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50차 망대암산 점봉산 구간

2018. 9. 12. 10:24백두대간


일시-2018년 9월11일 화요일 안개 구름

장소-망대암산 점봉산 남진

코스-한계령-12담계곡갈림길-망대암산-점봉산-오색약수갈림길-오색약수 주차장

     백두대간 9.15km+접속구간 3.3km=12.35km



아침엔 제법 쌀쌀하고 서늘한 날씨였다

여름이 끝나고 이제는 가을이 곁에 성큼 온듯하다

이번 여름은 죽을거 같은 더위를 잊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여름이었다

서서히 막이 내려가는 백두대간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백두대간길에서 백미라고 하는 공룡능선과 황철봉과 미시령만 넘고 나면

공식적인 날머리라 여기는 진부령에 다달으게 된다

창가로 달리는 도로와 들판도 가을옷을 갈아입느라 분주하고

아직 산은 푸르름에 절정에 있는듯 진초록 병풍을 둘러친듯 출렁거린다

강원도로 가는길은 언제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요즘은 도로가 워낙 잘 정비되어 있어 높고 깊다고만 생각했던 설악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한계령까지로도 단 두세시간이면 갈수 있다

고개 마루에서는 구불구불 올라갔다

출입금지인 구간을 연속으로 가느라고 이제는 일행들도 거의 도둑 고양이가 다 되었다

살금살금 발자국 소리도 안나게 대장 인솔하에 어느새 개구멍을 통과하여

산 능선에까지 올랐다

능선오르는 가파른 언덕길은 선답자들의 발자국으로 이미 반질거렸고

선명했다

파랗던 하늘이 오를수록 흐려지고 구름이 산에 모자를 씌우고

구름이 점점 내려온다

백여미터를 오르자 여러 암봉들은 겹쳐있어 밧줄이 필수인 지역이 나온다

빠르게도 안되고 서둘러서도 안되는 구간이라

오랜만에 선두와 후미 일행들이 만나게 되는곳이다

앞서 올라가면 뒤따라 올라가는 밧줄은 한사람씩만 올라서야 위험을 예방할수 있다

자칫 앞사람이 밧줄을 놓치는 경우 뒤따라 올라가는 사람까지 크게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바위에서 많이 지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번째 대간길에서도 분명 이곳을 지났을텐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고

난생 처음 오르는 바위만 같다

바위위에 닿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찢다싶히 끌어올리면

새벽밥 먹고 서너시간만에 아침밥도 먹었지만 모든 기를 탈진하여

올라서서는 숨이 차고 팔 다리가 후덜거렸다

바위만 올라서면 기운이 난다는 몇몇 그네들은 이리저리 포즈잡고

발아래에 산을 두고 구름을 친구 삼아 웃고 난리 부르스를 떤다

아휴 무서워서 죽을뻔 했네

경치는 좋을지 몰라도 난 바위가 발바닥도 아프고 부딛치면 멍들고 힘이 더 부쳐 싫다

어렵게 바위를 올라서서 좋은곳에 서도 구름에 쌓인 산 마루금이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고

금방 덮칠것만 같다

올라왔다고 좋아하는 순간도 잠시 내려가는 길은 더 어렵다

바위와 흙산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산길이 미끌거리고 밤새 비가 내렸나 촉촉하고 눅눅해진 나무뿌리와

작은 바위돌이 발가락에 힘을 주지 않으면 쭉 엉덩방아를 찧기 싶상이다

한참을 내려왔다

산죽 나무가 바닥에 깔리고 잡목이 우거진 산길은 걷기에 아주 좋다

이런길만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대간길은 좋은길은 잠시요 험한길이 태반이다

그러기에 한번 도전하고는 다시는 못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세번째도 도전한다고 말을 해버렸으니 무모한 도전계획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2담계곡 갈림길을 지난다

다시 오름막이 시작되고 점점 오르는 몸의 열기로 모자도 조끼도 벗어버리고

바지가랑이 단도 올려봐도 덥다

구월 한낮에도 여름이나 다름없이 한 낮 햇볕은 뜨거우나

다행이 오늘은 구름에 가림 햇살이 가끔씩만 비추고 있었다

잠시 점심먹는다고 쉬면 춥고 움직이면 금세 더워지는 몸이다

나도 내 몸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서 대간 걸을때마다 죽을맛이다

점점 망대암산의 바위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벌써 일행들은 쭉쭉삐져 나온 바위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있었다

선두그룹은 바위도 폴짝폴짝 뛰어다녀 벌써 앞서갔다 

아직 후미그룹은 보이지 않고 나는 중간그룹이다

망대암산 바위 아래로 대간길 우회도로가 있는데 굳이

바위암산의 정상을 찍는다고 올라서서 몇분을 갈팡지팡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다

건너편 망대암산 정상에서 오라고 손짓하는 일행들 유혹에

조심스럽게 바위와 바위들을 기어 올라섰다

막상 올라가니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그위로 산마루에 진짜 대간길이 있었다

망대암산의 정상석은 없고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들고 다닐수 있는 팻말만이

높은 바위사이에 꼿혀 있었다

대간길은 점점 설악의 품으로 들어서고 있고 귀한 금강초롱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다

홈쪼롬하게 맞은 빗물이 초롱꽃을 더 반짝거리게 만들고

어둑진한 바위와 검게 변한 눅눅한길이 그 꽃 한송이로 환하게 길을 밝힌다

작달막한 바위와 절묘한 흙의 조화로 만들어진 천미터가 넘는 마루금은 위태하게 이어지고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점점 키 작은 잡목들이 많이 나오고 야생화가

바닥을 수놓으면 나도 기어가다 싶이 올라야한다

드디어 설악의 남쪽산인 점봉산이다

해발고도 1424m의 점봉산 정상은 용담꽃의 청보라색과 구절초의 흰색

쑥부쟁이의 연보라색의 천상화원으로 변해 있었다

백두댁간중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운 정상석이라고 손꼽았던 점봉산의 정상석은

커다란 강낭콩은 닮은듯 부드럽다

산아래는 여름날과 이별하느라 바쁜겠지만 산 위에서는 이미 겨울이 온것인가

꽃에 부는 바람과 구름이 모는 바람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몹시 추웠다

손가락이 시러워질 정도다

다음주는 설악의 속살로 깊이 들어서려면 겨울차비를 해야할거 같다

깊고 높은산에서는 봄은 더디고 겨울은 빨라 한해의 절반 이상이 겨울이라보면 되겠다

오늘 남은 대간길인 오색 삼거리까지 남은 거리는 이킬로다

계속 내리막이다

가파르게 내렸다 완만한 내리막이 교대로 이어지고

먼저 앞서간 선두그룹은 어디쯤이나 갔을려나 오후 다섯시반까지는 하산하면 안된다고

누누히 들었던 얘기인데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에게 걸렸다는 전갈이 전해진다

빨리 앞장서서 간다고 좋아할것도 아니고 남한테 자랑질할것도 아닌마당에

일찍 내려가서 걸렸다고들 투덜대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역주민인 한사람이 등산길에 올랐다가

전화신고하여 국공이 올라와서 한꺼번에 들켰다고 한다

출입금지 산에는 오르면 안된다는데 지역주민들은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신고를 하는가보다

대단한 신고정신이 아닐수 없다

백두대간에는 여러군데의 출입금지 구역이 있다

가지 말라는 곳까지 다니면서 대간길 이어나가는것을 그만해야 될거 같은데

위험과 자연보호차에 막아놓은곳까지 다니고 있으니 여러가지로 괴로운 생각이 든다

한사람에 팔만원씩 세사람이 과태료를 끊고 걸린 사람 모두 인적사항을 끊고

하산할수 있었다 하였다

바위구간이 무섭긴 무서워서 안가는게 맞는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으게 사람이라 도전은 계속되어지나 보다

차라리 개방하고 튼튼한 밧줄을 달아놓던가 계단을 만들어 놓으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설악으로 가면서는 계속 출입금지 구역을 지나가야

백두대간길이 이어진다

하산길에는 설악의 위풍당당한 바위를 조망할수 있는 조망터가 두군데 나오고

너럭바위가 있다

일행과 함께 너럭바위에서 삼십여분이나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앉아 있었다

대간길 걸으면서 이런 여유를 부리는것도 몇번 안된다

다섯시가 넘고 산구름이 어두워지고 있을무렵 조용조용 하산하여

금지구역 팬스를 넘고 계곡에 발을 담그었다

뜨겁게 열불났던 발바닥을 얼얼하도록 식히고 다시 신발끝을 조여매고

오색약수로 하산하여

근처에서 산채 나물 비빔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그 나물에 그비빔밥 같아도 지난번 식당에서는 만원이었는데

오늘 이집은 구천원이란다

이 동네 식당 음식값이 지맘대로이고 간첩신고하듯 옆집식당에서

국공에게 신고하여 밥먹다가도 걸린다는 얘기 들으니

산골 인심이 사납고 무서웠다

배고프고 추웠다 더웠다 해서 그런지 기력이 소진되어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딸꾹질이 연신 나온다

나는 도둑질하고 도망다니면서는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날것이다

버스에서 벌금으로 일인당 삼천원씩 걷었다



하룻밤 자고나자 어깨죽지와 등짝 종아리가 쑥쑥 쑤셨다