 휴계실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고 서너시간이 지났을까 차는 구불구불 돌아 몸도 뒤틀리고
속도 울렁거려 장이 부하고 올라온다
다른날 같으면 쉬고 있을 위장이 두유와 찰밥 박카스를 한꺼번에 먹은것이
과했나 보다
성삼재 고개에 다달은 버스가 일행들을 풀어놓자 화장실을 급하게 다녀왔다
오밤중에 벌써 세번째 변을 보고 드디어 조금 가라앉은 배가 여전히 가스가 차있는 느낌이다
노고단 고개까지는 2.6km 천천히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이정표가 나오고
본격적인 돌계단길이 나오면서 고개마루까지 한시간이면 충분히 오른다
아직 어둠이 깔린 노고단고개에서 인증을 했다
주위가 밝았다면 노고단 제단석까지 다녀왔을텐데 그냥 통과하고
임걸령으로 향했다
지천과 반야의 전설이 깃든 지리산의 지천할미를 기리는 노고단은 어둠에 잠겨있고
모든 생물들로 아직 잠들어 있는 길은 조용하고 걷기에도 편했다
피아골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이다
해발고도 1320m의 높은 지역이다
임걸년이란 산적이 그의 무리들을 이끌로 전지를 만들었단 이곳은 너른 평지이고
옆길로 샘물이 퐁퐁 나온다
산적두목인 임걸년을 의적이라 불리었다는걸 보면 조선 명종때 임꺽정과 같은 역활을 했었나보다
풍부한 물과 자연이 주는 지리산의 먹을거리가 숨어사는 족속들에게는 완성마춤인 산이다
지리산에서 배고파 죽었단 소리는 못들었다
물 한바가지를 억지로 마시고 다시 길을 제촉했다
노루목을 지났다
점점 여명이 트이고 렌턴은 필요없게 되었다
새벽부터 걸어온길이 칠킬로여미터다
아직 지치지 않했다
비 예보가 있었던가 하나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안개에 잠긴 산야가 희뿌연하고 앞이 침침하다
더운 것보다는 낫지만 오늘 산행의 어려움이 곧 닥칠듯 불안한 기색이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를 구분짓는 삼도봉에 다달았다
이정표는 삼각꼴의 형태로 세워졌다
적은비라도 산길은 젖어있어 미끌거렸다
낙엽과 나무뿌리가 더욱 미끌어서 긴장의 끈을 놓으면 큰일이다
화개재를 지나고 토끼봉을 넘어 긴 나무계단을 내려와 연하천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나뭇잎이 단풍들기도 전에 많이 떨어져서 가을은 쉽게 떠나가려 한다
대피소에 도달하기도 전에 라면냄새가 풀풀난다
여섯시간이 넘어가고 허기도 져서 연하천에서 라면을 끓였다
오락가락 하던 비는 어느새 주룩주룩 거세게 내리고 온몸이 오싹오싹 떨린다
뜨거운 라면 국물에 밥 한술을 넣어 먹는데 빨리 넘어가질 않아 먹는것도 힘이 들었다
일행들은 앞서가고 뒷꽁무늬로 대피소를 벗어났다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우박까지 떨어진다
우비입은 옷사이로 빗물이 스며들고 등산화 겉은 이미 축축하게 젖었다
고어택스가 아니였으면 양말까지 젖을뻔 했다
화창할줄 알았던 지리산에서 우중 산행을 할줄이야 자연은 조화를 부리고 있다
음정으로 하산할수 있는 음정 삼각고지를 지나고 형제봉 봉우리를 넘어 벽소령 대피소에 도달했다
지리산 종주의 중간지점인 벽소령 대피소는 공사중이여서 가림막이 쳐져있고 비는 줄기차게 내려 서서
인증하기도 곤란하다
앉아서 쉴수도 서서 쉴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대로 전진이다
계속 걸어서 추운것은 사라졌는데 서서히 지쳐간다
이어 선비샘이다
물이 넘쳐나는 지리산에 비까지 내려 쨍한 햇살이 이 순간 몹시도 그립다
망바위는 흉물스럽게 커보이고 이제 몇킬로만 가면 오늘 여정은 끝이다
체력은 고갈되고 다리도 아파오고 기진맥진 기운도 없는데 전망대 바위와 칠선봉 봉우리를 넘어서자
암릉구간이 여러번 나온다
오던 비도 그쳤지만 백미터 오백미터 일키로 짧은 거리가 이렇게 길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비상식량으로 넣어간 건빵과 양갱을 먹고도 기운이 딸려 사탕을 계속 입에 물고
꿀을 한모금 털어넣고 간신히 걸었다
오늘 하루 묵을 세석대피소까지 죽을똥을 싸면서 도착해보니 먼저온 일행들은 이른 저녁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22.6km를 12시간30분만에 도착했으니 주어진 시간보다 더 걸린셈이다
몸이 덜덜 떨려 거위털 겉옷을 입고 저녁을 먹고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서야 떨리던 몸이 녹는다
밤중에도 계속 걷는다는 제이에스 일행들은 사람들이 아닌모양이다
비오고 바람불고 우박 떨어지던 바위길이 지옥 이라면 대피소안은 천국이다
남자는 이층 여자는 삼층 그날밤은 길게 쉬고 길게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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