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52차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마지막 산행

2018. 10. 3. 10:32백두대간


일시-2018년 10월1일~2일 화요일

장소-백두대간 끝 산행 북진

코스-미시령(826m)-샘-암릉-상봉(1244m)-화암재-신선봉 갈림길-신선봉(1204m)-헬기장-대간령(큰새이령 641m)

      -너덜지대-암봉-마산봉(1052m)-흘리마을 리조트-진부령(559m)


시월 첫날부터 무박 산행 준비로 하루를 보내고 오밤중에 버스를 탔다

이틀간 무박 산행으로 힘들고

또 이틀간은 사진 정리와 동영상 편집 하느라 힘들었다

무릎이 안아프니 골이 띵하고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다

산행다녀온후 사흘이나 지나서 차분하게 다시 노트북을 켜고 사진을 들쳐보았다

글보다 사진작업이 귀에 무리가 가는가 보다

멍멍해진 귀를 쉬게 하고 조용조용 키보드를 누른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미시령의 시월 새벽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설악이 잠들고 만물이 아직 한밤중인 새벽 세시다

미시령에서는 도둑 고양이가 되어 담을 넘었다

지지난해 왔을때 지킴이 아저씨에게 쫓겨나서 한참을 도로따라 왔다가 개구멍으로 올라갔던 자린가보다

주위가 컴컴하고 앞사람 뒷꽁무늬만 따라가느라고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된다

경사면 언덕배기를 오른거 같은데 계속 오르고 있다

작은 자갈이 배인 모래섞인 언덕을 얼마쯤이나 올랐을까

입었던 얇은 바람막이 안으로 살짝 땀이 나려고 한다

벌써 몸은 데워지고 머리도 후꾼 달아오른다

입었던 바람막이를 벗어버리고 모자도 벗어버린채 오르막을 계속 이어지고

너덜바위지대도 지났다

환한 낮이라면 너른 미시령 능선과 뒷태가 아름다워 몇번을 뒤돌아봤을텐데

아무것도 보지 못한채 행여 넘어질까 발 아래의 작은 바위들과와 흙이 버무러진 길만

쳐다보느라고 긴장의 연속이다

이러길래 남들 자는 시각에 걷는다는것은 건강에도 안좋고 구경거리도 없어

안좋은 산행중 하나여서 다시는 안온다고 다짐하면서도

할수없이 집단행동하는 이런 경우에는 한꺼번에 지킴이 한테 걸릴일 없이

무박 산행으로 하고 있다

해발고도 826m의 미시령에서 해발고도 1244m의 상봉에 이르기 까지도

세상은 암흑천지다

낮은 동네산보다 높은 북설악이 늦게 깨어나는거 같다

상봉을 바로 앞두고 너덜 암릉에서 일행 한명이 바위에서 미끌어지는 바람에

엉덩이를 옆에 바위에 부딪치고 말았다

항상 조심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게 바위지만 흙길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사고는 언제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자기 몸을 챙기는 일은 자신밖에 없다

화암재로 내려왔다

화암재에서는 화암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고 반대편으로는 고성군으로 하산할수 있는 길이 있다

신선봉 갈림길을 지나고 신선봉에 섰다

암릉 아래로 도로가 있었음에도 너무 깜깜해서 길을 찾지 못한고 암릉을 올랐다 내렸다

신선봉 정상에까지 올랐다

신선봉 주위도 온통 거대한 암릉 덩어리이다

점점 하늘빛이 검푸르다 붉은빛으로 뿌옇게 밝아오고 드디어 작은 해가 알몸으로 나온다

점점 커지는 해는 눈이 부시게 희망으로 차올랐다

동해에서 해맞이를 보름전에 이어 두번째다

쉽게 발을 뗄수가 없어 이리저리 암릉 바위를 밟고 앉았다 섰다

한참을 구경했다

뒤를 봐도 산속에 바다처럼 호수처럼 운무가 들어 차있고

앞을 봐도 동해바다가 운무속에 잔잔해 바다가 어디고 구름이 어딘지

헷갈린다

바다와 구름과 산위에 서 있는 나는 한조각 바람에도 위태위태한 생명체나 다름없다

훤한 대낮이 아니여서 더 환상적인 풍경에 매료되는 순간이다

사진 놀이 하느라고 이삼십분이 훌쩍 지나갔다

헬기장 밑으로 내려오니 아까 상봉 앞에서 넘어졌던 분이 엎드려서 마사지를 받고 있다

아마도 크게 다친 모양이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는동안 일행들도 모두 지켜보고 걱정하고

그러나 이제 초반전 산행이고 갈길은 까마득하게 남아

한참을 같이 떨다가 길을 재촉했다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헬기가 하늘위를 뱅뱅 도는 모습이 보인다

마냥 걱정만 하고 서 있을수도 없고 갈길이 구만리라 부지런히 내려갔다

1204m의 신선봉 정상에서 경이로운 일출을 보고 갈림길을 지나

헬기장으로 내려왔다

헬기장은 해발고도 870m로 헬기는 그곳에서 다친 일행을 싣고 내려갔다

헬기장에서 3km를 내려서 대간령이다

641m의 대간령은 큰새이령이라고도 불린다

미시령에서부터 금지구역을 걸어왔던 우리는 대간령에서 비로소

출입금지 로프를 넘었다

이제부터는 맘 놓고 걸어도 되는 구간이다

인제와 간성을 이어주던 대간령은 예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던지

아직도 산신각과 주막터가 있던자리에 돌담이 놓여져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제법 분다

걸으면 더워도 쉬고 있으면 추워서 오래 앉아 쉴수가 없다

대간령에서 다시 오르기 시작한 대간길은 너덜지대와 암봉을 지나고

설악과 이별하고 금강산의 끝에 닿은 마산봉까지 3.4km를 걷는다

마산봉에는 바위 더미위에 나무표지석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

표지석을 들고 인증했었는데 그사이 커다란 정상석이 만들어졌다

말등형상이라서 마산봉이라 불린다지만 정상에 서서는 말등인지 소등인지 알수가 없다

높은 정상에서 사방팔방 바라보는 풍광에 다만 취할뿐이다

마산봉은 1052m의 높은 고도의 봉우리이다

이제는 내려갈일만 남았다

흘리마을의 뼈대만 남아 폐가로 변신한 리조트가 나올때까지 계속 하산이다

하산길의 곳곳에 유해발굴지역이 있는것으로 보아 이곳이 한국전쟁 당시

수복지란다

산을 혜손한 스키장 절개지가 보이고 마을은 한때 스키장 개장으로 변화되었다가

다시 스키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게 된 이상한 마을이 되었다

도로는 넓게 뚫려 이제부터는 백두대간길도 끊어졌다 이어졌다 한다

군진지와 비닐하우스를 지나 다시 산길로 오락가락 하다보면 다시 아스팔트가 나온다

아스팔트로 곧장가는 길과 도로포장된 길을 우회하여 다시 산으로 들어가 한참을 돌아오는 길을 두고

고민하다 아스팔트길로 그냥 걸었다

땡볕이 목덜미로 내려앉아 뜨거웠다

묘지처럼 만들어진 백두대간 기념공원을 지나고 드디어 곰이 반기는 백두대간 진부령 표지석이

보인다

두번째 맞이한 진부령 표지석이 키도 엄청 크다

이래저래 빼먹은 구간을 언제 땜빵할지 모르지만 약속된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되어

나도 두번의 백두대간을 마치게 되었다

인제와 간성을 잇는 진부령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청명하여

무사무탈하게 두번의 백두대간완주를 축하하는거 같았다

언젠가 뚫릴 북으로 백두대간을 이어나갈 희망을 다시금 가지고

다음주 설악을 땡빵하고 나서 언제 끝이날지 모르지만

시월 세쨋주부터 다시 세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중에 보고된바에 의하면 헬기로 하산했던 일행은 속초병원에서 엑스레이상

엉덩이뼈의 충격으로 금이 생기는 손상을 입어 다시 일산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만 나도 물론 항상 조심해야 하고 빠른 쾌유를 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