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49차 조침령 단목령 구간

2018. 9. 5. 09:36백두대간


일시-2018년 9월4일 화요일 맑음

코스-조침령터널 관리사무소-조침령(770m)-북암령(940m)-단목령-오색삼거리-오색액수 주차장

      백두대간 15km+접속거리 4.5km=19.5km를 7시간 걸림


보름만에 다시 대간길에 섰다

두번째 백두대간도 이번구간을 마치면 세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년전 다시 시작할때는 까마득한 여정이겠거니 하였건만

물리적인 시각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지나는통에 벌써 이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번 다녀왔던 길이라고 때론 이완되고 때론 긴장했던 그날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산풍경 감상하는데도 첫번보다는

나은편이였으나 여전히 오르고 내리는 산에서는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조심스럽지 않을수 없었다

오늘의 구간도 땜빵으로 아들과 함께 걸었던 구간이다

복정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두시간삼십여분만에 조침령 관리사무소에 다달았다

서울에서는 남쪽지방으로 가는거보다 강원도로 가는길이 오히려 가깝다

아직 단풍철이 아니라서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관광대형버스나 나들이 자가용차는 없고

우리뿐이다

산야는 푸름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물기 품은 풀냄새가 물씬나는 숲으로 들어서 1.2km의 접속거리 임도를 오르고 있다

임도 가장자리와 가운데에 돋은 들풀은 밤새 내린비와 새벽이슬이 촉촉히 젖어들어

바짓가랑이가 금세 젖었다

바지 아랫단을 적신 빗물이 시원하게 몸으로 스며들고

서늘한 그늘에서 본격적인 대간길 접어들기전이다

몸은 워밍업으로 들어가고 오늘 걸어야 할길이 이십킬로나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여서

각오가 필요한길이다

임도길은 약간 오르막인데 그사이 많은 비가 내려서인지 도로의 중간중간이 파이고

작은 모래들이 흙위로 올라와 걷기가 불편했다

물봉선과 오리방풀 눈빛승마 꽃이 물을 잔뜩 먹고 활짝 꽃봉오리를 펼쳐보였다


이어 대간 시작점인조침령이다

구 조침령 표지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운 조침령 표지석이

유난히 크게 놓여 있다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구역이라 사람을 인지한 마이크에서 연신 환경을 보호해달라는 방송이 나온다

지난번에 끊긴 대간길은 여기서부터 이어진다

조침령의 해발고도는 770m이고 나무계단으로 오르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조침령은 강원도 양양군과 강원도 인제군을 연결하는 고개이다

새도 자고 넘는자는 고개로 알려진 조침령은 한계령과 구룡령에 비하면 낮은편이다

숲으로 들어가서 계속 걷다보니 그늘과 나무가지사이로 드는 햇볕이 교대로 밝았다 어두웠다 하였다

대간꾼들이 나무그늘이 가득하고 공기좋은 이곳에서 하룻밤 숙식하고 지나가도 좋을듯한곳이다

나무 냄새와 풀냄새가 가득차서 더이상 다른 냄새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가야할길이 까마득한 오늘이라 표지판의 거리를 될수있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걷고 또 걷는일이 오늘의 주목적이다

북암령까지의 거리는 무려 칠킬로가 넘는 길이다

많이 오르고 적게 내리는 꾸준한 발걸음밖에는 다른길이 없다

구백여미터를 넘는 고도를 올리고 해발 천미터를 올랐다

다시 길은 내리막 양수 발전소가 근처인 이정표를 지났다

산은 무성하고 적막하고 푸르렀다

사람의 발자국따라 지나갈만한 길만 제외하고는 건강하게 자라나는 잡목들과

유난히 많은 싸리나무와 가시밖힌 나무들이 어깨와 팔에 계속 부딪친다

토시를 하고 오길 잘했다

많이 기온이 내려갔다고 하지만 걸으면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난다

나처럼 더위에 약한사람은 더욱 죽을맛이다

올여름처럼 더우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오늘도 나에게는 더운날이다

점심은 주먹밥과 오렌지 주스로 먹었다

일행중에는 나보다도 열살이나 많은 그분네도 부부가 같이 다닌다

갈때마다 사과를 얻어먹어서 미안한데 오늘도 사과 한쪽과 찐계란을 얻어먹었다

내몸도 무겁고 귀찮아서 과일을 커녕 간신히 허기만을 달랠 주먹밥 하나밖에 챙기지 못하는 나는

그분들이 부럽다

살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이 가죽과 뼈만 남았는데 어디서 그런 강단과

체력이 나오는지 먹을것도 잔뜩 들고 오고 일행중에서도 중간그룹으로 다니고 있다

벌써 산티아고와 남미 미국 케나다 여러곳의 트랙킹도 하였다고 하니

우리보다는 한수 위인게 틀림없다

살만 붙고 나이만 젊다 뿐이지 나는 체력에서부터 딸린다

1133m와 1136m를 지나고 북암령이다

북암령 고개에서는 진동리 마을로 하산할수가 있는 고개이다

다시 오르고 내리고 또 다시 오르고

백두대간 하면서 오르고 내리고를 제일 많이 하는 말고 글이다

낮은 산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믄 금강초롱꽃이 단목령 가는길에 제법 많이 피었다

은은한 보라빛이 아름다운 꽃이다

드디어 단목령이다

여기서부터 2km 떨어진 오색삼거리 표지판까지만 가면 오늘 대간길은 끝이다

간간히 내리막에서는 위풍당당한 설악이 얼굴을 내밀었다

과연 산은 설악이었다

초록산에 우뚝 솟은 바위들이 연달아 압도한다

다음다음주 공룡능선과 마등령 황철봉을 못가게 된것이 못내 아쉽다

뭣모르고 벌벌 떨다 건너왔던 너덜지대를 이번에는 단단한 각오로 멋지게 넘어오겠다고

다짐했건만 하필 재경 여고동창회 일박이일 여행과 겹친다

재경 모임은 주로 화요일이 끼어 있어 내가 가는 백두대간과 겹치는 날이 많다

동문들과의 모임에서 일개 서기라는 직분을 얻어 사진담당을 하다보니

그것도 스트레스가 아닐수 없다

회장이나 총무 위원장이 아니래도 작은 책임이 주어지면 그에 맞는 의무가 있어

어쩔수없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황철봉 너덜지대를 지나갈까 그곳이 출입금지구역이라서

더욱 안타까운일이 되었다

세번째 백두대간 도전중에나 가능할수 있을것이다

하늘빛을 파랗고 산빛은 푸르러 눈알이 시원하고 머리는 개운한데

몸은 천근만근 다리는 무겁고 일행에서 점점 뒤처지고 힘이 빠진다

발걸음이 빠른 일행들은 너무 일찍 내려와 너른 바위에서 쉬고 있었다

다섯시 삼십분이 지나야 국공들이 퇴근이므로 그 이전에 하산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걸리면 무조건 인적사항을 적고 십만원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각이 한시각이나 남아서 삼십여분을 중간그룹 일행들은 바위에 앉아서

휴식하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대간길 걸으면서 이런날은 극히 드물다

밥도 오분안에 먹어야 하고 생리 현상도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일행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두세번 숨을 고르고 이온음료와 식염포도당으로 당분과 염분기를 보충하고

드디어 오늘 대간길의 종착점인 오색삼거리 이정표가 있는곳까지 다달았다

오색으로 하산하는길은 아주 가파르다

오를때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던 스틱을 다 잡고 발가락에 긴장한채 하산했다

뒤에서 쫓아오는 중간 그룹 일행들을 모두 앞세우고 천천히 내려가는것도

버겁다

태풍과 폭우로 계곡은 물이 많아졌다

점점 물소리는 크게 들리고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허연 폭포수를 이루는 계곡물을 우측으로 끼고 산길을 내려와 무사히 출입금지 팻말은 넘었다

거기서도 십분쯤 기다리다 드디어 다섯시반이 되어서 버스정류장으로 하산했다

버스정류장에는 족욕탕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오색약수터가 나온다

산채비빔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약수터에서 물을 한잔마셨다

스파클링 약수는 철분냄새를 쏴하게 냈다

약수터아래 폭포가 물이 맑고 하얀 포말을 지어 보냈다

오늘 걸은 거리가 만만치 않아 뻐근한 다리임에도 시원한 물을 보니

피로가 가신다

단풍나무로 만든 머리빗을 하나 사들고 기분 좋게 오색에서 일정을 마쳤다

오색에 사는 아낙네들 서너명이 바구니와 비닐봉지를 들고

길거리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담고 있다

산이 거저 주는 양식이다


구월의 산


파란 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푸른 산에 푸른잎이 살랑살랑

푸르게 부는 바람과 놀다보니

나도 어느새 푸른빛이 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