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백두대간 3-1 성삼재-고기리 마을

2018. 10. 17. 12:06백두대간


일시-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흐린뒤 맑음

코스-성삼재-1.6-작은 고리봉-1.7-묘봉치-1.9-만복대-2.2-정령치-0.9-큰 고리봉-3.2-고기리-2.4-노치샘

      백두대간 13.9km


다시 백두대간이다

남진 북진 왕복 마치고 슬슬 백대명산이나 다니면서 쉬고 싶었는데

그동안 함께 다녔던 동지들의 권유로 솔깃하여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주 설악산에 이어 이번주는 지리산으로 시월이 바쁘다

북진은 지리산 천왕봉이 시작점이다

물론 남진은 천왕봉이 끝나는 지점이고

해발고도 1915m의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시작되는 북진은

북으로 북으로 우리땅 허리를 걷는일이다

천왕봉에 오르는길은 여러갈래가 있겠으나 원칙대로 하자면 중산리에서 오르는길이 가장 빠른길이나

워낙 가파르고 돌계단이라 산악회에서는 대부분 거꾸로 성삼재에서 남진하며 천왕봉을 오른다

지환이가 사천부대에 있을때 딱 한번 중산리에서 오른적이 있다

천왕봉에 앞서 첫번째 구간은 북진으로 성삼재에서 노치 마을로 내려오는 구간이다

여름나절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갈때는 제법 여명에 트여 주변이 환했는데

벌써 해가 많이 짧아져 새벽녘은 어둠침침하고 공기도 제법 쌀쌀하다

겨울 바람막이를 입고 나오길 천만다행이다

지난주 설악에서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었다

이틀전 설악 중청대피소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설악은 벌써 겨울이 찾아왔고 지리산에는 아직 가을일 것이다

이년간 함께 했던 동지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빠진 자리에는 또 새로운 사람들로

버스는 만원이었다

익숙한 기존의 일행들과 어색한 새 일행들도 새로 시작한다는 설레임과

각기 다름 각오와 다짐 설레임 걱정들로 차안은 웅성거렸다

작은 꿈이 있어 도전하는것은 살아있는동안 가슴뛰는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직 두발이 성성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산길을 걷는것은

숨차고 힘들어도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슴뛰는일이다

서울을 출발한지 무려 네시간이나 지나 지리산자락 구불거리는 산언덕을 차로 올라서

해발고도 1102m의 성삼재까지 올랐다

높은 고지대의 성삼재 고개는 바람이 차고 쌀쌀하여 한낮인데도 추웠다

고갯마루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출발했다

제법 갈색옷으로 갈아입은 성삼재 고갯마루의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한 낮 햇살이 쨍하다

1.6킬로 떨어진 작은 고리봉의 전망대를 지나 묘봉치로 향했다

만복대까지만 열심히 오르면  그 다음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질것이다

산줄기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길도 순했다

뒤돌아보면 걸어온 산길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멀리 반야봉이 점점 눈앞에서 사라진다

천왕봉이 하늘아래 우뚝 솟아보이고  나머지는 둥그스름한 마루금으로 연결된다

곁에서 보는 지리산 능선은 부드럽고 완만해 보이나 막상 속살은 그렇지만도 않다

가파른 계단도 있고 커다란 바위도 있고 우람한 나무도 많다

지리산 곳곳의 계곡이나 대피소마다 물이 넘쳐나 지리산에 올때는 생수는 한병이면 충분하다

오늘 걷는길은 대간길에서 상중하로 따지면 하에 해당되는 쉬운길이라고는 하여도

어디 하나 쉬운길이 없어 숨도 차고 더웠다

만복대를 앞에두고 너른 산아래로 억새가 나풀거린다

여름 막바지에 왔던 폭풍으로 억새가 많이 날라갔나 억새꽃은 풍성하지 못하고

찌질하게 떨어져버린 억새가 많았다

햇살에 억새꽃이 하얗게 빛나고 이 가을도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딱 지금이 아니면 구경할수 없는 억새꽃이다

해발고도 1437m의 만복대에 섰다

정상석 주변으로 노끈을 쳐놓아 보기 흉했다

만복대는 1507m노고단과 1732m의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서부를 구성한다

지리산으로 들어서는 많은 복을 만복대에서 받고 정령치로 하산하면 되는데

오백여미터의 가파른 내리막이다

가파른 하산길이 끝나면 정령치까지 완만하게 내려선다

정장군이 지켰다는 정령치에는 휴계실과 화장실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할수있다

정령치를 벗어나 큰고리봉 가기전에는 마불상이 새겨진곳으로 잠시 걸어갔다 되돌아나와도 좋다

큰고리봉을 지나고 고기리 마을까지 소나무와 키큰 상수리 잡목들로

햇볕이 가려지고 길은 푹신하다

태초에 이 지역이 바다였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듯 작은 고리봉과 큰고리봉은 바닷가에 정착한 배를

매어 두었던 자리란다

그야말로 바다가 육지 되었던 지역이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다는 오백여미터의 고도까지 무려 천미터의 고도를 하산하여

마침내 고기리 마을에 다달았다


산신제를 지내고 난 팥 시루떡을 먹어 밥생각이 별로없었는데도 순두부찌게로

요기를 했다

서울까지 가는 여정이 길어서 뭐든 먹어줘야 어질병이 안난다

왕복 했으면 되었지 세번씩이나 도전하는 것이 욕심은 아닐까 여겨져

아직도 확신이 불투명한채로 첫번째 구간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